정치권, “이해찬·양정철 ‘이재명 지원설’ 행보 같이해”

이재명 양정철 [뉴시스]
이재명 양정철 [뉴시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최근 발언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 전 원장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여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최근 회고록을 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지난 4월 재보선을 촉발시킨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속내도 거침없이 드러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타냈다. 일각에선 그의 이런 발언들이 강성 친문과의 거리두기와 함께 여권에서 대선주자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지원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본지는 양 전 원장 속내를 추적했다. 

-양정철 “與 정권재창출 비관적... 절박함 없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여권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양 전 원장은 지난 8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그 정도의 위치에 있으면 운명처럼 홀로 감당해야 할 역사적 사회적 무게가 있다. 나 같으면 법원과 역사의 판단을 믿고 책은 꼭 냈어야 했는지, 당에 대한 전략적 배려심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검찰과의 일은 세련되고 합리적이지 못했다”며 “목표가 정당하다고 해도 이번엔 ‘정권이 심하고 무리한다’는 인상을 줘버렸다. 박범계 장관의 신현수 전 민정수석 패싱 논란 같은 것이 대표적인 아마추어적 일처리”라고 했다.
지난 4.7 재보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에 관련해서는 “당정청 모두 안이했다”며 “우리 정치사에서 한 대통령 임기 중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은 처음이다. 정말 두렵고 무서운 마음으로 더 겸손하고 더 치열하고 더 섬세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오만하고 무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사건은 명백한 과오”라며 “특히 박 시장은 죽음으로 책임을 안고 간 것인데 민주당으로서는 아프고 힘든 일이지만 조용히 보내드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양 전 원장은 민주당의 정권재창출 가능성도 비관적으로 봤다. 그는 “(민주당이) 절박함이 없다. 스타일리스트 정치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상대 당은 얼마나 절박하면 30대 당대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윤석열 전 총장 영입 시도 등 정치권 통례와 상식을 뛰어넘는 일에 진력하고 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양 전 원장의 최근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그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측면 지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재명 지원설’을 제기했다. 

 

- 이재명계, ‘이해찬·양정철 지원설’ 인정?

이를 뒷받침 하듯 이재명 지사와 가깝다고 분류되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한 라디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해찬 전 대표의 ‘이재명 지원설’을 인정하고 양정철 전 원장의 지원설도 부인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이해찬 전 대표가 이 지사를 지원하고 있다는 평가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에 “정황상 판단해달라”고 언급했다. 진행자가 “부인을 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자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렸던 양 전 원장의 지원 여부 역시 묻자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고 밝히며 역시 부인하지는 않았다.

최근 양 전 원장은 인터뷰에서 ‘친문 제3후보론’과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의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원도 친문 제3후보론을 경계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게 양 전 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은 처신을 조심할 수밖에 없다. 당내 경선에 문심 논란 같은 게 생겨선 안 된다”며 “일치단결 팀워크를 깰 수 있는 앙금이나 여진이 없도록 섬세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친문 제3후보 옹립 따위 전망은 웃기는 얘기”라며 “당 안팎에서 자꾸 이재명 지사를 배제한 친문 제3후보론 따위 얘기가 나오고 하니까 이해찬 전 총리가 조금 더 (이 지사에) 전략적 배려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양 전 원장이 이 지사와 자주만나 현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양 전 원장, ‘정권 재창출’위해 이 지사와 지속적 소통해”

양정철 전 원장은 2019년에 이재명 지사, 김경수 경남지사와 회동한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다. 이후에도 양 전 원장은 민주연구원 유튜브 채널 ‘의사소통TV’에 이 지사와 함께 출연했다. 이 자리에서 진행자가 ‘우리는 정말 친하다?’라고 묻자 양 전 원장은 ‘O’가 그려진 팻말을 드는 등 친분을 강조했다. 양 전 원장은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고, 이 지사는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대표적 비문(비문재인) 인사로 분류돼 친문의 경계를 받아왔다. 

양 전 원장은 이날 방송에서 “과거에는 친노, 비노 그런 게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적어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친문, 비문, 반문이 없다고 본다”며 “다만 우리 당 지지층 중 문 대통령이나 이 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지지하는 분들이 워낙 강렬한 점이 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내 갈등이) 과도하게 나타난 경향이 있다고 보는데, 그것이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 비친다고 본다”고 했다. 

양 전 원장은 “갈등이나 분열적 요소가 없다고 보진 않지만 그런 것이 우리 당의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저희가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양 전 원장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 지사와 나눈 대화도 소개했다. 그는 “그때 이 지사가 대선 출마하는 문제를 사적으로 나한테 묻길래 무조건 나가야 한다고 했다”며 “각각 정치적인 무기와 콘셉트, 컬러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그것이 당 안에서 상승효과가 있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와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본지는 지난 17일 양 전 원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지난 17일 양 전 원장과 이 지사의 관계를 묻는 본지의 질문에 “(양 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권 재창출이라는 대의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여권 내 대선주자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와 지속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지난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양 전 원장이 이해찬 전 대표행보와 맞물려 움직이고 있는거 같다”며 “정치권에선 미국에 있는 양 전 원장을 귀국시킨 것도 이해찬 대표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양 전 원장이 이 지사에게 전적으로 올인하는 가운데 같이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님 다른 제3후보도 도와주며 여러 대선 주자들과 인연을 맺고 있는 것인지가 확인해봐야 할 대목”이라며 “그의 입장에선 문재인 정부 이후 정권을 재창출 해야지만 정치적 보복에서 친문진영이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가능성 있는 후보는 누구든지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기 때문에 양 전 원장이 강성 친문과 거리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여권의 전략가로 불리는 양 전 원장이 이 지사와 함께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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