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協 사유화 논란에 ‘인분 투척’까지...

광복회 김임용 씨가 김원웅 광복회장의 멱살을 잡고 있다. [뉴시스]
광복회 김임용 씨가 김원웅 광복회장의 멱살을 잡고 있다. [뉴시스]

- 단체장 극좌 행보 일변도에 애국지사 후손 단체 親·反 김원웅 갈려
- 이문형 전 광복회 대의원 “協 갈라치기 한 김원웅, 당장 물러나야”

- 김원웅 양친 허위 서훈 논란도...이문형 “독립군 활동 이력 날조돼”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김원웅 광복회장을 둘러싼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평소 김 회장의 극좌(極左) 편향성과 이념 과몰입에 따른 협회 사유화 등을 줄곧 비판했던 한 광복회 회원의 멱살잡이 사건부터 김 회장의 집무실에 일부 광복회원들이 오물을 투척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독립투사들의 애국혼을 기리는 국가 공인 단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곤 믿기 힘든 일들의 연속이다. 광복회가 이런 심각한 내부 분쟁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원인으로 협회 안팎에선 광복회장의 ‘정치 중립’ 원칙 위배와 ‘모친 허위 서훈’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김 회장에 대한 협회 구성원들의 불신과 분노를 꼽는다. 본지가 광복회 ‘오물 투척’ 사건의 장본인과 인터뷰를 통해 극단으로 치닫는 광복회 내분을 집중 조명해 봤다.

지난 2019년 6월 제21대 광복회의 지휘봉을 잡은 김원웅 회장은 과거 민주정의당 입당으로 정계에 입문, 14대(민주당)·16대(한나라당)·17대(열린우리당) 등 국회의원으로 3선을 지냈다. 보수·진보 정당을 오가며 ‘철새 정치인’이란 비판도 뒤따른다.

그는 급진적 좌파 성향으로도 유명하다. 정치 활동을 접은 이후부터는 종북(從北) 언급과 행보를 이어가며 갖은 구설수에 휩싸였다. 지난 2018년 12월 서울 중구 명동 향린교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영웅으로 추대하는 내용을 주제로 연 ‘김정은 맞이 세미나’에서 “박근혜를 좋아한다는 사람보다 김정은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훨씬 개념 있어 보인다”고 발언해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이 밖에도 SNS 등을 통해 북한 핵개발을 옹호하고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대북 강경 기조에 비판을 일삼는 등 종북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김 회장의 이러한 정치 편향성은 광복회장 취임 이후 정점을 찍었다. 극단적 종북·반일(反日)주의로 협회 임원들과도 이념 문제로 잦은 갈등을 빚으며 분란을 일으켰다.

또한 지난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역대 국군 참모총장과 건국인사들이 모두 ‘친일파’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이어, 지속적으로 국립묘지 파묘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6.25 전쟁이 ‘민족해방전쟁’임을 부인하지 않겠다는 과거 속기록도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최근에는 1945년 대한민국 광복 이후 북한에 진입한 소련군을 ‘해방군’으로, 미군은 ‘점령군’으로 주장하며 야권의 공세가 집중됐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을 옹호하면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심지어 지난 5일 광복회는 협회 차원의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친일세력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유지했다’는 이 지사 말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역사적 진실”이라며 “친일, 미 청산과 분단 극복에 대한 고뇌가 없는 정치인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강변해 광복회 ‘정치 사유화’ 논란이 재차 불거졌다. 

광복회장의 ‘종북·반일’ 행보에 協 갈등 분출  

광복회 정관 제9조(정치활동 등의 금지)에 따르면 ‘협회의 구성원은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반대하는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김 회장의 극단적 정치 행보가 지속되면서, 협회 내부에선 정치 중립성을 지켜야 할 독립투사 후손 단체로서 정체성을 변질시키고 원칙을 위반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광복회장 탄핵을 주창한 협회 내부 조직인 ‘광복결사대’ 등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이념을 문제 삼는 광복회원들과 대의원, 지부0장 등 임원진들을 퇴출, 경질하고 김 회장에 우호적 인사들로 채워 넣는 등의 편파 행보를 이어갔다. 이런 김 회장의 협회 사유화 행보에 평소 불만을 품어 왔던 회원들의 분노가 분출되면서 협회 내홍이 가시화됐다.

지난 4월 11일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김 회장 멱살을 잡았던 김붕준 선생(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의장)의 손자인 광복회 김임용 씨가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지난달 28일에는 이문형 광복회개혁모임(이하 광개모) 대표 등 3명이 서울 여의도 소재의 광복회관 회장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인분을 뿌리는 사건으로 이어지며 협회 내분은 극에 치달았다. 광개모는 김 회장 모친이 허위로 독립유공자에 등록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김 회장을 반대해 온 단체다.

다음은 지난달 28일 광복회장실 인분 투척 사건 당사자인 이문형 광개모 대표와의 미니 인터뷰 일문일답. 이문형 광개모 대표는 국내 항일 비밀결사대(1942년부터 활동) 소속 이재선 선생의 아들이다. 

지난달 광복회장실에 인분을 투척하고 명패를 부순 이유는. 

▲김원웅 회장은 정치 중립성을 지켜야 할 광복회장으로서 광복회 정관을 무시했고, 우리 단체의 정체성을 크게 훼손했다. 또 중요한 것은 역사적으로 항일 투쟁을 했을 당시 근본적으로 나라를 지키는 데 있어서 좌익·우익이 없었다. 단지 나라를 되찾기 위한 일념과 애국심으로 투쟁하고 희생했던 고귀한 정신을 계승하고 받들어야 할 광복회가 특정 정치 이념에 매몰되는 것을 도저히 지켜볼 수 없었다.

김원웅 씨는 이념에 치우친 나머지 단체장으로서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 이는 매우 부적절하고 온당하지 못한 처사다. 이에 이번과 같은 일이 있었던 것이고, 현재 경찰서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협회의 정체성과 정신을 되찾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당당하다.

- 광복회에서 대의원을 역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4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 광복회장의 명패를 부순 것이 이번으로 3번째다. 처음 김원웅 회장의 명패를 부쉈을 당시 대의원 직에 있을 때인데, 김 회장이 상벌위를 소집해 8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지난 2019년 4월 광복회 대의원으로 임기를 시작했는데, 상벌위 회부로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져 2020년 1월 대의원 직을 그만뒀다. 8년 자격정지라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김 회장이 적어도 8년 연임을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 회장의 이념적 단체 사유화가 도를 넘자 대의원으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 명백히 협회 정관 9조에 정치 중립성에 대한 원칙이 적시되어 있는데도 저렇게 뻔뻔하게 협회를 갉아먹는 행태를 어떻게 가만히 두고 볼 수 있나. 이에 김원웅의 사과와 사표를 받으러 갔던 것이다. 이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김원웅의 지금과 같은 작태가 이어진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또다시 응징할 생각이다.

- 추가적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지금의 광복회는 김원웅 회장의 잘못된 행보에 직언을 하고 바로잡아 줄 만한 인사가 없다. 모두 김 회장의 편에 서서 하나의 ‘정치적 카르텔’로 변질돼 버렸다. 광복회개혁모임이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협회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는 것이 우리 역할이다.

김원웅 회장의 부친과 모친 모두 독립군 이력이 날조된 허위 서훈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공수처 고소를 통해 명명백백 밝혀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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