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주말 소환 노 대반격,‘천신일’ 정조준 확산

천신일 · 최시중 · 이상득

검찰의 칼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옥죄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아직 관련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소환을 미루고 있다. 하지만 오는 24, 25일경에 검찰 소환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퍼지고 있다. 이미 지난주 검찰은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 박연차 회장,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불러 대질심문을 마친 상황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첫 소환을 앞두고 확실한 카드를 준비하기위해 저인망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측 역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주에는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칼날에 노 전 대통령측의 방어와 반격이 무엇일지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적 고비마다 특유의 정면 돌파를 선택한 사람이 바로 노 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이에 여의도 및 서초동 주변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MB 정권 핵심 실세 3인방 천신일 세중나모회장, 이상득 의원, 최시중 방통위위원장중 1명을 겨냥해 일발 장전을 하고 있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퍼지고 있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 수사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박연차 회장이 100만달러(약 10억원 상당)를 지난 2007년 6월29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청와대 관저에서 건넨 부분이다. 이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은 “나는 몰랐고 부인이 받았다”는 주장이다. 권양숙 여사는 ‘빚을 갚는 데 썼다’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용처가 아들 건호씨에 유입됐다면 노 전 대통령이 몰랐을 리 없다며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다.

다른 하나는 박 회장이 지난해 2월 대통령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건넨 500만달러(50억원 상당) 부분이다. 검찰은 박 회장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연씨에 대한 투자는 퇴임 뒤 알았고 성격상 투자라고 생각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검찰은 아들 노씨가 이 돈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을 확인해 가고 있다.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중 이 돈을 인지했느냐의 여부가 관건이다.

검찰의 수사가 몸통을 향하고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을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소환을 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이다. 검찰 한 관계자는 “지난 주말을 전후해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할 계획이었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첫 소환인 만큼 확실한 물증이 나와야 한다”면서 “아직 관련 증거가 부족해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검찰, ‘노 첫 소환 큰 건 잡아야 한다’ 부담

실제로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연기한 것과 관련해 ▲ 전직 대통령 검찰 소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부족 ▲ 증거 불충분 ▲ 수수한 금액 소액(60억원 상당) ▲ 표적 수사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주 주말을 고비로 노 전 대통령의 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 역시 “4.29재보선전에 노 전 대통령을 한번 부르지 않겠느냐”면서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선거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집권 여당과 한나라당 또한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일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는 측근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데다 노 전 대통령의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에 비춰 방어만 할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아내와 아들이 연달아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자, “해명과 방어가 필요할 것 같다”며 정면 승부를 선언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자신감 뒤에는 검찰이 작년 12월 12일 박연차 회장을 조세포탈 및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여부를 사전에 인지해 박 회장과 사전 조율을 마쳤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나왔다.

‘대운하 전도사’로 유명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MB 정권 실세인 이상득, 정두언 의원과 접촉해 박회장 ‘구명로비’를 펼쳤다는 진술을 감안한다면 검찰 구속 여부를 사전에 아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관측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동기이자 친구사이인 천 회장과 박 회장이 평소 ‘의형제’라는 친분을 감안할 경우 구속 여부 및 정확한 날짜를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관건은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이 사전에 만났다면 어떤 대화를 했는지 여부다. 현재 양측은 만남 자체를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상황에서 자신의 후원자인 박 회장이 검찰에 구속될 경우 그 불똥이 노 전 대통령에게 튈 것이라는 것은 누가봐도 명약관화한 일일이다.

박 회장 구속전 ‘노무현-박회장 회동설’ 파다또한 검찰 수사 진행상황을 보면 노 전 대통령 일가 관련해 수사는 철저하게 ‘박연차의 입’에 근거해 진행중이다. 참여정부 핵심 실세나 여야 전 현직 국회의원들에 대한 ‘리스트’ 수사는 ‘여비서 리스트’, ‘국세청 리스트’, ‘박연차 리스트(일명 서초동 리스트)’ 등이 횡횡했지만 권 여사나 대통령 조카사위 연씨에 돈이 흘러간 점은 박 회장의 진술에 기대고 있다.

이는 향후 검찰 증거가 미진하거나 박 회장이 ‘진술’을 번복할 경우 그 후폭풍은 검찰과 MB 정권이 그대로 받아야한다.

나아가 박 회장이 검찰 압수 수색 당시 정관계 로비 내용을 담은 USB 메모리칩을 폐기하지 않고 압수수색 당시 순순히 노출시켰다는 점 역시 석연치 않은 구석이다. ‘장자연 자살’로 인해 ‘장자연 리스트’가 나돌 당시 해당 연예기획사가 기존 사무실을 미리 방문해 경찰 압수 수색을 대비해 관련 증거물을 폐기한 것과 대비된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의 회동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대비책은 무엇이었을까가 의문으로 남는다. 민주당측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하기는 무리겠지만 최소한 정권 핵심 인사를 걸고 넘어지지 않겠느냐”면서 “노 전 대통령 성향상 혼자 죽지는 않는다”고 내다봤다.

MB 정권 넘버 3를 구성한 인사들을 보면 우선적으로 지목되는 인사로 이상득, 최시중, 천신일 3인방이다. 별칭을 보면 정권의 핵심 실세라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이 의원의 경우 대통령의 형님으로 ‘만사형통’, ‘영일대군’, ‘상왕’으로 불리고 있다. 최 방통위원장은 ‘방통대군’, ‘MB 멘토(정신적 지주)’, ‘대통령 좌장’으로 알려져 있다. 천 회장 역시 대통령과 대학 동기로 ‘친구’이자 ‘대통령 복심’으로 일컫고 있는 인물이다.

이력을 보면 대통령과 친분이 더 분명해진다. 이 의원의 경우 두 말할 나위 없는 MB 정권의 핵심이다. 대한민국내 공식적인 자리에서 ‘명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오죽하면 대통령보다 높은 ‘서열 1위’라는 말마저 듣고 있다.

최 위원장은 대통령 형님 친구이자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부터 ‘대통령 만들기’위해 ‘올인’한 인사다.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배경이다. 천 회장은 고려대 61학번 동기로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특별당비 30억원’을 선뜻 내놓았고 고려대 교우회를 통해 조직 지원도 아끼질 않았다. 이 대통령은 그 보답으로 2007년 12월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부부동반으로 3인방을 초정해 만찬을 함께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 3인방중 한명이 검찰 소환을 당하거나 감옥에 갈 경우 그 후폭풍은 헤아리기 힘들다. 자칫 이명박 정권 레임덕을 가져오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잘 아는 노 전 대통령측이 이들 3인방 중 한명을 걸고 넘어갈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특히 박연차 회장과 친분이 깊은 천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주 타깃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다. 그 전조는 나타났다. 지난 4월 10일 MBC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박 회장이 2007년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후보가 경선을 벌일 당시 천 회장을 통해 수십억원을 건넨 단서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건넨 돈이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경선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 회장이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에 제공한 일종의 보험금 성격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방송은 전했다.

무엇보다 10일 언론 보도를 접한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의 행보 역시 예사롭지 않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대변인은 당시 이 대통령의 ‘아세안+3 정상회의’에 동반하기위해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성남 공항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 대변인은 막판 특별기에 오르기 직전 취소하고 청와대로 복귀했다.

이와 관련 이 대변인은 ‘장인의 건강문제 때문에 남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청와대에 출입하는 인사들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무엇보다 천 회장관련 MBC 보도를 보고 받은 이 대변인이 ‘여론 확산을 막고 축소 보도를 하기 위해 급히 돌아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초동 주변, 노무현-이명박 ‘빅딜설’ 솔솔

무엇보다 MBC조차 10일 특종 보도한 이 기사를 다음날 11일 아침뉴스에 방영되기전 30분만에 삭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MBC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청와대로부터 외압을 받았는지 알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보도국장에 대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 회장이 천 회장에게 수십억원을 경선 당시 제공했다는 기사는 주요 언론사에서 축소되거나 아예 게제되지 않았다.

청와대 출입하는 한 인사 역시 “정무수석이나 민정 수석실 등 굳이 이 대변인 말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왜 이 대변인이 굳이 공항에서 갑작스레 복귀할정도로 과민반응을 보인 이유을 알 수 없다”고 반문했다. 실제로 청와대 일각에서는 장인이 몸 상태가 안좋다는 해명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천 회장 보도에 대해 이처럼 청와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천 회장이 박 회장으로부터 수십억원의 돈을 받았다면 그 돈은 MB 정권 실세들에게 유입될 공산이 높다. 천 회장은 알려진 대로 대통령 형님인 이 의원뿐만 아니라 ‘대통령 멘토’로 불리는 최 위원장과 친하다. 자칫하면 지난 경선 불법 선거 자금으로 불똥이 이 대통령까지 튈 수 있는 사안이다.

무엇보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과 만나 이 돈의 성격과 용처 그리고 전달자를 알려줬다면 박연차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노무현-이명박 전현직 대통령간 ‘막판 빅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내놓고 있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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