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피움 봉제역사관’ 입구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입구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2층 상설전시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2층 상설전시실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서울에는 다양하고 독특한 명소, 그리고 장인(匠人)들이 있다. 일요서울은 드넓은 도심 이면에 숨겨진 곳곳의 공간들과 오랜 세월 역사를 간직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다녀온 곳은 1970년대 산업화를 계기로 꽃피우기 시작한 봉제 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종로구 창신동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이다. 

지하철 동대문역 인근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면 일반 주택들과 상점이 한데 섞인 사이로 ‘00사’라고 적힌 간판들이 한 집 건너 한 집으로 흔하게 보였다. 그 옆에는 ‘미싱사 구함’ ‘보조(시다) 구함’ 등 구인·구직 광고가 함께 붙어 있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골목길에 줄줄이 늘어선 오토바이와 다림질을 할 때 새어 나오는 스팀, 다양한 천들로 꽉꽉 채워진 쓰레기봉투까지. 이곳 창신동 봉제 공장 골목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종로구 창신동의 봉제 공장들은 나름대로 독특한 구조와 외형을 갖춰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 일반 가정집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택의 건물 지하부터 지상까지 모두 봉제 공장으로 이용하는 점포들이 꽤 많다. 봉제 공장이 즐비한 이곳에 봉제 산업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이음피움 봉제역사관’도 있다. 이곳을 가기 위해 몇십 개 점포를 지나는 동안 ‘전태일 재단’ 앞도 지나게 됐다. 평화시장 봉제노동자로 일하며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정신도 느낄 수 있었다.

창신동 봉제 골목 끝자락에 자리한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은 서울시가 2018년 국내 최초 도시재생 사업 일환으로 설립한 곳이다. 의류 봉제업의 역사와 가치를 다양한 전시와 체험 등으로 느낄 수 있는 역사·문화 공간이다. 독특한 이름의 ‘이음피움’은 실과 바늘로 천을 이어서 옷을 탄생시키듯 서로를 잇는다는 의미의 ‘이음’과 꽃이 피어나듯 소통과 공감이 피어난다는 뜻의 ‘피움’을 합친 의미다. 

봉제역사관 2층 상설전시실에는 창신동의 형성 과정부터 동대문 패션 타운의 기반이 된 계기, 산업화 이전의 봉제 산업, 여성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봉제 산업 역사 등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아울러 당시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생생한 사진과 독특한 디자인의 재봉틀 등은 관람객들의 이목을 끄는 포인트다. 

전시관은 더 많은 관람객들에게 봉제 산업 역사를 들려주기 위해 관련 개인 소장품도 전시하고 있다. 전시관 중앙에 설치된 고풍스러운 재봉틀의 기증자 전영희 씨는 “이 재봉틀로 처음 바느질해서 어머니께 칭찬 받았고 그 자신감으로 쉽지 않은 삶의 여정을 느리지만 반듯하게 계획한 대로 제 꿈을 이뤘습니다. 이 모든 것을 잘 이끌어 준 어머니의 재봉틀입니다. 늘 시간을 쪼개 싱거미싱 쓰다듬고 기름칠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라고 전했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3층 기획전시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3층 기획전시실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산업용 재봉기-성장, 발전, 그리고 미래’ 기획 전시가 오는 11월까지 열린다. 봉제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봉제 산업의 스마트화, 자동화 기계 개발 사례, 미래 트렌드 등이 소개됐다. 전시관 관계자는 “로봇이 모든 걸 대체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봉제 산업도 이에 발맞춰 가고 있다. 독일, 미국, 중국 등 봉제 산업 자동화 시스템이 발전돼 있는 국가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동화 시스템의 기초 기계인 ‘컴퓨터 패턴 제분기’라는 특수 기계로 직접 재봉을 체험해 볼 수도 있다. 관계자는 “컴퓨터에 원하는 모양의 패턴을 미리 입력시켜 놓으면 자동으로 만들어진다”며 “틀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세세하게 단추까지도 달 수 있다”고 말했다. 아래 지하 1층 바느질카페에서도 열쇠고리, 컵홀더 등을 제작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있어 일반 전시관에서보다 더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