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스님이 제자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스님 : 오늘은 너희들 공부가 얼마나 깊은지 알아보겠다. 새끼 새 한 마리가 있었느니라. 그것을 데려다가 병에 넣어 길렀느니라. 그런데 이게 자라서 병 아가리로 꺼낼 수 없게 되었는데 그냥 놔 두면 새가 더 커져서 죽게 될 것이고 병도 깰수 없느니라. 자, 이제 새를 구할 방법을 말해보거라. 새도 살리고 병도 깨지 말아야 하느니라.
제자 1 : 새를 죽이든지 병을 깨든지 둘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스님 : 미친 놈, 누가 그런 뻔한 소리를 듣자고 화두를 던진 줄 아느냐?

제자 2 : 새는 삶과 죽음을 뛰어 넘어서 피안의 세계로 날아갔습니다.
스님 : 쯧쯧쯧, 네놈도 제 정신이 아니구나.

제자 3 : 병도 새도 삶도 죽음도 순간에 나서 찰라에 사라집니다.
스님 : 니가 지금 하는 말의 의미는 아느냐?

다른 제자 한명이 현학적으로 대답했다.

제자 4 : 위상공간에서 유클리드 기하학이 어쩌고 3차원 벡터가 저쩌고…#%^&%^&(.
스님 : 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 앵무새 같은 놈, 참고서에 나온 글이나 달달 외다니.

제자 5 : 새는 병 안에도 있지 않고, 병 밖에도 있지 않습니다.
스님 : 뜬 구름 잡는 소리를 하고 자빠졌구나.

이에 제자들 이구동성으로 성토하기 시작했다.

제자들 : 큰 스님, 저희들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답이 있기나 합니까?
스님 : 암, 있지. 있고 말고… 나무아미타불….
제자들 : 큰 스님, 도대체 답이 무엇이옵니까?
스님 : 간단하다. 가위로 자르면 되느니라.

모두들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큰 스님 왈.

“패트병이었느니라.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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