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대구경북을 공략하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구경북 공략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대선 출마 선언 직후에도, 경선 당시 전국 순회 때도 대구경북 지역을 가장 먼저 방문했다. 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될 때도 대구경북을 공략했다. 궁극적으로는 국민의힘 핵심지역인 대구경북 표심을 움직여, 선거 막판 수도권 민심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볼 수 있다. 또 보수정당의 핵심 지역이라 불리는 대구경북에서 14년 만에 후보를 내지 못한 점을 파고드는 동시에 진보 진영에서 대구경북 출신 후보가 나왔다는 의미를 부각시키려는 의지로도 읽힌다. 그 이면에는 민주당 텃밭인 호남만으로는 대선 승리를 할 수 없다는 의미가 엿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5일 오전 대구 동구 대구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구·경북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21.09.05.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5일 오전 대구 동구 대구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구·경북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21.09.05.뉴시스

- 국민의힘의 ’ TK ‘이냐, 딜레마에 빠지다
비박계 휩쌓인 윤보다 안동 출신 , “바닥민심 심상찮다?”

2012년 총선과 대선, 그리고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핵심 참모들이 반복했던 말은 낙동강 벨트에서 승패가 갈린다였다.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 차기 대선 후보들은 호남의 지지 없이는 당선될 수 없다호남만으로는 안된다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호남이 대선 승리의 입구라면 대선 승리의 출구는 영남이라고 말한다. 진보진영의 대선 승리 방정식은 모두 호남 결집, 영남 갈라치기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을 구사한 인사는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5%대 지지도에 불과했던 노 전 대통령을 대선 입구에 올려놓은 것은 호남의 절대적 지지였다. 그리고 영남권에서 30%(부산 29.9%, 울산 35.3%, 경남 27.1%)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몰표를 저지, 대선 승리 출구에 다다랐다.

문재인 대통령도 19대 대선 때 영남권에서 30%대 후반(부산 38.7%, 울산 38.1%, 경남 36.7%) 득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호남 득표율이 60%대에 불과했으나 문 대통령이 낙승을 거둔 이유는 영남권의 지지였다. 영남권 표를 흩트릴 수 있는 영남 후보의 위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보수당, TK후보부재 ‘TK대망론틈새 노리는

과거 대선에서 부산울산경남 출신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울산경남을 공략했듯이 대구경북 출신인 이재명 대선 후보로서는 대구경북을 공략할 수밖에 없다. 과거 대선 결과가 말해주듯 영남권에서 일정부분 득표율을 올려야만 대선 승리 공식의 발판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전 포인트는 이재명 대구경북 공략이 미칠 파급력이다. 이재명 후보의 맞수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대구경북 출신이 아니다. 윤 후보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충남 공주 출신이고 논산에 파평 윤씨 집성촌이 있어 충청권 주자로 분류된다.

나아가 보수정당의 핵심 지역인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14년 만에 대구경북 출신 후보를 내지 못했다. 실제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홍준표, 유승민 후보 등 꾸준히 지역 출신 대선 후보를 냈고, 이번 대선에서는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각각 도전했지만 윤 후보에 패배하면서 지역 출신 대선 주자의 명맥이 끊겨 지역 정치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 후보가 상대의 본진을 겨냥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대구경북 공략에 방아쇠를 당긴 이 후보로선 대구경북 후보가 없는대선판에 대구경북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표를 받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셈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번 대선에서는 보수진영 대구경북 대망론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윤석열 후보가 대구경북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선대위 구성을 보면 주호영 의원이 조직본부장을 맡은 것 외에는 아직까지 눈에 띄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윤 후보가 대구경북을 잡은 물고기로 취급할 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로 지지가 옮겨가 여당 대구경북 대망론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후보의 대구경북 공략이 대구경북 갈라치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고향은 경북 안동이다. 이 후보가 대구경북 러브콜을 보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2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1.10.22.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2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1.10.22. 뉴시스

대선후보, 윤석열 선출되자 때마다 고향찾는

실제 이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방문지로 대구경북을 선택했다. 이 후보는 지난 71일 경북 안동을 찾아 대선 출마 선언 후 시민에 첫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대구경북 발전을 위해 수도권과 공정한 기회를 제시하기도 했다. 안동을 방문할 당시 이 후보는 공정하게 수도권과 지방이 균형발전하고 억울한 지역도 없도록 산업배치나 재정 배분·발전 전략에서 공평을 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해 달라감히 단언하건대 소외지역들이 더 이상 억울하지 않도록, 억울한 사람도 없는, 공정한 세상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나 자신보다 더 나은 정치인은 없다"고 단언했다.

출마 선언 후 첫 방문지로 고향 안동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영남의 선비 정신이 나의 모든 사회활동 에너지의 원천이었다. 또 부모님과 고향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선영과 고향을 한꺼번에 찾게 됐다부모님과 조상들이 잠들어 계신 선영이 있고, 내가 태어나 어릴 적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아마도 내 삶을 정리할 때도 이곳에 묻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역적 연고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는 세상과 정치구조가 바뀌어서 오히려 영남지역이 역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젠 정치인들이 어느 편 소속이냐를 따지지 말고 정말로 국민의 삶을 바꿔줄 수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하고 있는지, 또 우리 지역에 정말 도움이 되는 정치인인지로 판단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에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 후보가 대구경북 후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이재명은 예안 출신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확정되던 지난 5일에도 대구의 상징인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특히 이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우호적으로 언급한 것도 대구·경북 민심용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후보는 최근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 제조업 중심 산업화의 길을 열었듯,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 후보가 대구경북 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 후보의 서문시장 방문은 예정에 없던 일정을 만들어 실행에 옮긴 것이라며 대구 보수의 상징인 서문시장 방문 때 캠프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큰 호응이 나와 솔직히 나조차도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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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총선에서 대구에서 당선된 홍의락 전 의원도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 가운데 최초의 대구경북 출신이기 때문에 과거 후보들에 비해 확실히 대구경북과 소통하는 법을 잘 알고 있다대선 기간 내내 이 후보가 대구경북 지역민들과 진심으로 소통한다면 문 대통령이 대구경북에서 받았던 득표율을 넘어 전체 대선 결과에 영향을 줄 정도의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창달 이재명 캠프 합류, TK 선전

대구‧경북 출신 보수 원로인 박창달 전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11월25일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뉴시스
대구‧경북 출신 보수 원로인 박창달 전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11월25일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뉴시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후보를 향한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여당 대구경북 대망론에 힘을 실어주자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대구에 지역구를 두고 있으며 2030의 지지를 받았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윤 후보에게 패배한 데다 윤석열 후보 처가 리스크 등에 실망한 인사들이 적잖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윤 후보에게 실망했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박창달 전 의원이다. 박 전 의원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의 경선 캠프에서 대구경북 선대위 총괄본부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국민의힘 탈당 당시 오랜 기간 당을 지켜온 수많은 당원들이 지금의 국민의힘이 보수정당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하고 있다. 너무 혼란스러워한다마치 당 분위기가 떴다방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김종인 등 그런 분들이 아니더라도 우리 당에는 훌륭하고 능력 있는 분들이 많다며 선대위 구성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후 박 전 의원은 이 후보 선대위에서 대구·경북 미래발전위원장 겸 대구·경북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박 전 의원이 이 후보 선대위에 합류함에 따라 대구경북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 탓에 이 후보의 대구경북 지지율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따르면 대구경북에서 이 후보는 19.7%, 윤 후보는 59.3%였다. 이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거둔 대구경북 지지율보다 다소 높은 지지를 받았다.

윤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받았던 지지율보다는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선택 유보층이 줄어들고, 박 전 대통령만큼 압도적 지지세를 대구경북 지역에서 윤 후보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이 후보가 대구경북에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연 대구경북 지지가 변화할지, 그 민심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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