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지고 싶어하는 불임부부가 있었다. 남편에게 아기 씨를 만드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 결국 부부는 대리남편을 이용하여 씨를 받기로 합의했다. 대리남편이 오기로 한 날 남편은 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 약 30분 뒤면 그 남자가 곧 도착할거야. 나는 나가서 한잔 걸치고 올테니 꼭 성공해야해”

약 30분 뒤, 오기로 한 대리남편 대신 집집마다 다니며 아기 기념사진을 찍는 사진사가 하필이면 이 부부 집의 초인종을 누르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저는 아기……”
“아니, 설명안하셔도 되요. 안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래요? 잘 됐군요. 저는 아기와 관련된 것을 전문적으로 한답니다”
“어서 들어와 앉으세요. 그런데 어떻게 시작해야 되죠?”
“일단 제게 모든 걸 맡겨만 주세요. 저는 대개 욕실에서 두 번, 소파에서 한번, 침대에서 서너번 작업을 해 봅니다. 거실 바닥도 아주 좋아요. 완전히 활개치도록 넓은 공간을 활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죠”

사진사가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욕실과 거실바닥에서? 그 동안 우리 부부가 애를 못 만든 이유가 있긴 있군…’
하고 부인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진사가 계속 설명했다.
“때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순 없지만요, 여러 가지 자세를 취하게 한 후 한 예닐곱번 다른 각도로 작업하면 확실히 그 결과에 만족하실 겁니다.”
“어머나, 그렇게나 많이…해……요?”
“우리 일은 시간이 넉넉해야 한답니다. 물론 사모님이 그 정도에는 실망하시겠지요. 잘 압니다”
이윽고 사진사가 가방을 열고 아기 사진첩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이 아기는 시내버스 위에서 작업한 거구요, 그리고 이 쌍둥이는 아주 잘 나왔어요. 애 엄마는 아주 비협조적이었었는데, 그걸 감안하면 정말 잘 나온 셈이죠. 일을 잘 끝내기 위해 결국 그 엄마를 서울대공원까지 데려가야 했으니까요. 사람들이 구경하려고 둘러싸서 서로 밀치고 야단이었죠.”

부인이 놀라 눈이 휘둥그래졌다.

“자, 사모님 이제 준비 되셨으면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삼각대를 준비하겠습니다”

“삼각대라니요??!”

“아 예, 사모님. 제 연장을 걸려면 삼각대가 있어야 된답니다. 너무 커서요. 장시간 작업하면서 손으로만 받치기는 너무 힘들어요.”

부인은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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