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인 이재명씨가 한 유명한 말이 하나 있다. “존경하는 박근혜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이후 네티즌들은 이 말을 비꼬아서 총각이라 했더니 진짜 총각인줄 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 말하니, 진짜로 존경받는 줄 안다”, “사과한다 했더니 진짜로 사과한 줄 안다" 와 같은 패러디를 쏟아냈다. 이에 대해 당사자는 말은 맥락이 있는데 맥락을 무시하는 것이 문제이다.” 라는 조금 난해한 해명을 했는데, 쉽게 말해 속은 놈이 바보라는 뜻이었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2030년 감축목표인 40%는 부족하다면서, 자신은 50%로 상향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는 진짜로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말일까? 진심을 알려면 그의 말대로 전체 맥락을 봐야 한다. 후보의 에너지 특사는 반핵운동가 출신의 양이원영 국회의원인데, 그는 과거 핵융합을 실현시키는 일은 지구에서 태양을 구현하겠다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라는 주장을 했다. 이는 기술적 난이도와 무관하게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므로, 많은 학자들에게 과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이나 양이원영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탈원전반대 활동가이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스승인 김익중 교수의 멘토이다.

결국 양이원영의 훈수를 받는 후보가 추진하는 에너지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 정책을 승계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전국토에 태양광을 열심히 깔면 원전과 석탄을 모두 없애도 된다는 믿음이 있다. 실례로 지난 11월에 정부가 확정한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핵심은 연간 태양광 발전량을 700TWh로 확대하여 원전과 석탄을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인 550TWh 보다 많은 전기를 태양광으로 생산하려면 서울시의 5배 면적의 토지를 태양광으로 도배해야 된다.

그런데 태양광은 우리나라가 보유한 자원, 기술력, 기후특성을 고려할 때 타당한 에너지일까? 사실 우리나라는 태양광 패널을 만들 수 있는 고품위의 실리콘 정광이 거의 없어, 중국에서 석탄발전소의 전기로 녹여 만든 메탈실리콘을 수입한 후 2차 가공해서 태양광 패널을 만든다. 그래서 중국의 석탄발전소가 전기를 못 만들면 태양광 원자재 값이 높아져 국내 태양광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된다. 그럼에도 굳이 중국산 태양광 패널을 깔아놓으면 여름에는 비가 많이 와서 못 돌리고, 겨울에는 춥고 눈이 내려 무용지물이 된다. 이런 전력생산의 간헐성은 기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어서, 태양광의 발전비중을 제한하거나 동일 용량의 백업 전기를 확보하지 못하면 전력계통이 교란되어 정전을 유발한다.

이렇듯 문재인정부나 후보가 추진하고자 하는 태양광에 의존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많은 부작용을 수반하지만, 어쩌면 실현 가능성도 없는 환타지 소설일지 모른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제시된 암모니아를 활용한 무탄소 신전원은 예수님이 보여주신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과 같고, 동북아 그리드는 미중러가 하나되는 전세계 통합국가의 등장을 상징한다. 이런 판타지 소설을 과학의 잣대로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마 후보는 이렇게 말할 듯하다. “탄소중립 한다니까, 진짜로 할 줄 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한다면 판타지 소설인 걸 알아야지.”

그런데 어떡하면 좋을까. 눈치 없으신 문재인 대통령께서 작년 11월의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하신 후, 한국은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를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을 하셨다. 이 약속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인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라 부르는데, 미이행시 기후 사기꾼이라는 오명은 물론 국제무역에서 어떤 제재를 받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일까. 국제사회는 NDC의 달성수단으로써 무탄소 전원인 원전을 권장한다. EU는 친환경 사업에 금융 및 세제지원을 주는 그린 택소노미 초안에 원전을 포함시켰고,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도 원전을 청정에너지 기준에 포함시킨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우리도 이제 원전을 확대해 NDC를 달성하는 수밖에 없다. 판타지를 이해 못한 채 탄소중립의 퇴로를 끊은 문대통령의 눈치 없음은 더 이상 탓하지 말자. 이제 남은 선택은 아직도 판타지 세계에서 태양광 타령하는 후보를 뽑을지, 탄소중립을 진지하게 실천할 대안에 투표할 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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