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보유국국어사전은 물론 백과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보유국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말뜻을 알아 차린다. 아마 5년이고 10년이고 지나면 문재인 보유국이라는 말이 정식으로 우리 국어사전, 백과사전에 오르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문재인 보유국의 원뜻은 무엇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한창 인기가 높았을 무렵, 그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진 것 없는 정치인들이 회자시킨 말이 문재인 보유국이다. 그리고 거기에 부화뇌동한 맹목적 문재인 지지자들이 SNS를 활용하여 세간에 널리 퍼뜨린 말이 문재인 보유국이다.

마치 서동요를 퍼뜨려 선화공주를 얻은 백제 무왕처럼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얄팍한 상술에서 나온 말이 문재인 보유국인 것이다. 물론 그러한 말이 통할 정도로 초기 문재인 대통령은 인기도 있었고 그러한 인기를 얻게 만든 업적도 있었다.

힘의 논리가 만연한 국제사회에서 석유 등의 천연자원이 거의 없어 원유 보유국도 아니고, ‘핵 보유국의 지위를 가질 수도 없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인적 자원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런 차원에서 문재인 보유국이 국제사회에서 원유 보유국이나 핵 보유국들보다 더 높은 국제적 위상을 갖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마치 우리 국민들이 ‘BTS 보유국의 위상으로 셰익스피어 보유국인 영국이나 세르반테스 보유국인 스페인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 것처럼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임을 선출하기 위한 대통령선거가 한 달 남짓 남은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여전히 문재인 보유국은 우리의 자랑인가? “국민의힘은 문재인 보유국을 조롱하고, 민주당은 원더 건희를 조롱한다. 그리고 중도는 두 집단을 보고 뒷 목을 잡는다.” 블로거 남쵸님의 문재인 보유국과 원더 건희는 서로의 병신 거울이다라는 글의 일부 내용이다. ‘문재인 보유국이라는 말이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증좌(證左)이다.

코로나 19가 엄습한 이후 3번째 설을 맞았다. 방역수칙을 모범적으로 준수하여 조용히 성묘를 다녀오고, 친인척들은 찾지 않았다. 예년 같으면 다가오는 대통령선거 얘기로 불꽃 튀는 토론이 벌어질 만도 했지만, 그런 수고스러움을 모두가 원하지 않는 것 같아 생략한 것이다.

코로나 19의 기세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도무지 꺾일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국정운영 지지율보다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높기는 하지만, 임기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현재까지도 40%대의 국정운영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계속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매우 자의적으로 분석했지만, 그런 자의적 분석이 가능한 것도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 덕분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정권재창출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론은 정권재창출론보다 10~20% 정도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보다 낮은 수준에서 박스권에 갖혀 있다. 이 또한 예사롭지 않다.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의 합동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는, 안철수 후보의 문재인 정권의 후계자가 아니냐는 질문에, “후계자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매우 잘못된 부족한 정책이었다, 답하는 등 문재인 대통령을 직격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나왔다. 뒤늦게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자신의 대통령 당선과는 하등 무관하다고 깨달은 결과일 것이다. 비록 깨달음은 늦었지만, 기회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가장 믿었던 사람의 내부총질을 피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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