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행위태양
유사강간죄는 구강성교(oral sex)와 항문성교(anal sex)를 주된 대상으로 삼고 있으므로, 타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성기를 빨게 하거나 타인의 항문에 자신의 성기를 넣는 행위는 유사강간죄가 성립된다. 또한 타인의 성기나 항문에 손가락이나 발가락 등 신체의 일부를 넣거나 도구등을 넣는 것도 처벌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따라서 타인의 입 안에 손가락, 발가락, 혹은 성기구 같은 도구를 넣는 행위는 강제추행죄는 성립될지 몰라도 유사강간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통상 유사강간죄가 성립되려면 폭행이나 협박이 먼저 이뤄지지만 기습적인 유사강간죄도 성립될 수 있다. 예컨대 마사지사가 손님을 마사지 하다가 손님의 성기나 항문에 갑자기 손가락을 집어넣은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도14099 판결).
 
☞ 남자 찜질방에서 벌어진 ‘똥침’ 사건

필자가 변호사로서 최근에 변론했던 사건으로 요지는 이렇다. 40대의 중년의 남성 피고인이 새벽에 남성용 찜질방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런데 당시 피고인의 옆에 60대 후반의 피해자인 노신사가 같이 잠을 자고 있었는데, 피해자는 잠을 자던 중 항문이 따끔해서 잠을 깼고, 일어나 보니 피고인이 옆에서 옷을 다 벗은 채로 앉아있었던 것이다. 피해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피고인을 끌고 카운터로 내려와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문에 손가락을 넣었다”라는 내용으로 경찰에 신고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징역형밖에 없는 유사강간죄로 기소되었는데, 문제는 피고인은 집행유예 결격자로서 죄가 인정될 경우에는 무조건 실형을 살아야 하는 딱한 입장이었다. 이런 사안이 예전 같으면 강제추행죄로 기소되어 합의만 하면 공소 기각되고, 설사 합의가 안 되어도 벌금형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유사강간죄가 신설되면서 징역형밖에 없기 때문에 문제였다.

필자는 피고인을 변호하면서 두 가지 전략을 세웠는데 첫째는 당시 피고인은 잠을 자다가 잠결에 비몽사몽간에 행한 행위로서 심신상실 상태였다는 주장이고, 둘째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문을 만진 것은 사실이나 손가락을 항문 안에 집어넣었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성폭법 제20조에 의하면 ‘성범죄사건의 경우 법원에서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까지 있다. 그래서 필자는 첫 번째 주장, 즉 심신상실 상태로 무죄라는 주장은 사실 어지간해서는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필자는 하는 수 없이 두 번째 방어전략, 즉 피고인의 손가락이 피해자의 항문 안에 들어갔는지 여부를 밝히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만약 피고인의 손가락이 피해자의 항문에 삽입된 것이 아니라면 유사강간죄가 아닌 강제추행죄로 의율될 수 있으며, 그 경우 벌금형이 있어 집행유예 결격자인 피고인이 실형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수사기록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다행히 경찰에서의 피해자에 대한 조서 내용 중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항문이 얼얼한 것으로 보아 저 사람의 손가락이 제 항문에 삽입된 것 같습니다”라고 자신 없이 추측성 진술을 한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피해자를 증인 신청하여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신문하였는데, 피해자는 법정에서 “자신은 항문이 따끔해서 잠에서 깨었는데 당시에는 피고인이 옷을 벗고 있고, 피해자의 반바지가 무릎아래까지 내려가 있어 흥분한 상태에서 피고인이 손가락을 항문에 넣은 것으로 신고하였지만 정확하게 삽입되었는지는 모르겠다”라고 증언한 것이다. 필자는 피해자의 증언을 토대로 유사강간죄에 대해 무죄를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검찰에서는 고민 끝에 “피고인이 손가락으로 피해자의 항문 주위를 찔렀다”라고 강제추행죄로 공소장을 변경하였고, 결국 법원에서 피고인에 대해 강제추행죄로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이와 같이 유사강간죄가 신설되면서 손가락이 항문 안에 조금이라도 들어갔는지 여부에 따라, 징역형과 벌금형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었다.
 
Ⅳ. 강제추행죄

1. 법 규정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298조).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의 경우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아청법 7조 3항).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사람일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5 (성폭법 7조 3항). 피해자가 장애인일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성폭법 6조 3항). 피해자가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의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성폭법 5조 2항).

2. 강제추행 행위
강제추행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성적 가해행위로서 강간이나 유사강간을 제외한 행위를 의미한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에 있어 추행이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인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행위의 상대방인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어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1도8805 판결). 예컨대 상대방의 성기, 엉덩이, 유방, 허벅지 등을 만지는 행위, 속옷을 벗기는 행위, 강제로 키스를 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하지만 최근의 대법원판결을 살펴보면, 갈수록 강제추행죄에 있어 피해 대상 신체부위를 폭넓게 해석하는 경향이다. 피해자의 성적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 참조). 그 결과 아래 ‘사례별 연구’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손등을 만지거나 헤드록을 하는 행위도 경우에 따라서는 강제추행죄가 성립된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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