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야권후보 단일화 이슈는 이번 대통령선거의 향방을 결정짓는 최대 이슈였다. ‘정권교체론을 지지하는 많은 유권자들의 뜻을 오롯이 모을 수 있는 방법이 야권후보 단일화였기 때문이었다. 미세먼지 속에 갇힌 듯했던 야권후보 단일화 이슈가 해결됐다. 3일 안철수가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후보를 사퇴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대선후보로 등록하면서 야권후보 단일화 이슈를 꺼내든 사람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였고, 일주일 후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의 반응이 없다며 돌연 단일화 중단을 선언한 사람도 안철수 후보였다. 지난 주말 단일화 합의 일보 직전에서 발길을 돌린 사람도 안철수 후보였고, 3일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면서 후보 사퇴극을 완성한 사람도 안철수 후보였다.

2주 전 본 지면에서 윤석열의 연기력이 이번 대선 결과를 좌우할 중요한 열쇠라고 지적했지만, 안철수의 연기력에 비하면 윤석열 후보는 하룻강아지.

복선은 있었다. 안철수 후보와 그의 부인 김미경씨는 지난달 28, 전북 고창의 전통시장 유세에서 김미경씨가 지지자들에게 완주합니다. 반드시라고 하자, 안철수 후보는 저희 둘 다 마라톤 풀코스 3번 완주했습니다.”라며 대선 완주 의지를 다지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말의 본뜻은 3번은 완주(完走)했지만 그 이상을 페이스 메이커로 안주(安住)했다는 뜻이었다. 안철수 후보의 기막힌 연기력이다. 관종(關種)들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세다.

안철수 후보의 사퇴극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유권자들이 분노했다. 윤석열 후보 지지자들은 안철수가 후보사퇴를 놓고 거래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분노했고,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은 착한 안철수젊은 꼰대이준석에게 온갖 모욕을 당하는 것 같아 분노했으며,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안철수 후보의 야권후보 단일화 결렬선언에 편승해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위성정당 금지, 대통령 중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을 의결했지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의 개망신을 당했기 때문에 분노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구 달성군에 마련된 박근혜 사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대구경북미래발전위원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님의 쾌유를 기원드리며, 대구에 오심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건 사실에 분노하는 사람들, 광주에 간 안철수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에 대해 제 생각이 짧았다. 여기서 사죄드린다.”는 허무맹랑한 발언에 분노하는 사람들, 윤석열 후보의 총괄선대위원장이었던 김종인의 여야를 넘나드는 엽기적 정치행태에 분노하는 사람들, 환갑이 지나서도 근거 없는 발언으로 화를 자초하는 촉새유시민에 분노하는 사람들, 역대급 엑스맨을 자처하는 송영길과 이준석 양당 대표의 국민분열을 촉발하는 언동에 분노하는 사람들, 이들의 분노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정치는 분노를 수렴하는 행위이고 이는 선거를 통해 이루어진다. 정치 쓰레기에 대한 분노, 쓰레기 정치인에 대한 분노, 이러한 분노의 쓰나미를 정치과정에서 어떻게 수렴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해결될까? 아니다. 절대 아니다.

헌법 제673항은 대통령후보자가 1인일 때에는 그 득표수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아니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1871항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유효투표의 다수를 얻은 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하고, 이를 국회의장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하여 복수 후보일 경우의 유효투표율, 유효득표율에 대한 규정이 없다. 복수 후보가 출마한 이번 대선에서 당선된 후보가 1인 후보일 때보다 유효투표율이 낮은 가운데 당선된다면? 유권자의 분노를 선거보이콧으로 현실화한다면? 대한민국 정치는 윤석열이나 이재명이 대통령이 될 때보다 더 좋은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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