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의 판단은 원심과 달랐다.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4. 26. 2001도2417 판결; 2002. 8. 23. 선고 2002도286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30대 초반의 가정을 가진 남성인 데 반해 피해자는 20대 초반의 미혼 여성인 사실, 피고인과 피해자가 함께 근무하는 A 주식회사의 서울지사는 같은 계열 회사인 E 주식회사의 서울지사와 40평 가량 되는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두 회사 직원은 전부 합하여 10여 명 정도로서 피해자와 D는 각각 A 주식회사와 E 주식회사 서울지사의 유일한 여직원인 사실, 피고인의 직장 상사들도 피고인이 A 주식회사의 회장 및 대표이사의 조카라는 점 때문에 그가 동료나 부하직원들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의 어깨를 주무르게 하는 것을 제지하지 못하였다. 

피해자도 이러한 사정 때문에 어깨를 주물러 달라는 직장 상사인 피고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여러 차례 이에 응하여 준 사실, 피고인은 2002. 4. 중순경 평소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에게 어깨를 주물러 달라고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자 곧바로 등 뒤로 가 양손으로 피해자의 어깨를 서너 번 주무르다가 피해자의 반발로 이를 그만 둔 사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의 어깨를 주무르는 것에 대하여 평소 수치스럽게 생각하여 왔었는데 피고인이 등 뒤에서 자신의 어깨를 주물렀을 때에는 온 몸에 소름이 돋고 피고인에 대하여 혐오감마저 느꼈다고 진술한 사실(수사기록 제2책 제2권 제160면), 피고인은 그 뒤인 2002. 4.경 및 같은 해 5. 11. 두 차례에 걸쳐 A 주식회사의 서울지사 사무실에서 피해자를 갑자기 껴안았고(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성폭법 제11조 제1항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유죄를 인정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상고를 하지 아니하여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러한 일들이 겹치자 피해자는 A 주식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여성에 대한 추행에 있어 신체 부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인데, 위에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의 어깨를 주무르는 것에 대하여 평소 수치스럽게 생각하여 오던 피해자에 대하여 그 의사에 명백히 반하여 그의 어깨를 주무르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소름이 끼치도록 혐오감을 느끼게 하였고, 이어 나중에는 피해자를 껴안기까지 한 일련의 행위에서 드러난 피고인의 추행 성행을 앞서 본 추행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는 20대 초반의 미혼 여성인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도덕적 비난을 넘어 추행행위라고 평가할 만한 것이라 할 것이고, 나아가 추행행위의 행태와 당시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범의나 업무상 위력이 행사된 점 또한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고 말았으니, 거기에는 성폭법 제11조 제1항에서의 ‘추행'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이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 판례평석
위 사안은 앞서 기습추행 파트에서 설명한 여자의 쇄골부위를 손가락으로 순간적으로 찌른 것이 강제추행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례(대구지법 2012. 6. 8. 선고 2011고합686)와 비교된다. 즉 여자의 어깨를 주무른 행위와 쇄골을 찌른 행위는 언뜻 보면 그 부위가 그다지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에 있어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두 사안을 비교해 볼 때, 쇄골부위 찌른 사안은 성적인 의미가 없었고 시간도 아주 짧아 추행의 범의가 인정되지 않는데 반해, 직장상사가 부하 여직원의 어깨를 주무른 사안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장기간 계속적으로 행해졌고, 그것 말고도 기습적으로 피해 여성을 포옹까지 한 행위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성적 의미가 있어 가해 남성에게 추행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위 두 사안을 비교해 볼 때 법원은 추행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단순히 접촉한 신체 부위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당시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두 판례 모두 구체적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바. 여직원을 헤드록 한 행위는 강제추행 성립
▶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도7981 판결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8. 5. 3. 18:45경 서울 강남구 ‘○○○' 음식점에서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의 직원인 피해자(여, 27세) 등과 함께 회식을 하며 피해자의 결혼 여부 등에 관하여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왼팔로 피해자의 머리를 감싸고 피고인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겨 피해자의 머리가 피고인의 가슴에 닿게 하고 주먹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2회쳤다. 이후 피고인은 다른 대화를 하던 중 “이 년을 어떻게 해야 계속 붙잡을 수 있지. 머리끄댕이를 잡고 붙잡아야 되나.”라고 하면서 갑자기 손가락이 피해자의 두피에 닿도록 양손으로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고, 이후 갑자기 피해자의 어깨를 수회 치며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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