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된 정부 집무실…尹 취임 맞춰 청와대 개방
공개된 ‘최고 권력자의 공간’…건물 내부 관람은 아직
‘대통령 집무 공간’ 본관부터 ‘거주용’ 관저까지
대정원‧녹지원‧춘추관 헬기장 등에서는 행사‧공연도 개최

청와대 본관 전경. [이하은 기자]
청와대 본관 전경. [이하은 기자]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지난 5월 10일, 용산 국방부 청사로 집무 공간을 옮긴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일에 맞춰 청와대가 대중에 개방됐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내내 베일에 싸여 있던 청와대가 74년 만에 공개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관람 신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신청자 수가 230만 명을 넘어가는 등 국민적 관심이 이어지자, 대통령실은 당초 22일까지로 예정됐던 관람 기간을 다음달 11일까지로 연장하고 추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관람 행사가 계속되고 있는 청와대를 지난 11일 일요서울이 직접 방문해 봤다.

사람들의 관심을 입증하듯, 청와대는 그 인근부터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청와대 안과 출입구 근처에는 청와대 관람 행사 부스들이 여러 군데 설치돼 있었다. 청와대 안은 놀이공원을 방불케 할 만큼 사람들로 붐볐다. 곳곳에 배치된 직원들은 원활한 관람을 위한 안내 활동을 벌였다.
 
청와대에서 건물 내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였다. 정원들 중에서는 공연이나 행사가 열리는 곳도 있었다. 관람객들을 위한 휴식 공간이나 화장실도 여러 군데 설치되어 있었다.

청와대 본관. [이하은 기자]
청와대 본관. [이하은 기자]

청와대 ‘핫플레이스’ 본관…공연 열리는 녹지원

경복궁 신무문 맞은편에 위치한 청와대 정문으로 들어서면 널찍한 대정원과 함께 자료 화면으로 익숙하게 보아 왔던 청와대 본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본관은 대통령의 집무와 외빈 접견 등에 사용되던 공간으로, 지난 1991년 전통 궁궐 건축 양식을 바탕으로 신축된 건물이다. 본관은 청와대 내 여러 건물들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집중된 곳이기도 해서, 이곳 앞에서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개방 첫날 종묘제례악 공연이 열렸던 본관 앞 대정원은 이날은 별다른 행사 없이 비어 있는 모습이었다.

청와대 녹지원. [이하은 기자]
청와대 녹지원. [이하은 기자]

본관과 정문 사이에 동쪽으로 난 널찍한 길로 들어서면 나무들이 울창하게 드리워져 있어 더운 날씨에도 선선한 바람과 함께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길을 따라 걸으면 청와대 경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녹지원의 모습이 보인다. 드넓은 잔디 정원은 120여 종의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고, 170년 이상의 세월 동안 청와대를 지켜 온 한국산 반송도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녹지원에서는 관람객들을 위한 공연이 열리기도 하는데, 이날은 판소리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녹지원을 지나면 좌우로 나뉜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다. 우측의 내리막길로 내려가면 춘추관을, 좌측의 오르막길을 택하면 상춘재와 침류각, 대통령 관저를 만나볼 수 있다.

청와대 춘추관. [이하은 기자]
청와대 춘추관. [이하은 기자]

‘청와대 기자실’ 춘추관…헬기장은 공연·휴게 공간으로

청와대 동쪽 끝자락에 위치해 여러 건물들 가운데서도 중심부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춘추관은 청와대 출입 기자들의 업무 공간으로 쓰이던 곳이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열리던 곳도 이곳이다.

청와대 춘추관 헬기장. [이하은 기자]
청와대 춘추관 헬기장. [이하은 기자]

춘추관 앞 헬기장으로 쓰이던 잔디 정원에서는 전통 줄타기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공연 공간 주변으로는 관람객들이 쉬어갈 수 있는 텐트형 그늘막 수십 동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곳에 자리를 잡고 공연을 관람하기도 하고, 그늘막 안에 누워 휴식을 취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청와대 침류각. [이하은 기자]
청와대 침류각. [이하은 기자]

귀빈 접객용 상춘재…문화재 지정된 침류각

완만한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또 한 번 세 갈래로 나뉜 길을 마주하게 된다. 우측에는 침류각이 위치하고 있고, 좌측 내리막길로 가면 상춘재, 그대로 길을 오르면 대통령 관저에 도착할 수 있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 103호에 지정된 침류각은 경복궁 후원에 연회를 베풀기 위해 지어진 건물이다. ‘흐르는 물을 베게로 삼는다’는 뜻의 ‘침류’라는 이름이 붙은 이 건물은 지어진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고, 1989년 대통령 관저를 신축하면서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게 됐다.

청와대 상춘재. [이하은 기자]
청와대 상춘재. [이하은 기자]

내리막길을 따라 가면 나타나는 상춘재는 녹지원 뒤편에 위치해 녹지원을 둘러싼 길을 걸어서도 도착할 수 있다. 이곳은 국내외 귀빈들을 위한 의전 행사를 진행하던 곳으로, 1983년 청와대 경내에 지어진 최초의 한옥 건물이다.

청와대 대통령 관저. [이하은 기자]
청와대 대통령 관저. [이하은 기자]

대통령 가족 거주하던 관저…생활용 본채·접견용 별채로 구성

상춘재나 침류각으로 빠지지 않고 길을 오르면, 대통령 관저로 들어서는 철문이 나타난다. 철문을 지나 걸으면 비로소 대통령 관저가 모습을 드러낸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대통령과 그 가족들이 거주하던 공간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 관저는 생활 공간으로 쓰이던 본채와 접견 행사를 위한 별채로 구성되는데, 본채는 ‘ㄱ’자 형태이며 본채와 약간 떨어진 위치에 자그마한 별채가 자리잡고 있다.

청와대 대통령 관저. [이하은 기자]
청와대 대통령 관저. [이하은 기자]

관저를 나와 본관 쪽으로 난 내리막길을 걸으면 작은 인공 연못과 청와대 본관이 내려다보이는 정원을 갖추고 있는 수궁터를 만날 수 있다.

청와대 영빈관. [이하은 기자]
청와대 영빈관. [이하은 기자]

국빈용 공식 행사장, 영빈관

청와대 본관에서 서쪽 방향의 길로 들어서면 국빈 방문 시 공식 행사장으로 쓰이던 영빈관이 자리하고 있다. 경내 많은 건물들이 한옥 양식으로 지어진 것과 달리, 이 건물은 현대식 건물로 지어졌다. 영빈관은 외국 정상이 방한했을 때 공연이나 만찬 등이 진행되던 장소이기도 하고, 1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회의가 진행되던 곳이기도 하다. 

청와대 정문. [이하은 기자]
청와대 정문. [이하은 기자]

경내 문화유적도 상당수…미남불·오운정·칠궁 등

경내 산책로를 거닐다 보면 만나게 되는 유적들도 청와대 관람의 묘미다. 특히 대통령 관저 뒤편의 산책로를 이용하면 오운정과 석불좌상 등 유명한 문화재들을 구경할 수 있다.

청와대 경내 문화유적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미남불’로도 불리는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이다. 이 석불좌상은 통일신라 시대의 불상으로, 9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 정자인 오운정은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중건 당시 건립한 것으로 알려지며, 현판 글씨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것으로 알려진다.

청와재 서쪽에는 조선시대 왕을 낳은 후궁들의 위패를 모신 칠궁이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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