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됐다. 수많은 기록을 남겼던 20대 대통령 선거를 뒤로하고 21대 대선을 겨냥한 차기 잠룡들도 마스터플랜을 본격적으로 가동시켰다. 대선 후 일정 정도의 휴지기를 가졌던 과거 대권주자들과 달리 차기 잠룡들은 일찌감치 정치 현장에 복귀에 차기 대권을 위한 기반 다지기에 나선 모습이다. 차기 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차기 잠룡들의 행보에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
뉴시스

-나를 잊지 마시오이재명·안철수·김동연 지선·보선출마, ‘초고속 재등판
- 차기대권 유리한 판짜기, ‘갖가지 셈법계산 분주지선성과 명운 걸려

과거 치열했던 대선 게임에서 종료 휘슬이 울리고 난 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장면은 대권을 거머쥐는데 실패한 대권 주자들의 눈물 흘리는 퇴장이었다. 대선 본선에서 고배를 마셨든 중도에 레이스에서 하차를 했든, 대선 경선마저 통과하지 못했든 대부분의 대권주자들은 민심을 얻지 못한 자신의 책임을 탓하며 일정 기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이번 20대 대선 레이스가 끝난 후의 모습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당내 대선 경선에서 패배했던 주자들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곧바로 또다른 도전에 나섰고, 대선 본선에서 중도 하차한 주자들도 곧바로 다음 플랜 가동에 돌입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에게 석패한 2위 주자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도 대선 패배 후 두 달 만에 초고속으로 정치 전면에 복귀했다.

이번 대선 결과 1·2위 후보 간 득표율이 0.73%포인트 차로 승패가 갈린 것도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또 중도 하차한 안철수 전 의원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각각 대선 기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전 지사에 대한 지지 선언으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정치적 기반을 다졌다고 보고 본격적으로 대권 플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초고속 정치 복귀노림수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뛰었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대선 패배 후 두 달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인천 계양을) 출마와 6·1 지방선거 선봉장(총괄상임선대위원장) 역할을 맡아 초고속으로 정치 현장에 복귀했다.

지난 200712월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뛰었던 정동영 전 의원은 대선 패배 후 넉 달 만인 2008418대 총선 서울 동작구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 있다. 이재명 전 지사의 정치 복귀는 정동영 전 의원과 비교해도 두 달 가량 빠르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전 지사의 계양을 출마는 대장동 의혹 등 그를 둘러싼 여러 수사에 대비해 불체포특권을 노린 것이라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재명 전 지사 측과 민주당은 초고속 정치 복귀의 명분으로 이재명 역할론을 부각시키고 있다. 민주당이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이재명 전 지사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 전 지사는 지난 8일 계양을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출마 명분에 대해 제 정치적 안위를 고려해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고, 저 역시 조기 복귀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당이 처한 어려움과 위태로운 지방선거 상황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지사가 이 같은 이유로 출마 명분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가 초고속 정치 복귀를 선택한 이유는 차기 대권을 위해 제도권 정치에 들어와 ‘0의 한계를 극복하고,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획득해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 20152·8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쥐고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한 사실을 들어 문재인 모델에 따라 이 전 지사가 당권 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이재명 전 지사도 책임론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최근 한 방송에서 결국은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나오게 되면 인천 계양을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게 된다그러니까 지방선거에서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하고 패배하게 된다면 당권 도전도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자신의 대권에 대한 로드맵도 쉽지 않다민심의 바다에 자기를 던지겠다 했으니까 어떤 성과를 낼지 61일 봐야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뉴시스

안철수, ‘분당갑출마 불가피했던 이유

대선 직전 윤석열 대통령 지지와 함께 공동정부 구성을 선언하며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하차했던 안철수 전 의원. 안 전 의원이 대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아 공동정부실현이 순탄하게 이뤄지는 듯 했으나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에 안 전 의원 측 인사들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안 전 의원이 토사구팽당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안 전 의원이 제3정치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국민의당을 소멸시키고 국민의힘에 흡수되는 길을 선택하면서 안 전 의원이 국민의힘 내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를 두고도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안 전 의원이 국민의힘 내에서 기반을 다지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의 대선 승리를 위한 소모품으로 전락하고 차기 대선도 도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 전 의원이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직 고사 입장을 밝히자 정치권 안팎에선 그의 다음 플랜이 무엇인지를 놓고 여러 가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안 전 의원이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초대 내각 참여보다는 당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안 전 의원은 우선 김은혜 전 의원의 경기도지사 출마로 공석이 된 경기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 출마를 선택했다. 장외에 머무르는 것보다 원내에 진입해 당권 도전 등 차기 대선을 위한 플랜을 차근차근 밟아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지난 8YTN에서 이재명 전 지사와 안철수 전 의원의 보궐선거 출마에 대해 우리가 이전에도 보면 대선 패배한 후보들이 일정한 휴식 기간이나 충전 기간이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리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은 지금의 정치판 상황이 전쟁이다라고 강조했다. 배 소장은 정치인은 계속 그냥 잠자코 있으면 사라진다. 기억 속에서 잊혀진다그러니까 어떤 식으로든 외연 확대를 할 수밖에 없는 그런 대결구도가 만들어졌다고 진단했다.

김동연·홍준표·오세훈 등도 플랜 착착

뉴시스
뉴시스

대선 기간 이재명 전 지사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에서 사퇴했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곧바로 다음 플랜을 가동시켰다. 김동연 전 부총리의 새로운물결은 대선 후 민주당과의 합당 절차를 밟았다. 그는 또 민주당의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경기지사 후보 자리를 꿰찼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김동연 전 부총리는 경제부총리에서 물러난 이후 굵직한 주요 선거 때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에서 러브콜을 받아왔다. 그럴 때마다 출마 제의를 고사하며 정치권 밖으로 돌던 김 전 부총리가 20대 대선을 기점으로 정치 플랜을 빠른 속도로 가동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그가 이번 경기지사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 인사인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꺾고 승리를 거둔다면 민주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정치 신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밀려 본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젊은층의 뜨거운 호응을 얻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홍준표 전 의원도 곧바로 제2의 도전에 나섰다. 홍 전 의원은 박심(朴心·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 변수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해 대구시장 후보 자리를 거머쥐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유승민 전 의원도 정계은퇴를 고민하다가 경기도지사 출마를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유 전 의원은 윤심(朴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은 김은혜 전 의원에게 패배해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이 같은 패장들의 연이은 등판에 대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최근 MBC 라디오에서 우리 안철수 후보도 출마하고 있는 것 아니겠나. 유승민 후보도 대선후보로 나왔는데 출마했던 것 아닌가. 홍준표 후보도 출마한 것 아닌가라며 홍준표, 유승민, 안철수 후보 출마는 문제가 없고 왜 이재명 후보 (보궐선거)출마만 논란이 돼야 되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의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4월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20대 대선은 참전하지 않고 건너뛰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서울시장으로서의 성과를 축적한 뒤 차기 대선 출마를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한 이낙연 전 대표는 정치 복귀가 아닌 휴지기를 갖는 길을 선택했다. 한때 서울시장 후보 기근에 시달리던 민주당 내에서 차출론이 거론됐지만 이 전 대표는 불출마 의사를 밝힌 뒤 미국행을 확정지었다. 이 전 대표는 지방선거 후 방문 연구원 자격으로 미국으로 떠나 남북관계와 평화에 대한 연구활동에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