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59조 규모 추경안 처리 요청
野, ‘추경 협력’ 약속하면서도 장관 인선은 문제삼아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한 시정연설에서 ‘의회주의’와 ‘협치’를 강조하며 59조4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의 신속 처리를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추경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의 주요 내용을 의원들에 직접 설명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국회에서의 첫 시정연설을 통해 우리가 당면한 상황과 앞으로 새 정부가 풀어가야 할 과제를 의원 여러분들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국제 정세 급변으로 인해 대내외적 여건이 어렵다고 언급하며 위기 극복을 위해 연금개혁·노동개혁·교육개혁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의 엄중함은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협치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의회주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바로 의회주의라는 신념을 저는 가지고 있다”며 “법률안·예산안 뿐 아니라 국정의 주요 사안에 관해 의회 지도자와 의원 여러분과 긴밀하게 논의하겠다.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오늘 제안, 설명드릴 추경안은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을 의회주의의 원리에 따라 풀어가는 첫 걸음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추경안 내용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추경을 통해 추진하고자 하는 예산 사업으로 소상공인 손실 보상, 방역·의료 체계 전환 지원, 민생 안정 지원,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 대한 지원, 재난 피해 지원 등을 소개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 국민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 이웃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피해를 기꺼이 감내했다.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나설 때”라며 “국민의 희생이 상처가 아닌 자긍심으로 남도록 마땅히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추경안 확정을 위한 국회의 협조를 재차 당부하며 “오늘 이 자리가 우리의 빛나는 의회주의 역사의 자랑스러운 한 페이지로 기록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협치’ 강조했지만…국무총리·장관 인선 등 난제 산적

한편 윤 대통령이 연설에서 협치를 강조했음에도 여야 정치 공조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윤 대통령이 제안했던 여야 3당 지도부 회동은 불발됐다. 윤 대통령 측이 회동 날짜로 16일을 제안한 데 대해 민주당이 난색을 표하며 일정이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측이 일정 협의를 위한 연락을 놓고 주장이 엇갈리며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 또한 변수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요청한 추경안 처리에 대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화답하면서도 윤 대통령의 취임 이후 행보가 ‘초당적 협력’의 토대를 만드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며 날을 세웠다. 

고용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은 “윤 대통령이 진정으로 협치를 추구한다면, 먼저 내각과 비서실에 부적절한 인물들을 발탁한 것에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며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임명을 강행하려는 장관 후보자들을 사퇴시켜 여야 협치의 장애를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부적격으로 판정한 장관 인선을 철회하는 것을 협력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셈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 후보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16일까지 재송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하며 임명 강행 수순에 들어섰다. 윤 대통령이 한 후보자를 오는 17일 임명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이에 따른 야당의 반발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이 연일 요청하고 있는 한덕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절차도 지연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의 연설 이후 의원총회를 열어 추경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면서도, 한 후보자의 인준 여부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았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준 표결을 위한 본회의 날짜가 아직 합의되지 않은 상황이다”며 “논의는 본회의 일정이 정해지면 그에 맞춰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협의도 안 됐고, 상대 쪽이 협상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인준에 관련된 논의를 할 필요는 없다고 입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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