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출마한 이재명·안철수, 선거 결과에 대권가도 명암 갈려
여야 잠룡들, 차기 대권 시나리오 1단계로 ‘금배지 도전’ 방향타
이재명, 계양을 출마로 험지 우회...지선 패배 시 치명상 불가피
안철수, 원내 기반 보완 절실...당권 장악→대권 도전 수순 유력

안철수 전 인수위원장(좌),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우) [뉴시스]
안철수 전 인수위원장(좌),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우)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6.1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대권주자들의 명운이 걸린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여야 잠룡들의 차기 대권 모멘텀이 될지, 내리막길이 될지 여부가 핵심 관건이다. 

재보궐선거는 정계 입문 후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 계양을 후보와 ‘당권 노크’에 나선 국민의힘 안철수 경기 성남갑 후보가 등판하면서 판이 커졌다. 3.9 대선 ‘톱3’ 출신인 이들이 국회의원 선거를 정치 재기·도약의 발판으로 삼은 모양새다. 

두 후보는 인지도가 높은 데다 출마지로 각각 자당 우세 지역을 선택한 만큼, 낙선 리스크는 적다는 평가다. 다만 험지를 우회한 이들이 체급 차이가 상당한 경쟁 후보와 격차를 크게 벌리지 못하거나 낙마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경우 치명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대선 이후 65일 만에 정치 일선으로 원대 복귀한 이 후보는 인천 계양을에서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전 인천광역시 의사협회장)와 격돌한다. 민주당 거물급 대권주자의 파격 조기 등판에 국민의힘은 고심 끝에 대항마로 현지 밀착형 인사를 내세웠다. 이 후보가 인천과 연결고리가 없다는 점을 활용한 공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에게 이번 재보선은 차기 대권을 향한 도움닫기다. 정가에선 이 후보가 ‘원내 진입(6월 재보선)→당권 도전(8월 전당대회)→정계 개편(이재명당 재편)’ 등의 수순을 거쳐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할 경우 그 책임론이 총괄선대위원장을 겸한 이 후보에게 고스란히 쏠릴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대선·지선 연패 후유증으로 이 후보의 미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또 ‘대선 패장’의 초고속 현실정치 복귀가 이미지 고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6월 1일은 운명의 날이나 마찬가지다. 지선이든 재보선이든 어느 하나라도 성적표가 좋지 못하면 이 후보로선 대권가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국회의원 선거는 당선이 유력하지만 ‘쉬운 길’을 택했다는 족적을 지워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선 패배는 곧 이재명의 패배라는 공식이 성립됐으니, 지방선거 패전이 이재명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으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반대로 지선·재보선에서 완승을 거둘 경우 이 후보가 민주당에서 입지를 굳히며 진보진영에서 완성형 대권주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의 지선 출마로 공석이 된 경기 분당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경기 분당에서 정당·윤심(尹心) 프리미엄이 있는 안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민주당에선 기업인 출신이자 20대 국회에서 경기 분당갑 지역위원장을 역임한 김병관 전 의원이 저격수로 나섰다. 김 후보는 선거구에 연고가 있는 데다, 탄탄한 지역 기반이 강점이다. 

안 후보에게 이번 재보선 출마는 당권 도전을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론 차기 대권 마스터플랜의 일환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대선 이후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으로 집권당에 편입한 안 후보는 당내 기반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국회의원 출마로 원내 진입로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원내 인프라를 구축한 뒤 이준석 대표의 후임으로 여당 지도부 장악에 나선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안 후보가 당 선대위 중책을 고사하는 등 온전히 선거에만 집중했음에도 분당갑에서 압승을 거두지 못하거나, ‘러닝메이트’인 김은혜 후보가 낙선할 경우 당권 시나리오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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