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6.1 지방선거가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치열했던 20대 대선 이후 불과 두 달여 만에 치러지는 전국 단위 규모의 선거다. 지방권력 장악을 위한 여야의 전면전이 치열하다. 17개 시도지사를 선출하는 광역단체장은 물론 시군구 등 기초단체장 226, 시도의회 선거 779, 시군구 등 기초의회 선거 2602, 광역의원 비례대표 93, 기초의원 비례대표 386명이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와 동시에 전국 7개 지역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동시에 치러진다. 인천 계양을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경기도 성남 분당갑에 나선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 등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거물급 정치인들도 도전에 나섰다. 윤석열정부의 초기 순항 여부를 놓고 여야는 불꽃경쟁에 돌입했다. 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린 20186월 제7회 지방선거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예상된다. 8회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여야 후보들의 면면과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투표 참여 홍보 캠페인을 하고 있다. 2022.05.20. 뉴시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투표 참여 홍보 캠페인을 하고 있다. 2022.05.20. 뉴시스

- 3명 중 1명은 전과자 여성 출마자 27.5%
거대 양당 기득권 구조에 무투표 당선자 500명 수준

이번 지방선거에는 전국 2324개 선거구에서 총 7600여명의 후보들이 도전에 나섰다. ‘풀뿌리 민주주의실현을 기치로 유권자들과 만나며 골목을 누비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원회 집계에 의하면 지방선거 평균 경쟁률은 1.81로 역대 최저다. 20대 대선 이후 치열해진 여야의 주도권 다툼과 제3지대 몰락에 따른 여파다. 세부적으로 보면 시도지사 선거 55시군구 기초단체장 580시도의회 1543시군구의회 4444광역의원비례대표 228기초의원 비례대표 678명이 등록했다. 아울러 국회의원 보선에도 15명이 총 등록했다. 여야 후보들은 19일부터 31일까지 총 13일간 열띤 선거전에 나선다. 여야는 승패의 기준으로 17개 시도지사 중 과반 플러스 알파를 제시하고 있다. 사전투표는 27~28일 이틀간 치러진다.

3지대 퇴조 평균경쟁률 1.8118개 시도 경쟁률 3.21

6.1 지방선거 후보 등록의 최대 특징은 경쟁률 하락이다. 20대 대선을 전후로 정치지형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3지대를 표방했던 국민의당과 새로운물결이 대선 이후 각각 국민의힘과 민주당과 합당했다. 또 거대 양당의 기득권 구조를 비판했던 정의당의 약세 현상도 대선 이후 뚜렷하다. 이 때문에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양당 맞대결 구도가 성사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17개 시도지사 선거가 3.21로 가장 높았다. 이어 기초단체장 선거 2.61, 시도의회 선거 2.01, 기초의회 선거 1.71를 각각 기록했다. 이밖에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는 2.51, 기초의원 비례대표 선거는 1.81이었다.

최대 관심사 역시 17개 시도지사 선거전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7개 선거구에 모두 후보를 냈고 원내 3당인 정의당은 서울, 경기, 인천, 대구, 부산, 경남, 광주 등 7곳에만 후보를 냈다. 여야의 정치적 텃밭인 영호남의 경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석권이 예상된다. 승부처는 수도권이다. 특히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당선자는 선거 승리 이후 차기 대권주자로 정치적 위상이 수직상승한다. 이에 따라 정치적 거물들이 대거 나섰다. 서울시장 선거는 현직인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송영길 민주당 후보의 대진표가 확정됐다. 경기지사 선거는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에 나섰던 김동연 민주당 후보의 맞대결 구도다. 사실상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과 명심(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 의중)의 대리전 양상이다. 인천시장 선거는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와 박남춘 민주당 후보의 대결이 성사되면서 전·현직 시장의 리턴 매치다.

전통적인 캐스팅보트인 충청지역과 강원지사 선거의 여야 대결도 흥미롭다. 대전시장(이장우 vs 허태정), 충남지사(김태흠 vs 양승조), 충북지사(김영환 vs 노영민), 세종시장(이춘희 vs 최민호) 선거에서는 여야의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강원지사는 ()의 남자로 불리는 이광재 민주당 후보와 ()의 남자로 불리는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의 맞대결이다. 여야 모두 필승지역으로 분류한 격전지이다. 영호남 텃밭의 경우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점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된다.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경쟁했던 홍준표 대구시장 국민의힘 후보의 경우 당선 이후 정치적 행보가 더 관심사다.

아울러 이색적인 점은 광역단체장 후보로 약관의 20대 후보도 등장했다는 점이다. 광주시장에 도전하는 문현철 후보가 주인공이다. 올해 27세로 인디 뮤지션인 문 후보는 기본소득당 소속이다. 이밖에 기초단체장 선거구 226곳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맞대결이다. 민주당은 보수텃밭인 대구경북과 경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201곳에 후보를 냈다. 국민의힘 또한 험지로 불리는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지역 총 41개 선거구 중에서 12곳에서만 출마자를 내면서 195곳에 후보를 냈다.

50대 중반 재산85천만 후보 평균80세이상 후보 노익장

국민의힘 울산시당 6.1 지방선거 후보자 합동 출정식이 울산 남구 태화로터리에서 열리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2022.05.19. 뉴시스
국민의힘 울산시당 6.1 지방선거 후보자 합동 출정식이 울산 남구 태화로터리에서 열리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2022.05.19. 뉴시스

6·1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여야 후보들은 평균적으로 50대 중반의 나이로 8억원대의 고액 자산가였다. 또 남녀 후보 3명 중 1명은 전과자로 전체 등록 후보의 36.2%에 해당하는 2720명이 1개 이상의 전과를 갖고 있었다. 여성 후보 비중은 4년 전 선거보다는 다소 늘었지만 30%에 못미치는 27.5%였다. 아울러 남성 후보 10명 중 1명은 병역의무를 마치지 못했다. 이밖에 후보자들의 평균 납세액은 4370만원이었으며 지난 5년간 체납액이 있었던 후보는 1000여명이 넘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6·1 지방선거에 등록한 여야 후보들의 재산, 병역, 납세, 전과 내역 자료에서 이같이 나타났다. 여야 후보들의 신상내역을 살펴보면 전체 후보들의 평균 연령은 54세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초단체장 후보의 경우 평균 60세로 나타난 반면 비례 광역의원 후보들의 평균 나이는 47세로 상대적으로 젊었다. 학력은 대다수가 대졸 이상이었다. 대졸 이상 학력자는 총 6128명으로 광역단체장 후보(92.7%), 기초단체장 후보(92.9%)90% 이상이 대졸자였다.

나이로 살펴보면 최고령·최연소 등 이색 출마자도 눈에 띄었다. 최고령 후보는 만 80세가 넘었고 최연소인 만18세 후보도 적지 않았다. 전북 남원시나선거구 기초의원에 도전한 무소속 하대식 후보(19413월생)와 충청북도 단양군나선거구 기초의원 무소속 김영주 후보(19414월생)81세로 최고령 후보였다. 이밖에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충북 충주시장에 출마한 무소속 강문성 후보가 최연소(31), 강원도 삼척시장에 도전한 무소속 김대수 후보가 최고령(80)이었다.

재산 신고내역은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의 경우 전체 평균 85000만원보다 높았다. 우선 광역단체장 후보의 경우 전체 평균보다 두 배 가량 높은 198000만원 수준이었다. 또 기초단체장 후보 580명의 1인당 평균 재산액은 152천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선거 후보 중 최다 재산을 신고한 부자는 519억여원을 신고한 서울 강남구청장 선거에 나선 조성명 국민의힘 후보였다. 아울러 국회의원 보선으로 눈을 돌리면 그야말로 쩐의 전쟁이다. 성남 분당갑 선거의 김병관 민주당 후보는 3694억여원을,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는 1979억여원을 각각 신고했다.

피선거권 연령 하향 10대후보 등장18세 후보 4

이번 지방선거의 또다른 특징은 10대 후보의 등장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최저 연령 기준이 기존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10대 출마자는 총 7명으로 최연소인 만 18세 출마자만도 4명이다. 전체 7명 중 2명은 기초의원 지역구, 4명은 광역의원 비례대표, 1명은 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각각 등록을 마쳤다. 중앙정치 중심의 거대 담론보다는 교육, 안전, 환경 등의 분야에 목소리를 내면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기초의원 후보 중에는 경북 경주시의원 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경주 후보(2003926일생)와 전남 무안군의원에 도전장을 낸 무소속 오신행 후보(200453일생)가 있었다. 대구대 행정학과에 재학 중인 김 후보는 민주당 경주지역위원회 청년위원장이다. 목포대 패션의류학과 재학 중인 오신행 후보는 기후위기탄소중립2050전남연대 청년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 광역비례의원 후보로는 경기도에 출마한 정의당 이재혁 후보(200416)와 제주도에

출사표를 낸 녹색당 이건웅 후보(2003823)가 있다. 이재혁 후보는 정의당 경기도당 청소년위원장으로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의 청소년 정책특보로 맹활약 중이다. 또 제주대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이건웅 후보는 청소년녹색당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19세 출마자는 3명이다. 서울시의회 선거 출마한 노서진 정의당 후보 경기도의회 선거에 출마한 신은진 진보당 후보 고양시의회 비례대표로 출마한 천승아 국민의힘 후보가 주인공이다. 이밖에 10대 출마자뿐만 아니라 피선거권 하향에 따라 만 2024세인 20대 초중반의 여야 후보 35명도 광역의원, 광역비례, 기초의원, 기초비례 선거에 도전했다.

치열한 선거전을 이어가는 여야 후보들과는 달리 선거 없이 당선을 확정한 행운아들도 있다. 6.1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는 500명 수준이다. 전체 선출인원 4100여명의 12%에 해당한다. 직전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무투표 당선자(89)와 비교하면 5배 이상 폭증했다. 이는 해당 선거구에 단독 출마했거나 는 경쟁자의 중도사퇴 등의 영향으로 자동 당선되는 공직선거법상 규정에 따른 것이다. 공직선거법 190조에 따르면 후보자등록마감시각에 후보자가 당해 선거구에서 선거할 의원정수를 넘지 않을 경우 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선거일에 그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6.1 지방선거 후보자 합동 출정식이 울산 남구 울산문화예술회관 분수대 앞에서 열리고 있다.(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2022.05.19.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6.1 지방선거 후보자 합동 출정식이 울산 남구 울산문화예술회관 분수대 앞에서 열리고 있다.(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2022.05.19. 뉴시스

무투표 당선자 5002018년 지선보다 5배 폭증

무투표 당선자는 기초의원 선거에서 38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광역의원 선거에서 107명이었다.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시군구 등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6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행운의 주인공은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 후보 김철우 전남 보성군수 후보 명현관 전남 해남군수 후보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후보 류구하 대구 중구청장 후보 김학동 경북 예천군수 후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정치적 불모지에 후보자를 배출하지 못한 결과다. 실제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에서 무투표 당선자는 총 119명에 불과했지만 영·호남에서는 무려 275명이 나왔다. 정의당은 무투표 당선자 급증에 선거제도 개혁 실패에 따른 참사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무투표 당선은 시민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면서 여야 텃밭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소속 무투표 당선자가 나온 건 지방선거 때마다 되풀이됐지만 이번에는 정도가 심하다. 향후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비판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20대 대선 당시 후보 단일화 여파로 제3지대 정당이 자취를 감추면서 6.1 지방선거는 사실상 양당구조로 전체적인 경쟁률이 줄어들었다게다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정치적 불모지 공략을 포기하면서 영호남 지역에서 무투표 당선자도 크게 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는 직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물론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경쟁했던 다자구도와 비교할 때 뚜렷하게 대비되는 지점이라면서 통상 풀뿌리 민주주의로 불리는 지방선거마저 점차 중앙의 정치권력에 예속되는 현상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지역일꾼을 선출해야 하는 지방선거가 윤석열 vs 이재명구도의 대선 연장전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지방의 보다 다양한 이해 충족과 문제 해결을 위해 기초단체 선거에서 정당공천제 폐지 등 제도적인 개선책 마련을 통해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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