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대치 상황 속 국회의장단 선거·원구성 합의 등 과제 산적
강경파 표심 두드리는 野 국회의장 후보들…정부·여당 향해 ‘견제 목소리’

국회 본회의 현장. [뉴시스]
국회 본회의 현장.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21대 국회 후반기를 이끌 의장단 구성을 두고 정치권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여전히 원내 1당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후반기 국회의장도 민주당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당내에서는 4~5선의 중진 의원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며 국회의장 경선을 두고 경쟁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일부 의원들이 당내 강경파와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행보를 보이면서,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회의장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후반기 상임위 배분도 관건이다. 민주당이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한 합의를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격화된 가운데, 국회 후반기 원구성 논의는 제대로 발을 떼지도 못하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임기가 끝나가면서, 차기 국회의장 선거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박 의장의 임기는 오는 29일까지이다. 국회법상 현 의장의 임기 만료 5일 전인 24일까지는 의장단이 선출돼야 한다.

통상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이 내기 때문에, 민주당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가 국회의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 경선 과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민주당 국회의장 경선에 김진표·이상민·조정식·우상호 4파전

원내 1당의 최다선·최고령 의원이 국회의장을 맡는 관례상, 민주당 내에서도 4~5선을 지낸 중진 의원들이 후보에 올랐다. 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들은 5선의 김진표‧이상민‧조정식 의원과 4선의 우상호 의원 등이다. 5선의 안민석 의원과 4선의 김상희 부의장도 물망에 올랐으나 최종적으로 불출마하며 후보에서 제외됐다.

차기 국회의장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주자는 김진표 의원이다. 김 의원은 1947년 생으로 당내 최고령자다. 선수와 나이 모두 당내에서 가장 높은 데다,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에는 박병석 의장에게 자리를 양보하기도 했다. 

친문(親文, 친문재인) 온건파로 분류되는 김 의원은 당내 주류인 친문계를 중심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는다.

그는 최근에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처리 국면에서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키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최고령자가 위원장을 맡는 관례를 이용해서, 안건조정위원장으로서 ‘위장 탈당’으로 무소속 의원이 된 민형배 의원을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배치한 것이다. 이를 두고 후반기 국회의장 선거에서 당내 강경파의 지지를 얻기 위한 행보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당내에서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5선의 이상민 의원은 계파나 주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소신에 따라 목소리를 내는 소장파로 꼽힌다. 그는 당의 변화를 바라는 쇄신파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친명계(親明,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5선의 조정식 의원은 당내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는 친명계 의원들의 지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우상호 의원은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과 1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부의장을 지내기도 했던 86 운동권의 대표 주자다.

우 의원은 지난 4.7 재보궐선거 당시 서울시장 경선에 도전하면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그는 불출마 의지를 재확인했다. 21대 국회 후반기가 그의 마지막 의정활동인 만큼, 국회의장으로서 의원 활동을 명예롭게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로 경선에 나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여야에 한 자리씩 돌아가는 부의장 선거의 경우 민주당에선 5선의 변재일 의원과 4선의 김영주 의원이 도전에 나섰다. 국민의힘의 경우 정진석 부의장의 임기가 올해 말까지로 예정돼 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민주당 정체성’ 강조하는 野 후보들…국회의장 중립성 훼손 우려

이번 국회의장 경선에서는 민주당의 각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보인 언행도 눈길을 끈다. 대다수의 후보들이 당내 강경파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발언들을 쏟아내며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탓이다.

비교적 온건한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진표 의원조차 이런 태도를 내보였다. 그는 출마하면서 자당 의원들에 보낸 친전에서 “국회를 무시하고 사법권력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며 국정 독주를 해나가는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견제하는 일이 국회 다수당인 우리 민주당의 사명이고 운명”이라며 적대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또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고도 하며 ‘민주당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데 힘을 쏟았다.

조정식 의원은 출마 선언문에서 “국회의장이 되더라도 저는 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 정신을 근본에 두고 국회의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해 ‘민주당의 입장’에 서서 의장직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상민 의원은 후보들 가운데 유일하게 ‘협치’를 내세우며 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국회와 대통령 사이, 그리고 국회 내에서의 여야 사이에 원활하고 실속있는 소통과 협업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게끔 리더십을 주도적으로 발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복원하고 되살려 정치를 통해 갈등과 반목을 넘어 통합과 협치를 이뤄내고자 한다”고 했다.

우상호 의원은 출마 회견에서 “윤석열 정부는 시작부터 많은 우려와 의구심을 낳고 있다”며 “입법부의 위상강화로 대통령과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겠다”고 했다. 

다수의 후보들이 윤석열 정부에 적대적인 태도와 함께 ‘민주당 정신’을 내세우면서, ‘국회의장 선거를 당대표·원내대표 선거로 착각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의장은 여야를 중재해야 하는 입법부의 수장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국회법으로 당적도 두지 못하게 되어 있어 국회의장으로 선출될 경우 당을 탈당해야 한다. 이런 역할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이 출마 선언에서부터 중립을 지키지 않겠다는 태도를 내보이면서, 차기 국회의장의 역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상임위 재배분도 필요…법사위원장 두고 여야 ‘쟁탈전’

국회의장 선거에 임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자세에서 여야의 대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가운데, 양당이 합의해야 할 상임위 재배분도 관심사다.

특히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두고는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며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 당시 양당의 원내대표였던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김기현 의원의 합의로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 자리는 국민의힘 몫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최근 박홍근 원내대표가 이에 대해 “전임 여야 원내대표들의 월권”이라며 원점 재검토를 선언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합의 파기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만 박 원내대표의 선언 이후 특별한 움직임은 아직까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새 정부 출범에 이어 내각 구성을 위한 인사청문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지방선거 등의 일정들이 겹치면서 여야는 다른 상임위 구성을 합의하기 위한 일정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