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허리 숙인 민주당...4.7 재보궐선거 ‘악몽’ 재현되나

- 민주 ‘성비위 3인방’에 몸살...당 지지도 급락 ‘적신호’까지     
- 정치권 전방위 性논란...국민의힘‧정의당도 ‘청정지역’ 아냐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지난 19일 0시부로 시작되면서, 여야가 지방행정 패권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대척점에 섰다. ‘정권 연착륙’에 방점을 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대선 패배 설욕과 신(新)정부 견제를 다짐한 더불어민주당이 전면 대치한 상황이다. 지선 승리를 향한 여야의 목표의식도 상반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초기 국정 동력원 마련이 절실한 반면, 민주당은 다수당의 이점을 극대화하며 신임 대통령과 집권당의 예봉을 꺾고 국정 주도권을 틀어쥔다는 심산이다. 이런 가운데, 선거를 고작 한 달 앞두고 정치권 ‘성비위’ 이슈가 또 다시 지방선거판을 강타하며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뇌관은 민주당에서 터졌다. 최강욱 의원의 성발언 파문을 시작으로 보좌관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민주당 박완주 의원의 제명, 김원이 의원의 2차 가해 논란 등이 연이어 불거지면서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등 민주당 지도부가 곧장 허리를 숙이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격분한 민심이 진정되기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일각에선 6.1 지방선거가 지난해 민주계열 광역단체장들의 권력형 성범죄로 촉발된 4.7 재보궐선거의 재판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성비위 이슈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여야 불문의 단죄 대상이자, 사회적으로도 걷어내야 할 암막이다. 불미스러운 일이 터질 때면 정치인들은 허리를 숙이고, 국민들은 손가락질한다. 입법과 행정을 다루는 정치인들이 시대착오적 폐습이자 범죄행위를 자행한 데 대한 민심의 철퇴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만행을 원천봉쇄할 시스템의 부재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가 이를 방증하는 대표적 사례다. 민주당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권력형 성범죄로 공석이 된 서울‧부산시장을 국민의힘에 모두 내주며 참패했다. 이는 앞서 2018년 비서 성폭행 혐의로 구속되며 현재 광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잔상이 재투영되며 민주당에게 이른바 ‘안오박(안희정‧오거돈‧박원순)’ 트라우마를 남겼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좌), 오거돈 전 부산시장(우) [뉴시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좌), 오거돈 전 부산시장(우) [뉴시스]

민주, ‘안오박’ 주홍글씨 여전히 선명한데 또...

“성폭력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고, 당 내 성비위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또 사고가 터졌다. 감히 용서를 구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 5월 12일 민주당 윤호중‧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 국회 기자회견 中.

공교롭게도 다가오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서 성비위 문제가 재발했다. 지선을 코앞에 둔 민주당은 소속 의원들의 잇따른 성(性)논란에 몸살을 앓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박완주 의원 제명 등과 관련, “안오박 사태에 이어 중차대한 이벤트(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성관련 이슈들이 터져 난감하다”라며 “더욱 구체적으로 실상 파악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당 차원에서 즉각 강경하게 조치를 한다고 해도 여파가 없지 않을 것”이라고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난색을 표했다. 

구설의 시발점은 최강욱 의원(초선‧비례대표)이다. 그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주도한 강경파로 꼽히는 인사로, 최근 당내 회의에서 남성 자위행위를 일컫는 비속어(XX이)를 입에 담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도마 위에 올랐다. 최 의원은 이후 ‘XX이’가 아니라 ‘짤짤이’였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해당 논란에 대한 윤리심판원 직권 조사를 지시했다. 여기에 단어 선택의 진위 여부를 떠나 국회의원으로서 품격이 떨어지는 언행이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성비위 파문의 정점을 찍은 박완주 의원(3선‧충남 천안을)은 여성 보좌진 성추행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됐다. 지난 12일 민주당 지도부는 박 의원의 성비위 의혹과 관련,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당에서 제명 조치키로 했다며 대국민 사과를 내고 허리를 숙였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해당 여성 피해자 면직까지 수차례 시도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박 의원은 19~21대 총선에서 충남 천안을에 출마해 내리 당선된 당내 충청권 최다선으로, 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도 지목된 바 있다.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충청권에서 활발한 의정 활동을 펼쳤던 박 의원의 천안시장‧도지사 출마설이 돌기도 했다. 그런 그가 성추문에 휘말리자, 지역 정가에선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도 지방선거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한 충남 지역구 의원은 “그래도 차기 충남지사 하마평이 나왔을 정도로 충청에서 나름 영향력이 있는 인사였는데, 성관련 문제로 이렇게 돼 당황스럽다”면서 “충남 기반인 박 의원이 제명되면서 지방선거 현지(충청) 기초‧광역 출마자들 모두 답답해하고 불만도 상당하다. 중앙당에서 사과를 했는데도 당사자는 요지부동인데, 지역구 출마자들 생각하면 뭐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과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범죄 의혹에 극단적 선택을 한 데 대해 자신의 SNS에 “참혹하고 부끄럽다”고 적은 데 이어, 공군 여부사관 성추행 사망에 대해선 “무관용 수사”라고 단호한 메시지를 방출했던 이력이 재조명되면서 ‘내로남불’ 오명까지 덧씌워졌다.

민주당 김원이 의원(초선‧전남 목포)도 ‘성폭행 2차 가해’ 논란으로 당 차원의 윤리심판원 조사를 받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대외적으론 여직원을 성폭행한 자신의 지역 보좌관 처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나, 미온적인 대응으로 최측근인 가해자를 옹호한 게 아니냐는 비판에 노출됐다.  

이에 김 의원은 지난 12일 “가해자와 당사자는 물론 저의 대처를 포함한 문제까지 윤리감찰단의 강력한 조사가 필요하고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며 “조사에 따른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구인 목포 시민들까지 김 의원의 사퇴와 진상규명 촉구에 나서는 등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심지어 일부 시민단체(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김 의원을 성폭행 방조와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하면서 사태가 격화하는 양상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그렇다면 나머지 교섭단체들은 청정지역?  

현재 민주당발 성비위 이슈가 정국을 관통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이나 정의당도 그다지 유쾌한 상황은 아니다.

우선 국민의힘은 이준석 당 대표의 성상납 의혹과 대통령실 비서관급 참모진들의 연쇄적 성 논란이라는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이는 박완주 의원 제명으로 수세에 몰린 민주당의 역공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19일 “민주당(당 대표)에 성상납 의혹이 있었으면 당이 해체됐을 것”이라며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직격한 바도 있다. 

우파 유튜브 채널인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지난해 12월 이 대표가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2013년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2차례에 걸친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이 대표는 즉각 해당 의혹을 부인하며 가세연 측을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이와 함께 “조선시대 여성 인구의 절반이 언제든 주인인 양반들의 성적 쾌락의 대상”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은 김성회 전 종교다문화비서관은 부정 여론에 자진 사퇴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유재순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도 과거 검찰 시절 2차례 성비위로 징계성 조치를 받은 사실이 확인돼 민주당의 십자포화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정의당도 지난해 김종철 전 대표가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건으로 사퇴한지 불과 1년여 만에 성폭력 피해 사례가 재돌출했다. 지난 16일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모 광역시도당 위원장 A씨가 자신의 허벅지에 신체접촉을 했고, 이를 당에 알렸으나 여영국 대표가 외부 발설을 금하며 내부 경고 조치로 해당 사건을 덮었다는 내용을 폭로해 논란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에 정의당은 지방선거 기초단체장으로 출마한 광역시도당위원장 A씨의 성폭력을 당시 지도부가 은폐·묵살했다는 강 전 대표 주장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여영국 대표는 강 전 대표의 비공개회의 소집 요구에 따라 배석자 없이 비공개로 대표단회의를 진행한 결과, 강 전 대표의 요구대로 A위원장에 대한 엄중 경고와 서면사과 조치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며 “회의를 마치기 전에 여영국 대표는 해당 사안은 비공개 회의로 진행되어 발언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고 전했다.

성비위 파동에 ‘지선 적신호’ 들어온 민주당

6.1 지방선거운동에 전격 돌입한 여야 정치권은 성비위 파동이 지선 판세에 미칠 여향을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성비위 이슈로 코너에 몰린 민주당은 ‘사과 모드’로 전환하며 지선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 민심 이탈을 최소화하는 데 당력을 모으고 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치부를 부각시키며 청년‧여성 표심 유입을 노리고 있다. 

지방선거 국면을 강타한 성비위 파동은 민주당을 직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5%포인트 오른 45%를 얻으며 2014년 이후 보수정당사에서 최고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민주당은 전주와 비교해 무려 10%포인트나 떨어진 31%를 기록했다. 이는 윤 대통령 취임과 박완주 제명 사태가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 등 정계 재등판에 따른 ‘붐업’ 효과가 성비위 논란에 묻힌 결과가 나타나면서, 민주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여세를 몰아 “성범죄 DNA”라며 민주당에 총공세를 펴고 있고, 민주당은 ‘일꾼론’을 앞세우며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당장 박완주 의원의 지역 기반인 충남 지역부터 성비위 여파 시그널이 감지된다. 충남은 민주당이 지방선거 3연승을 거둔 강세 지역임에도 험지 도전에 나선 국민의힘 김태흠 후보가 민주당 양승조 후보를 앞서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길리서치가 지난 17~18일 만 18세 이상 충남 도민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 47.3%, 양 후보 40.7%로 김 후보가 6.6%포인트 격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충청권을 시작으로 지선 최대 격전지인 서울‧경기‧인천 수도권에서도 민주당 성비위 파장으로 중도 표심 이반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기 여론조사와 관련한 세부사항들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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