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친문·86 각료들 원대복귀에 이재명계도 ‘긴장 모드’

(왼쪽부터) 한정애 전 환경부 장관, 황희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 [뉴시스]
(왼쪽부터) 한정애 전 환경부 장관, 황희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 [뉴시스]

- ‘친문·86 핵심’ 전해철, 이인영 등 당권 도전 유력시     
- 文정부 복귀멤버 중심으로 民 구당권파 운집 본격화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문재인 정부 어벤저스’가 민주당으로 대거 돌아오면서, 167석 거대 야당의 역학구도가 또 다시 요동칠 전망이다. 지난 3.9 대선 이후 민주당은 ‘친명(親明, 친이재명)계’ 박홍근 원내대표 취임을 시작으로 당내 권력구도가 급속도로 재편됐다. 지난 5년간 민주당을 공고히 지탱한 ‘정신적 지주’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과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정계 복귀로 여의도에선 “민주당이 어느새 ‘이재명당’이 다 됐다”는 속설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에서 민주당의 근간을 이뤘던 이른바 친문(親文, 친문재인)과 86(1980년대 학번·1960년대 출생) 세력이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전 정권의 마지막 각료들이 야당으로 포지션이 바뀐 민주당으로 대거 복당하면서, ‘여의도 정치’를 재개하기 위한 몸풀기에 나서면서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을 지킨 ‘순장조(殉葬組)’ 각료 6명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민주당으로 복당했다. 전해철 전 행안부 장관,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 한정애 전 환경부 장관, 권칠승 전 중기부 장관, 황희 전 문체부 장관 등 친문계 의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중 3선 전해철 의원과 재선 권칠승·황희 의원은 민주당의 대표적 친문 모임인 ‘민주주의 4.0’의 창립멤버이자 ‘부엉이모임’ 출신으로, 당내 대표적 친문 인사들로 분류된다. 친노(親盧, 친노무현)였던 3선 박범계 의원은 전 정권에서 문파로 전격 편입된 후 국회 법사위 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친문 핵심 계열로 올라섰다.  

4선을 지낸 이인영 의원은 1987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서 대통령선거 직선제를 주장하는 학생운동을 주도하고,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을 맡는 등 굵직한 이력들을 보유한 만큼 ‘86 운동권’의 주축으로 꼽힌다. 3선 한정애 의원은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86 운동권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86 용퇴론과 세대교체론 의제가 당내 화두에 오른 만큼, 이들을 중심으로 86 부활 움직임이 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인영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민주당 중진 의원은 “대선 이후 당내 권력지형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당 쇄신 등 본질적 변화보다 국부적 이해관계나 선거공학에 따라 당이 운영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당권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확실한 것은 이 의원의 향후 역할론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은 말씀드릴 수 있다”고 이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 舊당권파의 여의도 귀환...당권경쟁 점화 신호탄

임기 말 문재인 내각을 채웠던 이들 6인이 여의도 정치를 재개하면서, 3.9 대선 종료와 함께 민주당 안방에서 물러났던 친문·86 세력이 이들을 중심으로 재결집하는 모양새다. 특히 친문 직계 전해철 의원과 86 핵심 이인영 의원이 8월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당권주자로 지목되면서, 당권 물밑경쟁이 이미 시작됐다는 평도 나온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8월 전대(전당대회) 출마가 확실한 전해철·이인영 의원을 중심으로 당내 권력구도에서 후위로 밀려났던 친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다”면서 “특히 김종민·홍영표·신동근 의원도 민주주의 4.0 재활성화와 친문 부활을 돕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전대에 나설 경우 친문과 정면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전해철·이인영 전 장관이 친분이 있는 주변 의원들에게 공공연히 당권 도전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 들었다”면서 “두 사람은 친문과 586 그룹에서 상징성이 있는 인물들로 만약 8월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당내 구당권파들의 압도적 지지가 예상된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했던 세력들을 중심으로 전해철 의원을 밀어주자는 내부 여론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렇듯 민주당에선 전해철·이인영 의원을 주축으로 한 ‘반(反)이재명’ 전선 구축 조짐이 역력한 상황이다. 지난 3.9 대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경선 패배로 사실상 이재명계에 주도권을 내준 친문으로선 22대 총선 공천권이 있는 당 대표 취임으로 당권 흐름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 결국 8월 전당대회에서 신·구 권력 간 마찰이 불가피한 이유다.

또 일각에서 친문 4선 홍영표 의원과 이낙연계 출신 5선 설훈 의원이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만큼, 8월 전대에서 이들이 여의도 복귀멤버와 종국적 연대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에 앞서 친문 당권주자 간 내부 교통정리 수순도 필연적이다.

민주당 친문·86 그룹이 대대적으로 세 규합에 나설 경우 신당권파인 친명계로선 8월 전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당내 중평이다. 게다가 다가오는 6.1 지방선거는 집권당 프리미엄을 업은 국민의힘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호성적을 거두지 못할 경우 이재명계의 당 장악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정가에선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지선 패배 책임론에 노출되면 8월 전대가 구당권파인 친문의 반격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예견된 民 신·구 대립, ‘분당’ 가능성도

한편 정치권 일각에선 8월 전대를 기점으로 예견된 167석 거대 야당의 당파 경쟁이 초유의 분당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2015년 친노·비노 갈등으로 결국 당이 갈라지는 극단적 상황을 맞았다. 지난 대선에서 친문·비문 갈등이 표면화된 이후 현재 민주당의 권력지형은 ‘친명 대 친문’으로 굳어진 양상이다.

차기 당 지도부를 놓고 신·구 대립이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에서, 오는 8월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민주당 계파 갈등지수가 고점을 찍게 되면 분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내부 사정에 정통한 전직 의원은 “민주계열 정당들은 역사적으로도 숱한 계파 갈등을 통해 이합집산이 이뤄진 집단”이라며 “지금의 민주당 핵심 계파인 이재명계와 친문계는 물과 기름이다. 대선이나 지방선거 같은 거사를 앞두고선 형식적 단합을 이루고 있지만, 전당대회에선 ‘전쟁’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당권 경쟁이 예상된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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