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리는 박지현…586 용퇴론‧팬덤정치 지적에 당내 여론 악화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6.1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내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민주당 지도부의 분열은 25일 열린 국정 균형과 민생 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전날인 24일 대국민 사과를 하며 팬덤정당 탈피‧586 용퇴론 등을 언급했다가 당 주요 인사들의 ‘거리두기’에 부딪혔던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작심한 듯 강도 높은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전날 사과에 대한 당 안팎의 지적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더 깊어지기 전에 신속하게 사과드리고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며 “(민주당이) 대선에서 졌는데도, 내로남불도 여전하고, 성폭력 사건도 반복되고, 당내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정치도 심각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다.

이어 ‘586 용퇴론’을 공개적으로 꺼내들었다. 박 위원장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586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며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 586의 남은 역할은 이제 2030 청년들이 더 젊은 민주당을 만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팬덤 정치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지적했다. 그는 “팬덤정치와 결별하고 대중정치를 회복해야 한다”며 “잘못된 내로남불을 강성 팬덤이 감쌌고, 이 때문에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잘못된 팬덤정치를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의 발언에 회의 참석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날 회의는 당초 공개 진행 후 폐회할 예정이었으나, 이후 비공개로 전환돼 15분 간 진행됐다. 비공개 회의에선 회의장 밖까지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진다.

전날 박 위원장의 사과에 대해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던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박 위원장의 자격을 문제삼는 발언을 한 뒤 책상을 치고 회의장을 나간 것으로 전해지고, 전해철 의원, 박홍근 원내대표 등도 박 위원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윤 위원장이 재차 박 위원장의 발언에 선을 그었다. 그는 박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지금 선거를 앞두고 몇 명이 논의해서 내놓을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앞으로 당의 쇄신과 혁신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논의 기구가 만들어지고 그곳에서 논의될 사안이라고 본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 역시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박 위원장이 주장한 ‘586 용퇴론’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며 “따로 논의는 있지 않다”고 했다. 또 “그것 자체가 내부에 분란이 있을 수 있지 않겠나”며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던 국민들이 다시 투표장에 나올 수 있게끔 동기를 부여하는 것에 지혜를 모아도 부족할 상황”이라고 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박 위원장이 당의 중심 세력인 586세대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당사자인 86세대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당내 인사들에 대한 퇴진을 이야기한 것이 결집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난다.

민주당 내에선 박용진‧노웅래 의원,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 등 일부 인사들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박 위원장의 행보에 비판적인 의견을 보이는 분위기다. 고립무원 처지에 놓이게 된 박 위원장 역시 “지도부와 협의된 내용이 분명히 중요하지만 무엇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윤호중 위원장도 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지도부 내 갈등이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 위원장이 형식상으로는 당대표 급이지만, 당이 그가 제대로 목소리를 낼 만한 공간이 주어진다거나 하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박 위원장이 무슨 말을 하든 그다지 무게를 두거나 신경쓰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선거 기간에 지지층을 자극하거나 586 퇴진론을 이야기한 부분이 반발을 산 것 같다”며 “586세대 정치인들이 물러날 때가 됐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당사자들은 또 다르게 보고 있지 않겠나. 반발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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