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유화책에 한동훈發 사정정국까지...여소야대 정국돌파 ‘투 트랙 카드’

윤석열 대통령(좌),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우)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좌),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우) [뉴시스]

- 민주당 지선 대패 후 침체기 진입...‘당권 전쟁’ 불가피    
- 김한길, 野와 접촉면 늘리며 정계개편 시나리오 가동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6.1 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으로선 ‘여소야대’ 국정 페널티를 극복할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선까지 참패하며 정당 역사상 최대 위기를 맞았다. 여전히 169석을 보유했지만 민심이 등을 돌리며 허울만 남은 거대정당으로 전락하며 내상을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지선 최대 여파로 지목되는 ‘민주당 세 분화’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중평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용산발(發)’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정당 리모델링’ 전문가인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앞세워 야당의 단일대오 흩트리기에 나서는 한편, 구여권에 대한 검‧경 수사 압박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선 참패로 주춤한 ‘골리앗 정당’의 힘을 서서히 빼는 일종의 고사(枯死)책인 셈이다.

민주당이 6.1 지방선거 참패로 깊은 침체기를 맞았다. 지방행정 권력의 균형추가 윤석열 초기 정부와 여당에 압도적으로 기운 만큼, 지난 대선부터 연전연패한 민주당은 당분간 170석의 물리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국회로 ‘솔로 생환’한 민주당 이재명 의원(초선‧인천 계양을)이 민주당 패전 수습의 구심점이 되기엔 명분이나 영향력이 전과 같지 않다는 평가다. 오히려 대선‧지선 연패에 대한 책임론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이 의원을 대신해 당 재정비를 주도할 만한 인사도 마땅찮은 실정이다.

위기의 민주당, 8월 전대까지 ‘사분오열’ 불가피

지선 패배를 인정한 민주당은 당장 지방선거 국면을 진두지휘했던 지도부(비상대책위원회)를 해산했다. 지난 2일 비대위 마지막 회의에 참석한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 일동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기로 했다”고 지도부 사퇴 의사를 밝혔다.  

비대위 총사퇴로 민주당은 사실상 리더십 공백에 놓이게 됐다. 포스트 대선 정국을 이끌었던 비대위는 윤 위원장이 전임 지도부의 권한을 우선 인수하고 이를 추인하는 승계 절차를 밟았다. 이번 임시 지도부는 의원총회, 당무위원회 등을 통해 구성‧운영 방침을 확정한 뒤 조직을 출범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다만 당헌‧당규에 따라 임시 지도부가 구성될 때까지는 박홍근 원내대표가 전임 비대위의 직무대행을 맡는다.

민주당은 이렇듯 임시 지도부를 구성해 당 지휘‧운영 체계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선 패배 책임 규명 등 내부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170명에 가까운 원내 구성원들을 규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실상 정규 지도부를 선출하는 8월 전당대회까지 당권을 놓고 내부 분화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선 7월 조기 전대를 여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시간상 여유가 부족한 만큼 예정대로 8월 전대를 치르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지난 대선 정국에서 표면화된 친문(親文)‧친명(親明) 계파 갈등도 초대형 뇌관이다. 당내 대선‧지선 책임론 공방이 ‘파벌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최근 정가에서 민주당 ‘분당(分黨)설’이 파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패전 책임을 둘러싼 당내 갈등의 전조도 뚜렷하다. 지난 2일 비대위 회의에서부터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 실종, 대선 패장들의 생존형 지선 출마, 민심에 역행한 검찰개혁 강행 등을 선거 연패 원인으로 지적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뒤이어 이튿날 임시 지도부 구성을 위해 마련된 민주당 국회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도 어김없이 책임론이 화두에 올랐다.

민주당 내부 사정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지선에서 대패한 민주당으로선 조직력이 가장 취약한 시기”라며 “민주당에는 친문‧친명을 제외하고도 중도 인사들, 초선 중심의 쇄신파까지 다양한 그룹이 있는데, 8월 전대까지 대대적인 이합집산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이재명 후보나 86멤버들이 책임론 도마에 오르게 되면 의외로 기성정치 선 긋기 차원에서 박용진 의원 등 쇄신파의 역할이 부각될 수 있다”고 첨언했다.

민주 혼란 틈 타 ‘尹 기획통’ 김한길이 움직인다        

한동안 야당의 불안정한 내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선 압승을 거둔 보수 당정이 권력 재편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특히 원활한 국정운영으로 당정을 연착륙시켜야 하는 윤 대통령에게 ‘정계개편’은 떨치기 힘든 유혹이다. 

민주당이 혼란에 빠졌다고는 해도 분당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거듭된 패전에 회의감이 깊어진 인사들을 중심으로 민주당의 원심력은 커지고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이 기획통이자 정계개편 전문가로 불리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야권 포섭’ 전면에 내세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과거 민주당 대표를 역임한 김 위원장을 지난 대선부터 중용하며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민통합위 수장으로 임명한 것은 야당 조각 세력을 흡수하기 위한 윤 대통령의 포석이라는 평가다.

김 위원장이 과거 인위적 정계개편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낸 바 있는 만큼, 모양새가 좋지 않은 ‘의석수 빼오기’를 차치하고 민주당 이탈 세력의 제3세력화를 물밑 조율하는 형태로 움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여권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이미 가동되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 위원장은 최근 민주당 비문‧중도 인사들과 오찬을 갖는 등 접촉면을 넓혀가면서 정계개편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그간 민주당계 일부 인사들과 종종 사석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선거 전후로 부쩍 여의도행이 잦아졌다는 후문이다.  

김 위원장의 최근 동선을 확인했다는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선 전후로 (김 위원장이) ‘비문’ 노웅래 의원 등 계파 불문 민주당의 여러 인사들과 오찬 형태로 만남을 가졌다. 정의당 등 소수정당 인사들과도 접촉이 있었던 걸로 안다”라며 “리모델링‧창당에 수완이 있는 김 위원장이 선거가 끝난 시점에 단순히 친분을 쌓기 위해 야권 인사들과 접촉했겠나. 선거 직후 민주당의 균열과 패배 심리를 활용한 전략적 만남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최근 당내 초선 등 소신파들과 여의도 일대에서 자리를 가지기도 했다”라며 “보통 2~3시간에 걸쳐 대화를 나누는데 내용은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친문 의원들은 김 위원장과 당내 인사들의 회동 취지에 의구심을 종종 드러낸 바 있다고도 첨언했다.  

이렇듯 김 위원장은 최근 야권 인사들과의 사석에서 자리를 갖는 등 운신의 폭을 넓히며 ‘야당 관리’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다만 김 위원장 측은 최근 민주당 인사들과의 만남에 대해 “평소와 같이 오찬 자리 정도로 가볍게 만난 자리”라며 “정계개편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반면 민주당에선 당내 일부 세력이 여권 정계개편에 동조해 탈당‧이적하거나 제3지대로 향할 가능성에 단호히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록 지선 패배로 당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는 해도 과거 구태 정치의 산물인 ‘흡수식 정계개편’이 지금의 민주당에서 일어날리 만무하다”면서 “이미 민주당원들에게는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트라우마가 뼛속 깊이 새겨져 있다. 당권 재편이야 불가피하다지만, 그 와중에 당을 버리고 여당으로 합류하거나 제3세력을 만드는 아둔한 일을 벌일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와 역할론에 대해선 “물론 정계개편 노림수일 가능성도 있다. 그게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일 수도 있고”라면서도 “민주당 의석수를 어떻게든 줄여보겠다고 섣불리 나섰다가는 그쪽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도 했다.       

尹 정계개편 시나리오의 또 다른 퍼즐 ‘査定 압박’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김한길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워 대야(對野) 유화책을 펴는 한편, 한동훈 법무부와 검‧경을 주축으로 후면에서 야당을 압박하는 이면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한동훈호(號) 법무부를 중심으로 검‧경이 지선 종료와 함께 야권을 향해 하나둘씩 사정 칼날을 빼들고 있다. 검찰은 6.1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검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당 소속 현직 구청장과 관련한 강제수사에 나서는 등 선거사범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또 지난 3일에는 경찰도 선거 직후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인 이재명 의원과 부인 김혜경 씨의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를 위해 법인카드 사용처 129곳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야당 핵심 인사를 겨냥한 검경 수사 압박은 지선 패배로 혼란에 빠진 민주당을 더욱 동요케 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과 동시에 친윤계 특수통 검사장들이 대거 검찰 일선으로 배치된 만큼, 구여권의 ‘옵티머스 사태’,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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