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行‧혁신위‧공천 놓고 신경전
정진석 “선배 우려가 개소리?”vs 이준석 “나이순으로 당대표 뽑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연일 날선 말들을 주고받으며 충돌하고 있다. 당대표와 당내 주류인 친윤계 정 의원 사이의 갈등에 차기 당권을 둘러싼 권력 투쟁이 조기에 점화됐다는 해석이 나타나고 있다.

두 사람은 6.1 지방선거 공천, 혁신위원회 출범,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 등의 문제들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양측 모두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맞서면서 파열음이 이어지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 6일 정 의원이 이 대표의 행보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정부가 내심 탐탁지 않아하는 외교분야 일이라면 여당 정치인은 그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또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며 혁신위가 공천 시스템 개편을 예고한 점도 문제삼았다. 혁신위 구성에 대해서도 현재까지의 구성원이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어록을 인용, “어차피 기차는 간다”고 하며 맞대응했다. 정 의원의 주장엔 대선 당시 당 차원에서 러시아 규탄 결의안을 낸 점, 정 의원이 우크라이나 대사와 국회의원을 접견했던 점 등을 상기시키며 반격했다. 또 정 의원이 지방선거 당시 공천의 총 책임자였던 점을 지적하고, 혁신위의 구성에 대해선 당 최고위원들의 추천을 받은 인사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의 반격에 정 의원은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라며 발끈했고, 이에 이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나이가 어떻고 선배가 어떻고 할 것이라면 앞으로 당 대표도 나이순으로 뽑자”고 맞섰다. 그는 또 자신의 SNS에 “1년 내내 흔들어놓고는 무슨 싸가지를 논하나. 흔들고 가만히 있으면 더 흔들고, 흔들고 반응하면 싸가지 없다 그런다”며 “모든 걸 1년동안 감내해오면서 이 길을 가는 것은 정치 한 번 바꿔보겠다고 처음 보수정당에 눈길 준 젊은 세대가 눈에 밟혀서 그렇지 착각들 안했으면 좋겠다”고 해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갈등을 현직 당대표로서 중심을 잡으려는 이 대표와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두고 그를 견제하려는 세력 간 권력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두드러진다.

정 의원의 이 대표 저격은 친윤계의 ‘맏형’으로서 선두에 서서 친윤계가 당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하려는 행보로 읽힌다.

여기에 이 대표가 한 유튜브 채널에서 제기한 성상납 의혹과 관련해 윤리위원회에 회부돼 있는 상황이라,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까지 염두에 뒀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와 가까운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내에서 이 대표의 행보를 문제삼는 목소리가 돌출되는 데 대해 “공천 규정을 바꾸겠다는 것으로 말이 많이 나오는데, 그게 사람을 심겠다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이 대표가 심을 만한 자기 사람이 있을 만큼 세력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며 “오히려 공천 문제나 우크라이나 문제 같은 건 하나의 핑계이고, 사실은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도권을 가져가려고 이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대표의 행보를 두고는 윤리위를 앞두고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혁신위 출범과 우크라이나 방문으로 이슈 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시각이 일각에서 나타난다.

이 대표에 비판적인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취재에서 “왜 이 시점에 우크라이나를 간 것인지, 혁신위로 뭘 혁신하겠다는 것인지도 불확실하다”며 “지금 공천 룰을 바꿔 봤자 당대표가 바뀌면 룰은 또 바뀌게 되어 있다. 실효성도 없을 것으로 보이는 일을 하는 것은 결국 시선몰이용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 대표가 남은 임기 동안 당을 이끌어갈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혁신위를 띄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크라이나를 방문 중인 이 대표는 9일 귀국을 앞두고 있어, 복귀 후에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도 관심이 몰린다.

차기 당권을 둘러싼 당내 주도권 싸움은 오는 24일로 예정된 윤리위 전체회의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윤리위에서 결정될 징계 여부나 그 수위에 따라 이 대표의 거취와 리더십에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혁신위의 공천 규정 개편도 향후 당내 파워게임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총선 공천에 직결되는 사안인 데다 당협위원장의 영향력이 강한 현재 공천 시스템에 변화가 생길 경우 당내에서 반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규정 변화에 따라 차기 당대표의 공천권 행사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차기 당권을 노리는 주자들도 이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 반발을 불러일으킬 요소들이 곳곳에 있는 만큼, 혁신위발 공천 시스템 개편이 진행될 경우 언제든지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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