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친윤 전면전 속 安, 윤핵관 업으며 ‘어부지리’ 노리나

좌측부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 안철수 의원 [뉴시스]
좌측부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 안철수 의원 [뉴시스]

- 李 혁신위‧우크라이나行에 정진석 등 윤핵관 견제수위 고조
- 與 갈등 국면 속 ‘태풍의 눈’ 안철수, 친윤계와 맞손 가능성도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은 대선‧지선 허들을 넘으며 170석 더불어민주당에게 짓눌렸던 야당에서 신(新)정권 프리미엄을 업은 집권여당으로 입지가 달라졌다. 여전히 여당은 여소야대 정국 돌파와 보수정권을 향한 민심의 기대치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나, 적어도 정권과 지방행정권을 틀어쥔 만큼 한숨 돌리게 된 셈이다. 이제 여당의 시선은 내부에 쏠려있다. 이른바 친윤(親尹,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원내 역학구도가 빠르게 재편되는 양상이다. 다만 당내 신(新)주류와는 결이 다른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존재는 여당 권력 개편의 중대 변수로 지목된다. 지난 대선 정국부터 뇌관으로 지목된 이 대표와 친윤계의 갈등이 격화하며 전면전으로 치달은 가운데, 안 의원은 자신의 공부모임 창설을 준비하는 등 조용히 당권 레이스 채비에 나선 모양새다.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이준석-친윤계-안철수’ 삼각구도로 압축되면서, 일각에선 안 의원이 친윤계와 연대전선을 꾸리며 혁신위 의제로 풍전등화에 놓인 이 대표를 고립시키는 전략을 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친윤계 간 신경전이 첨예한 가운데, 재보궐선거 승리로 원내 진입로를 확보한 안철수 의원(3선‧성남 분당갑)이 지난 7일 국회로 입성하며 여당 당권 경쟁 레이스에 불이 붙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첫 출근길에서 취재진에게 “저는 우리 국민의힘의 신입 멤버”라며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당권 관련이거나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당권 도전설에 선을 그었음에도 국민의힘 내부에선 안 의원의 차기 전대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임기가 1년가량 남았지만,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제기한 ‘성 상납’ 의혹으로 오는 24일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의를 앞둔 만큼 그 결과에 따라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이 걸린 만큼 국민의힘 내부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평가다. ‘전대 시계’가 빨라지면서 당권주자들이 당내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상호 견제로 잰걸음을 내기 시작한 것. 

與 ‘조기 전대’ 가능성에 이준석-친윤 갈등 심화

친윤계 핵심이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최다선(5선) 정진석 의원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최근 이 대표의 당 혁신위원회(혁신위) 의제와 우크라이나행을 정면 비판하며 포문을 열었다.

지난 3일 이 대표는 대표단을 이끌고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인프라 복원이 시급한 우크라이나와 재건사업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출국했다. 이에 친윤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이 과연 여당 대표로서 시의적절한 행동이었냐는 의문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 대표가 자신의 남은 임기 보장과 차기 당권을 의식한 ‘자기 정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 대표가 지선 종료와 동시에 공천개혁을 위한 혁신위 의제를 띄운 데 대해서도 ‘당 쇄신’ 기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내부 장악력을 키우기 위한 정치공학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특히 친윤계 맏형 격인 정진석 의원이 이 대표 견제 일선에 나섰다. 그는 이 대표가 자신의 측근인 국민의힘 정미경 최고위원을 여당 우세 지역인 경기 분당을에 투입한 것은 혁신위를 매개로 당 쇄신을 주장한 것과 정면 배치된다며 직격했다. 정 의원은 당정 핵심 가치인 ‘공정과 상식’에도 어긋난다고도 했다. 

정 의원은 “지도부 측근(정미경 최고위원)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고 정 최고위원까지 동시 저격했다. 아울러 정 의원은 혁신위 구성 단계에서도 이 대표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최재형 의원 등을 적극 추천했다며 이를 문제 삼았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 박대출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 박대출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다만 정 의원은 “(이 대표를) 끌어내리려는 발상을 해본 적은 없다”며 지도부 퇴출을 노린 게 아니냐는 정치권 해석에는 선을 그었으나, 차기 당권주자로 지명되는 정 의원의 노골적 견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혁신위를 발족하려면 좀 더 많은 준비를 한 다음에 하는 것이 옳았다”며 “혁신위 출범부터 발표하고 인적 구성이라든가 논의해야 될 대상, 아이템에 대해 나중에 결정하겠다는 건 순서가, 앞뒤가 바뀐 측면이 있다”고 당대표 견제 대열에 합류했다. 이후 공식 석상에서 당내 이견이 당권 경쟁으로 비화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냈지만, 권 원내대표가 정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게 당내 중평이다.

이 대표 측의 반격도 만만찮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한국에 계신 분들이 러시아 역성드는 발언들을 많이 하고 있어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이 분개하고 있다”며 자신의 출국을 비판한 당내 시선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전날에도 대상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어차피 기차는 갑니다”라는 메시지를 분출하며 사실상 자신의 혁신위 의제에 제동을 건 정 의원을 저격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의 네거티브는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국정과 무관한 생트집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라며 “근래 이준석 대표님을 향한 당내 비판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 하다”고 반발했다.

같은 당 조해진 의원도 “혁신위 출범은 잘한 것”이라며 “총선공천권이 차기 대표에게 있는데 왜 현 대표가 공천권 문제를 건드리느냐고 한다. 차기든 현직이든 공천권이 당대표에게 있다는 발상 자체가 반민주적이며 혁파해야 할 제1 대상”이라고 이 대표를 엄호했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천하람 혁신위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선거 때는 이 대표의 이슈 주도권이 도움이 되니까 쪽쪽 빨아먹다가 선거 끝나고 나서는 ‘자기 정치하는 거 아니냐’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정미경 최고위원도 정진석 의원의 ‘당협 쇼핑’ 발언에 “당이 공모한 지역구에 지원했을 뿐이다. 당연히 면접도 보고 서류도 냈다”며 “혹시 분당을 지역에 정 의원이 넣고 싶은 염두에 둔 사람이 있었나 생각까지 했다”고 반박했다.

안철수, 친윤계에 좌표 찍힌 이준석 사각지대 노리나

이렇듯 이 대표가 ‘국민의힘 혁신위’ 어젠다를 매개로 남은 1년 임기 사수에 나선 가운데, 친윤계의 공세는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어떻게든 임기를 채우고 향후 정치 활로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나, 당내 최대 파벌의 극심한 견제가 오는 24일 윤리위의 판단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여당 내부에선 이 대표가 사면초가에 놓였다고 보는 시각도 적잖다. 아울러 ‘태풍의 눈’에 있는 안 의원이 친윤계와 손을 맞잡으며 정치적 앙금이 남아 있는 이 대표를 집중 견제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당 내부 사정에 정통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24일 윤리위가 당내 권력구도 재편 향배를 가를 핵심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이 대표가 코너에 몰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크라이나 출국이나 당 혁신위 출범이 국민 눈높이에는 맞을지 모르나, 당내 메이저(주류)에겐 역류하는 측면이 있다. 조기 전대설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이 대표가 이슈를 선점하는 것은 친윤으로선 불편한 지점”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안 의원이 초‧재선 의원들을 접선 1순위로 지목한 것 같다. 안 의원이 최근 (당내) YB그룹의 실질적 좌장에 있는 한 재선 의원과 만나 회동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면서 “안 의원의 당권 도전은 일찌감치 예견됐지만, 최근 행보만 봐도 차기 당권 도전으로 노선을 굳힌 게 분명하다”고 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의원이 이 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 국면을 틈 타 어부지리를 노릴 수 있다”며 “당내 입지가 절실한 안 의원으로선 친윤 포섭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현재로선 안 의원과 윤핵관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시점인 데다, 이참에 (안 의원이) 당내 주류와 관계를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여의도로 출근하기 시작한 안 의원의 ‘당권 행보’ 시그널이 감지된다. 당장 국회 등판 첫 날인 지난 7일 오전에는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백서를 전달했다. 이에 여의도 정가에선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안 의원이 정치적 존재감을 피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와 동시에 안 의원은 자신을 주축으로 한 당내 ‘공부모임’을 신설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는 “10년 간 정치하며 공부모임을 한순간도 빼지 않고 내내 했다”며 원내 인사들과의 교류 계획을 밝혔다. 안 의원이 언급한 공부모임은 그동안 정치 인맥을 쌓아올 수 있었던 근간이라는 평가다.  

안 의원은 정치적 구원이 있는 이 대표를 향한 견제구도 섞는 모양새다. 이 대표와 정진석 의원이 혁신위를 놓고 갑론을박을 펴자 안 의원도 이 대표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공천제도 개혁’에 대해 “정당은 계속 혁신해야 한다”면서도 “혁신이라는 것에 선거 제도나 공천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도 함께 발전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정당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에둘러 견제했다.   

다만 무풍지대에 있는 안 의원이 향후에도 당권 경쟁을 배제하고 신사적 제스처만 취할 경우 점차 당 안팎에서 존재감이 희석될 수 있다는 평가도 혼재한다. 원내에서 정치 노선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고 독자 행보에만 골몰하면 당권에서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정통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선 여전히 안 의원이 ‘굴러온 돌’이자 ‘이적 세력’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어쨌거나 제3당 출신 인사인 안 의원에게 차기 총선 공천권을 쥐어주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의원들도 제법 있다”면서 “지난 대선 정국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루고 인수위원장까지 맡았지만 결국 보수정당에서 아직은 설익은 안 의원을 당권주자로 내세우기엔 시기상조라는 말도 나온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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