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제도 개편‧담론 형성 등 당의 향후 과제 제시
李 “지금까지 선거 승리 위한 정치 해…이제는 제대로 자기 정치 해보겠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어 소회를 밝히고 향후 당대표로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이 대표는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남은 1년의 임기 동안의 자신의 활동이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 이후 지난 1년에 대해 정권 교체와 그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달려온 기간이었다고 되짚었다. 그러면서 선거를 위해 달려왔던 1년 간의 리더십을 ‘전시의 리더십’으로, 앞으로 남은 1년 간 보여줄 리더십을 ‘평시의 리더십’으로 표현하며 두 가지가 다르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저에게 주어진 전시의 역할이라고 하는 것 때문에 저는 지금까지 항상 무기를 들고 싸워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밭을 갈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그 무기를 녹여가지고 농기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왔다. 그래서 그 농기구를 어떤 형태로 어떻게 만들어서 농사를 지을지가 앞으로 제 1년간의 고민”이라고 했다.

선거를 위해 무기를 들고 외부 세력인 다른 당과 싸워 이기는 것을 목적으로 했던 활동을 전시의 리더십으로, 정권을 잡은 뒤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활동을 평시의 리더십으로 빗대 설명한 것이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혁신위원회에서의 공천 제도 개편을 통한 민주적인 당 체계 구축, 당에서의 담론의 형성을 향후 과제로 꼽았다. 

20만 명이었던 당원이 80만 명으로 증가한 만큼, 일부 당직자들이 의사결정 구조를 독점하는 대신 늘어난 당원들을 당의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시켜 효능감을 느끼게 해야 그 규모와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대표는 이런 ‘당원 민주주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를 유지해 나가는 것을 향후 1년 간의 목표로 제시했다.

또 당에서의 담론 형성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보수 유투브 채널 등에서 제기되는 극단적인 담론과 결별하고 당 자체적으로 담론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당은 항상 많은 정보를 가지고 올곧은 마음을 가지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생각으로 담론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라며 “이런 것들을 당 차원에서 꾸준히 발굴해 내도록 하는 데 우리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천 시스템 개편’ 혁신위 역할 분명히 해…‘자기정치’ 비판엔 “이제부터 제대로 자기정치”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혁신위에 대한 당내 반발과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간 국민의힘 내에선 공천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혁신위의 역할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차기 당대표가 들어선 뒤 제도가 변경될 수 있는 점을 들어 무용론을 주장하는 의견도 존재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발상’이자 ‘관성과 타성에 젖은 이야기’라고 맹공했다. 그는 자신이 당대표로서 대선 경선과 지선 공천에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소신을 가지고 이를 행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 당대표로 누가 되더라도 그 원칙이 지켜지고 민주적 절차를 지킨다는 의지가 확고하면 저희는 앞으로 어떤 선거에서도 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다”고 했다. 혁신위를 통해 민주적인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도부가 바뀌더라도 이를 유지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지난 박근혜 정권 당시 새누리당에서 벌어졌던 진박 논쟁 및 공천 갈등을 언급하며 당시의 사태와 새누리당의 오만이 선거 패배와 탄핵 사태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선의 가장 중요한 여당의 지점은 공천이다. 그래서 그것을 시스템화하는 것에 상당한 정권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저는 확신한다”며 “시기에 맞게 필요한 것을 하지 않으면 그 피해를 당이 뒤집어쓰게 되는 것이고 그에 따라서 정권을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서 앞으로 1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일각의 ‘자기 정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앞서 이 대표는 자신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자기 정치’라고 깎아내린 정진석 의원과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지난 1년간은 어떻게든 선거를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 안에 자기정치는 설 수가 없다. 당장 이겨야 할 대선이 있고 지방선거가 있는 상황 속에서는 제 스스로를 살릴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라고 했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연이어 있었던 당의 ‘전시 상황’이었던 만큼, 자신만의 정치를 펼쳐 보일 기회가 없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앞으로 ‘자기 정치’를 하겠다는 예고를 덧붙였다. 그는 “지금까지는 저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치를 했다”며 “이제 자기 정치 좀 하겠다. 제가 이루고 싶고 옳다고 생각했던 세상, 제가 옳다고 생각했던 정책들,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당을 만들기 위해 제 의견을 더 많이 투영시키겠다. 그 과정은 당연히 민주적으로 진행될 것이고, 하지만 제 의견의 색채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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