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계파 난타전 최고조...강성 지지층 입김에 휘둘려
‘친문’ 이원욱·윤영찬 VS ‘친명’ 김남국·이수진 갈등 첨예
이재명 前 비서 친문에 “한 대 맞자”, “O된다” 협박 논란
8월 전대 앞두고 상호 비방 극심...“도 넘었다” 피로 호소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혁신을 위해 광화문포럼 해체 및 계파정치 종식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계파 갈등이 밑바닥을 드러내며 극단적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이른바 ‘수박’(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배신자를 일컬음)을 놓고 친명(친이재명), 친문(친문재인) 간 원색적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내홍의 본질은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되는 차기 당 대표를 당내 어느 계파에서 배출하느냐다. 친명 대 반(反)친명의 헤게모니 대결 구도인 셈이다. 특히 민주당의 6.1 지방선거 참패로 친명계 리더인 이재명 의원의 영향력이 위축되면서, 뇌관으로 지목된 신·구 당권파 갈등은 악화일로를 걸으며 사실상 수습이 불가한 상황에 놓였다.           

양 측은 ‘수박’, ‘정치 훌리건’ 등 원색적 표현이 뒤섞인 상호 저격에 나섰다. 

정세균(SK)계·범친문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지난 11일 친명계 초선 모임인 ‘처럼회’를 겨냥, “처럼회는 왜 해산을 안 하느냐”면서 “계파 청산은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공개 저격에 나섰다. 앞서 이 의원 등 SK계 모임인 ‘광화문 포럼’은 지방선거 후 당 쇄신을 명목으로 자진 해산했다.

이에 대표적 친명계 초선인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어떻게 처럼회를 해체하라는 주장이 나오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너무 생뚱맞다”며 맞섰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계파정치로 천수를 누렸던 분들이 느닷없이 계파 해체를 선언하고, 영구처럼 ‘계파 없다’ 이러면 잘못된 계파정치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냐. 도둑이 선량한 시민에게 ‘도둑 잡아라’ 소리치는 꼴”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이 의원은 즉각 “의견이 다른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문자메시지 등 공격은 이재명 의원의 팬덤 중 일부 정치 훌리건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그중 하나로 자리 잡은 모임이 처럼회여서 해체를 말하는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뉴시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뉴시스]

이원욱-김남국 의원의 갈등은 지난 10일 이 의원이 자신의 SNS에 논란의 ‘수박’ 이미지를 게시한 것이 신호탄이 됐다는 평가다. 이 의원이 당내 지지층 사이에서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라는 뜻을 지닌 은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 대해, 김 의원이 이를 시비성 조롱으로 규정한 것.

아울러 이재명 의원의 성남시장 시절 수행비서였던 백종선 씨가 지난 1일 이 의원에게 “곧 한 대 맞자. 조심히 다녀”라고 경고성 문자를 보낸 것이 친명-친문 계파전의 도화선을 당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 씨는 이재명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윤영찬 의원에게도 “고개 빳빳이 드는 정치 말라. 나중에 O된다”고도 했다. 이원욱 의원이 ‘훌리건 정치’를 거론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읽힌다.

이와 함께 친문 윤영찬 의원과 친명 이수진 의원도 서로 대립각을 세웠다. 이 의원은 지난 5일 민주당 언론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배경으로 “언론의 자유를 지켜달래요. 모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이, 울면서”라며 윤 의원을 지목하자, 윤 의원이 “최근 ‘왜 울면서 언론개혁 반대했느냐’는 문자와 댓글을 받았다. 대체 무슨 소린가 했더니 이유가 있었다”며 이는 이 의원의 거짓 발언이라고 맞불을 놓으며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내부 난타전은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 재편 수순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밑바닥 붕당정치로 대선·지선 패배 후유증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의원들도 상당수라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당권 경쟁이) 이렇게 이전투구 형태로 흘러가선 안 된다”라며 “일부 의원들은 ‘갈 데까지 갔다’며 통탄한다. 가뜩이나 (민주당을 바라보는) 민심이 좋지 않은데 계파 갈등으로 당 쇄신 의제가 묻히고 있다. (민주당이) 팬덤에 계속 휘둘리는 이상 당 쇄신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