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의서 정부 맹공한 우상호, 與 향해선 ‘양보 촉구’
전준위원장에 안규백, 전대 선관위원장에 도종환 위촉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모습.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모습.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지난 10일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오늘(13일) 첫 회의를 열고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민주당 비대위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참배 뒤 방명록에 “유능하고 겸손한 민생정당으로 거듭나겠습니다”고 적었다.

이어서 국회에서 열린 첫 공식 회의엔 우 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3선 대표인 한정애 의원, 재선 대표인 박재호 의원, 초선 대표인 이용우 의원과 원외 대표인 김현정 원외위원장협의회장, 지난 12일 합류한 서난이 전북도의원 등 7명의 위원들이 전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의 발언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세와 당내 분쟁 자제를 촉구하는 데 집중됐다.

우 위원장은 전날인 지난 12일 북한 방사포 발사가 이뤄진 날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영화 관람에 나선 것을 짚어 “윤석열 정권의 대응방식이 저는 대단히 불안하고 아마추어리즘으로 보인다”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여당을 향해서도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여야의 이견으로 원구성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을 여당의 책임으로 돌리며 입장 변화를 요구했다. 우 위원장은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여당의 양보가 선결과제”라며 “국정을 푸는 책임감은 결국 여당의 양보안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와 이용우 위원, 김현정 위원도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고, 한정애 위원과 박재호 위원, 서난이 위원은 당내 타협과 화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대위의 이런 움직임은 ‘외부의 적’을 설정함으로써 당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계파 갈등을 수습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부·여당을 ‘공동의 적’으로 삼아 당 구성원들이 내부 싸움 대신 외부의 정부·여당을 향한 싸움에 집중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에 견제구를 던짐으로써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분명히 하려는 행보로도 풀이된다.

현재 민주당은 친명계 의원들과 비명계 의원들이 ‘수박’ 등의 비방용 은어까지 사용해 가며 공개적으로 설전을 주고받는 등 계파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이에 우 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수박’이라는 단어를 쓰는 분들은 가만히 안 두겠다”고 공개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한편, 비대위는 이날 회의 이후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에 안규백 의원을,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에 도종환 의원을 위촉한다고 밝혔다. 

두 의원이 선정된 배경에는 옅은 계파색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도 의원은 친문계로, 안 의원은 정세균계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이 강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두 의원이 계파색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옅은 편이다. 계파에 치우치지는 않는 스타일이어서 당내에서도 크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편”이라며 “당이 워낙 시끄러우니 무난하고 온화한 사람들을 쓰려고 한 게 아닐까 한다”고 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내에서 특정한 정치 색깔이나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의 의무를 지킬 수 있는 중진 의원으로 (인선을) 검토했다”며 “전준위나 선관위가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당 위원장들이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전당대회 룰을 정할 때 각 계파의 유불리를 놓고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계파색이 약한 중립적인 인사를 선정해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비대위가 빠르게 전준위원장 인선에 나선 것 또한 조기에 전당대회 규정을 확정해 논란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우 위원장은 앞서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전준위 구성을 최우선 과제로 언급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민주당 비대위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당내 갈등 해소를 위해 민주당 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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