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혁신위로 당 장악? 어불성설”...“혁신위 본질 집중해야” 주장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띄운 당 혁신위원회의 출범이 임박했다. 당 내에선 이 대표가 혁신위 사조직화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문의 시선도 적잖은 만큼, 혁신위를 둘러싼 잡음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준석발(發) 혁신위의 핵심 의제인 ‘공천개혁’은 내부 이견이 뚜렷해 향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혁신위는 빠르면 이번 주 안으로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인적 라인업이 완성되는 대로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하게 된다. 다만 지난 14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선 혁신위 구성과 관련한 안건은 다뤄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혁신위 인적 구성이나 조직 운영 방향성에 대해 금주(6월 3주) 내로 별도로 자리가 마련될 것”이라면서 “아직은 혁신위를 놓고 내부 의견이 충돌하는 지점이 있어 의총에서 혁신위 안건을 논의하는 것은 보류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6.1 지방선거 직후 혁신위 의제를 띄웠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혁신위의 역할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2024 총선까지 혁신위를 통한 당 전면 개혁으로 민심 눈높이에 부응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 대표가 이른바 ‘친윤(親尹, 친윤석열)계’를 견제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라는 주장이 배치된 것.  아울러 혁신위가 기존 공천 룰을 개편하는 ‘공천개혁’에 방점을 둔 데 대해서도 당내 반발이 만만찮다. 이 때문에 최근 이 대표와 ‘친윤 핵심’ 정진석 의원이 갈등을 빚은 바도 있다. 

국민의힘 배현진 최고위원은 이날 의총 직후 취재진과 만나 “혁신위는 당의 건전한 조직으로 무색투명하게 잘 띄우려고 노력하고 같이 의기투합하는 건데 그 부분에서 먼저 불필요한 말들이 많이 나오는 바람에 오히려 저희가 추천해야 할 초선 의원 그룹에서 조금 주저하는 분위기가 생긴다”고 밝혔다. 당내 잡음에 혁신위 의제가 공전하고 있다며, 루머보다 조직 본연의 기능인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로 읽힌다.    

이날 이 대표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혁신위를 통해 당을 장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사당화를 할 거라면 공천관리위원회를 장악하고 공천을 쥐고 흔들 것”이라고 자신을 둘러싼 사조직화 논란을 일축했다.

일각에선 혁신위 출범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계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불협화음이 지속될 경우 민심과의 괴리가 커질 수 있음을 우려한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일요서울에 “혁신위의 본질은 공천 룰 등 시스템의 합리화로 당 쇄신을 이끌자는 것인데, 염불보다 잿밥에 시선이 쏠린 측면이 있다”면서 “지난 대선과 지선에서 민심의 요구를 보지 않았나. 결국 당 혁신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혁신위를 놓고 이 대표에게 날을 세웠던 정진석 의원도 이날 “혁신위 그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라며 “집권여당으로서 국가 대의를 위해 책임을 다하는 그 사명을 한 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여당 의원은 국가 대의와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보다 완곡한 스탠스를 보였다.

다만 혁신위의 ‘공천개혁’은 여전히 불안요소라는 평가다. 정당의 근간인 공천 룰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일인 만큼, 내부 의견이 첨예하게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공천 시스템의 합리화를 주장했지만, 다선 중진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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