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블랙리스트’ 백운규 영장 기각됐지만…‘文 정부 청와대’ 인사들 숨통 틜까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뉴시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뉴시스]

-영장 기각에도 檢 수사 지속 전망…박상혁 전 청와대 행정관 수사 선상에
- ‘죽은 권력’ 文 이어…‘살아있는 권력’ 이재명 연루 수사 ‘착수’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문재인 정권 인사들이 연루된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검찰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에 몸담았던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수사 선상에 올리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백 전 장관의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으나, 영장 기각 사유에 범죄 혐의가 대체로 소명됐다는 언급이 들어가면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의원이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청와대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 역시 열려 있는 상황이다. 한편, 민주당의 신흥 세력의 중심으로 떠오른 이재명 의원은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로 적시됐던 사실이 드러나며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이 3년 만에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본격화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3월 산업부 핵심 부서들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에는 백운규 전 장관의 자택과 그가 재직 중인 한양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사건과 관련해 고발된 산업부 공무원들도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백 전 장관에 대해서는 지난 9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한 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구속 영장을 청구하며 신병 확보를 시도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인사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박상혁 민주당 의원이 수사 선상에 오른 사실도 밝혀지며, 검찰 수사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전 정권 임명 인사들에 ‘사퇴 압박’ 혐의 받는 백운규…직권남용으로 고발돼

백 전 장관은 산업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산하 자회사 사장과 기관장들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던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코드’가 맞지 않아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 걸림돌이 되는 전 정권 임명 인사들에 사표를 내도록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19년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문제 제기로 불거진 의혹으로, 당시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블랙리스트’에는 산업부 산하 무역보험공사 문재도 전 사장, 지역난방공사 김경원 전 사장, 에너지공단 강남훈 전 사장, 광물자원공사(현 광해광업공단) 김영민 전 사장 등 공공기관 4곳의 기관장과 남동발전 장재원 전 사장, 남부발전 윤종근 전 사장, 서부발전 정하황 전 사장, 중부발전 정창길 전 사장 등 한국전력 자회사 4곳의 사장들이 포함됐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백 전 장관과 이인호 전 차관을 포함해 산업부 공무원 5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이 밖에도 백 전 장관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시절 비서실 정무수석을 지낸 황창화 씨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면접 예상 질문지와 답안지 등을 미리 건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백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청와대 윗선의 지시는 없었다면서 적법하게 업무를 처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뉴시스]
산업통상자원부. [뉴시스]

백운규 구속영장 기각…법원 “범죄 혐의 대체로 소명, 일부 다툼 여지”

3년 만에 본격화된 수사에도, 백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려는 검찰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법원은 지난 15일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동부지법 신용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을 기각하면서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 소명은 이뤄진 것으로 보이나,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기각 사유로는 증거가 확보됐고 관계자들을 회유해 유리한 진술을 이끌어낸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점, 추가 수사와 별도의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받을 수 있는 점 등이 꼽혔다.

법원은 “상당한 양의 객관적 증거가 확보돼 있어 진술만으로 유무죄를 가려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도 했다. 

또 “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3년 9개월 가량 지났고, 재직 당시 직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며 “주요 관련자들은 대체로 피의자와 이해관계가 상반되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피의자에 유리한 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피의자가 다른 피의자나 참고인들을 회유해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끌어낼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원은 백 전 장관에 대한 추가 수사가 불가피하다고도 봤다. 월성 원전 조기 폐쇄와 관련된 재판도 진행 중인 상황이라 별건의 수사와 재판을 동시에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백 전 장관이 구속될 경우 방어권 행사에 심대한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또 백 전 장관의 지위나 태도 등에 비추어 봤을 때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구속 면하며 한숨 돌렸지만…“혐의 소명” 언급에 웃지 못하는 백운규

구속이 되는 사태는 면하면서, 백 전 장관 측은 일단 한숨을 돌린 모양새다. 백 전 장관은 영장이 기각된 후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재판장님께 감사하다. 앞으로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만 백 전 장관의 영장 기각과 향후 검찰 수사의 향방과 관련해서는 두 갈래의 해석이 나온다.

일단 검찰이 백 전 장관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향후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검찰이 수사 속도를 늦추지 않고 청와대 윗선 개입 여부 규명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타난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이 이뤄졌다고 언급한 점 때문이다. 법원이 상당한 양의 객관적 증거가 확보됐다고 한 점 역시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혐의 입증이 불충분해서 영장이 기각된 것이 아닌 만큼, 영장 기각이 향후 수사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건에 연루됐을 것으로 의심받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이 긴장감을 내려놓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상혁 의원이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점도 변수다.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이었던 그가 산업부와 청와대를 잇는 연결고리로 지목된 만큼, 청와대 윗선으로의 수사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新권력’ 이재명 향한 수사도 본격화…대장동·백현동 의혹 관련 피의자 적시

민주당의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재명 의원이 연루된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수사도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지난해 말 이 의원을 배임 혐의로 피의자로 적시해 관련 수사를 진행했던 사실이 지난 15일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나면서다.

지난 16일에는 이 의원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이었던 정민용 변호사가 검찰 조사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 내용을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의원에게 직접 보고하고 결재까지 받았다고 진술했다는 보도가 나와 화제가 됐다.

이날(16일)에는 백현동 아파트 개발특혜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이 의원의 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함께 이 의원 역시 피의자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의원과 관련해서는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백현동 아파트 개발특혜 의혹 외에도 성남FC 후원금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 비선캠프 전용 의혹, 배우자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이 수사 중에 있다.

6.1 지방선거 국면이 마무리되면서, 이 의원과 관련된 검‧경의 수사들도 재개돼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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