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식 추천’ 두고 이견…李 “합당 취지와 안 맞아” vs 安 “대국민 약속”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국민의힘 최고위 인적 구성안을 놓고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갈등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오랜 ‘앙숙’ 관계인 두 사람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과정에서 당 지도부에 국민의당 출신 인사 두 명을 배치하기로 한 ‘합의 조항’을 놓고 충돌했다. 국민의당 대표였던 안 의원이 당 최고위원에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과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을 추천하자, 이 대표가 “공당의 결정보다 사천(개인적 추천)에 가깝다”며 이를 거부한 것.  

특히 이 대표는 안 의원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을 추천한 데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당초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이 당 최고위 인적 구성에서 배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사 추천권을 부여한 것인데, 국민의힘 인사 추천은 합당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게 이 대표의 논리다.

인사 추천 과정 또한 이 대표가 문제삼는 부분이다. 안 의원이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추천했을 가능성을 짚은 것.

이 대표는 21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그(최고위) 자리에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을 배제하고 국민의힘 출신 인사를 배치하다 보니까 실제로 국민의당 출신 당원들도 저한테 굉장히 이의를 많이 제기했다”며 “안철수 전 대표가 사실 그 명단이 어떤 논리와 어떤 논의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명단인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국민의당 출신(현 국민의힘)인 권은희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추천 인사의 자격에는) 합당되는 국민의당 입장을 대변하고 국민의당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인사들을 추천하는 것이 당연히 전제가 되어 있을 텐데 (정점식 의원은) 합당 당시에 명백히 타당의 소속 의원이었다”며 안 의원의 인사 추천에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에 안 의원도 물러서지 않는 모양새다. 안 의원은 우선 김 전 위원장만 임명하자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중재안에도 자신이 추천한 인사들을 모두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20일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당 대 당 약속이었고, 당시 4월 18일 전 국민 앞에서 약속하고 선언해서 국민과의 약속이 되는 것”라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최고위원 추천 인사를 둘러싼 두 사람의 기싸움은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이해관계와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안 의원이 당초 합당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에도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정점식 의원을 최고위에 추천한 것은 당내 주류 그룹과 접점을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의 견제에도 불구, 친윤과 연대전선을 꾸리며 차기 당권을 향해 직행하겠다는 의중으로도 읽힌다.

이 대표가 안 의원의 인사 추천에 제동을 걸고 나선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내 일각에선 이 대표가 최고위 인적 구성에 따른 유불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돈다. 안 의원 측 또는 친윤계 인사들이 당 최고위로 배치되는 것을 우려한 처사라는 것.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취재에서 “현재 최고위 다수 인사가 이 대표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인데, 안 의원 추천 인사가 추가되면 이런 구조가 깨지게 된다. 다른 이유를 대지만, 그런 점 때문에 (추천 인사를) 못 받겠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고 했다.

또 이 대표가 안 의원과 친윤의 연대를 저지하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성 상납 의혹’으로 당 윤리위원회 징계 심의를 앞둔 이 대표로선 안 의원과 당권파의 결탁이 압박 요소인 만큼,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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