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없이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윤석열 라인이 약진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잘 나가던 검사들이 좌천당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장관이 능력을 감안해서 제대로 했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인 자신의 인사관련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난리를 쳤던 기억은 까마득하다. 앞으로 검찰 인사와 관련해서 흔들리지 않을 선례가 될 것이다.

김용범 전 기재부 차관이 주간지 시사인과의 인터뷰 기사가 화제다. 문재인 정부 말에 있었던 손실보상의 소급적용 논란에 대한 기재부 관료의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김 전 차관은 선출권력이 추진하면 뜻이 관철되는 게 맞지 않냐는 질문에 맞다고 대답하면서도, 선출 권력이 적극적으로 결정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 밝혔다. 소급적용을 안한 것은 기재부가 아닌 대통령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EPL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이 지난 2일 브라질 축구 대표팀과의 평가전에 앞서 체육훈장을 받았다. 윤 대통령이 경기장에 깜짝 등장해서 손흥민 선수에게 직접 수여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손흥민은 체육훈장 중에서도 훈격이 가장 낮은 기린장'(5등급)에 해당됐다고 한다. 이전 정부부터 훈장을 추진했지만 절차의 벽에 막혀 지지부진했는데, 정권이 바뀌자 전광석화처럼 1등급 훈장을 수여했다.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 피해자가 약 10억원의 지연이자를 면제받게 됐다. 법무부가 법원의 화해 권고를 수용하기로 했다. 한동훈 장관이 지시했다고 한다. 인혁당 피해자들은 국가 불법행위를 인정한 판결에 따라 배상을 받았는데, 이후 대법원에서 배상액을 낮추면서 돈을 반환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었다. 진보 대통령이라던 문재인 대통령이 손 놓고 있었던 문제였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청와대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해 광화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경호가 문제였다. 광화문 정부청사로 옮기려면 외부 공격이나 침입에 대비한 시설이 필요하고, 고층건물이 많아 경호가 어렵다는 의견이 득세했다. 절차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재인 대통령은 광화문 집무실 공약을 접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용산으로 갔다.

윤석열 정부가 국가정보원 1급 국장 전원을 대기발령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을 대대적으로 손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보통 새정부 들어서면 대규모 인사가 이뤄지긴하지만, 국장급을 일괄해서 대기발령 낸 것은 이례적이고 과감한 조치다. 이 조치를 통해 국정원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국정원과 같은 권력기관을 개편하려면 이렇듯 정권 초기 가장 힘이 있을 때 해야 하는 것이 맞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무엇이 다른가. 권력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문재인 정부 구성원들에게 권력은 뜨거운 감자였다. 먹고는 싶지만 어설프게 삼켰다가 문제가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 법과 절차가 언제나 화두였다. 대통령은 대외문제나 코로나19 방역 문제 말고는 능동적으로 무엇을 결정한 적이 없었다. 법과 절차에 맡기고 그것을 관리만 할 뿐, 속도를 임의대로 조절하지 않았다. 그냥 뒀다.

윤석열 정부는 권력을 운용하는 데 적극적이다. 법치를 강조하지만 과감한 정치적 결정을 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한동훈 장관은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데에 진영논리나 정치논리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권한을 가진 책임자로서 난마처럼 얽힌 문제를 해결했다는 식이다. 이 차이가 우리 사회를 어디로 끌고 갈지는 아직 모른다. 재량권을 넘어서는 순간이 위기를 마주할 것은 분명하다.

※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