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 화천대유 김만배와 쌍방울 관계는…화천대유 자금이 쌍방울로?
김만배가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 회장과의 관계 인정했다는 보도도 나와

쌍방울 그룹. [뉴시스]
쌍방울 그룹.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으며 이목을 끌었던 쌍방울 그룹이 최근 다시 정치권 안팎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쌍방울 그룹이 이재명 의원 뿐 아니라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연관됐을 것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들이 연이어 드러나면서다. 김만배 씨에 의해 화천대유로부터 흘러나온 돈이 쌍방울 그룹으로 들어갔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쌍방울 그룹과 관련된 이슈들은 연일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쌍방울 그룹의 자금 흐름과 관련해 검찰이 쌍방울 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더 관심을 받고 있다. 

-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연루 의심받는 쌍방울, 李 측근이 사외이사 지내기도
-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과 이재명 관계 언급하는 녹취록도 등장…李·쌍방울은 부인


쌍방울 그룹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대선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이 의원은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당시 고위 법관 출신과 대형 법무법인 소속의 변호사들로 30여 명 규모의 변호인단을 선임했는데, 이 의원이 당시 수임료가 3억 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됐다. 

“쌍방울 CB가 이재명 변호사비로” 대납 의혹 제기한 친문 단체

친문(親文) 단체인 ‘깨어있는시민연대당(깨시연)’은 당시 변호인단 중 한 명인 이태형 변호사가 수임료로 현금 3억 원과 주식 20억 원 어치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주식이 쌍방울 그룹이 발행한 전환사채(CB)라는 주장으로, 쌍방울 그룹이 이 의원의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이 일게 된 것이다. 

당시 이 의원 측은 ‘깨시연’이 의혹을 제기하며 근거로 제시한 녹취록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펴며 의혹에 반박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측근들이 쌍방울 그룹과 계열사들의 사외이사로 지냈던 사실이 드러나며, 이 의원과 쌍방울 그룹 간 연관성에 대한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태형 변호사는 지난 2019년 쌍방울 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바 있고, 함께 변호인단에서 활동했던 나승철 변호사도 또다른 계열사에서 사외이사를 지냈다. 조계원 전 경기도 정책수석도 쌍방울 그룹의 계열사에서 사외이사를 맡았고,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지낸 이화영 킨텍스 대표는 쌍방울 그룹의 사외이사로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李와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 가깝다” 쌍방울 경영진 출신 A의 녹취록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과 이 의원의 관계에 대한 보도도 있었다. 문화일보가 쌍방울 그룹에서 전환사채(CB) 발행·매출 관리 등을 담당하는 핵심 경영진이었던 A씨가 이에 관해 언급하는 녹취록 내용을 단독 보도한 것.

보도에 따르면 녹취록에서 A씨는 이 의원과 김 전 회장의 관계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성태 형하고는 가깝지”라며 “(본사에 있는) 내 방에도 두 번이나 왔는데 도지사 직전하고 도지사 되자 마자인가”라고 했다.

그러나 A씨와 쌍방울 그룹, 이 의원은 모두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김만배 ‘100억’의 행방은…박영수 전 특검 인척도 등장

쌍방울 그룹과 관련된 의혹에는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도 등장한다. 

쌍방울 그룹은 지난 2018년 11월 전환사채(CB) 100억 원 어치를 발행하는데, 이 CB를 ‘착한이인베스트’라는 회사에서 전량 인수한다. 착한이인베스트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과 그 가족들이 지분 40%를 보유하며 최대 주주로 있는 회사였다.  

착한이인베스트는 이후 2019년 4월 KH그룹 계열사 두 곳으로부터 50억원을 대여받는다. KH건설(옛 이엑스티)로부터는 20억 원, 장원테크로부터는 30억 원을 각각 대여받았다.

KH그룹은 같은해 10월 대양금속 인수를 추진하면서 투자조합 에프앤디 조합을 설립하는데, 같은해 12월 이 에프앤디 조합의 지분을 건설업자 나석규 씨가 매입하며 나 씨가 대양금속을 인수하게 된다.

이 나석규 씨와 인수 자금과 관련해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이름이 등장한다. 김만배 씨의 돈 100억 원이 나 씨에게 흘러갔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김만배 씨는 화천대유로부터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빌린 473억 원 중 100억 원을 박영수 특검의 인척인 대장동 분양대행업자 이기성 씨에게 보내고, 이 씨는 100억 원을 나석규 씨에게 건넨다. 

이런 방식으로 김만배 씨로부터 흘러나온 화천대유 자금이 분양업자 이 씨를 거쳐 건설업자 나 씨에게 건너갔고, 이 자금이 나 씨가 대양금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KH그룹으로, 또다시 계열사를 통해 착한이인베스트로 흘러갔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여기에 더해 착한이인베스트가 쌍방울 그룹의 CB를 인수하는 데 이 자금이 쓰였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뉴시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뉴시스]

김만배, “김성태 전 회장과 전화 통화하는 사이” 검찰 진술

쌍방울 그룹과 김만배 씨의 접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과 김 씨의 관계가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노컷뉴스 단독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의 관계는 검찰이 화천대유로부터 흘러나간 김만배 씨의 대여금 473억 원의 행방을 찾던 중 드러났다. 김 씨가 지난 2020년 쌍방울 그룹에서 부회장을 지낸 최 모 씨에게 20억 원을 송금한 기록이 발견되면서다. 최 씨는 지난해 김만배 씨의 구속영장 기각 당시 김 씨를 수행했을 정도로 그와 가까운 인물이다.

김만배 씨는 이 최 씨를 통해 김성태 전 회장을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김만배 씨가 검찰 조사에서 “최씨를 통해 김 전 회장을 알게 됐고, 전화 통화하는 사이”라고 진술한 것이다.

쌍방울의 수상한 자금 흐름…검찰, 쌍방울 본사 압수수색

쌍방울 그룹과 관련된 의혹들이 쏟아지고 화천대유와의 관계까지 의심하게 하는 정황들이 드러나며 이목이 모아지는 가운데, 최근 검찰이 쌍방울 그룹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관심이 집중됐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쌍방울 그룹과 관련해 수상한 자금 흐름을 발견해 검찰에 자료를 넘겼고, 검찰은 이를 수원지방검찰청으로 내려보냈다. 수원지검은 이재명 의원과 관련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한데, 수원지검은 이를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 중인 공공수사부가 아닌 특수부에 해당하는 형사 6부에 배당했다. 

수사를 진행해 오던 형사 6부는 지난달 23일 수사관들을 쌍방울 그룹 본사로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쌍방울 그룹은 지난 2020년 4월 45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는데, 쌍방울 그룹 측이 조기상환한 CB는 지난해 6월 신원을 알 수 없는 5명에게 재매각됐다. 이들은 당일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최대 50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진다.

라임 사태 쌍방울 金 전 회장…쌍방울 계열사 ‘윤석열 테마주’?

이 밖에도 쌍방울 그룹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된 이슈에도 이름이 등장한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은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에게 브로커 엄 모 씨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다. 엄 씨는 쌍방울 그룹에서 회장 비서실장을 지내고, 쌍방울 그룹 계열사 대표로 선임되기도 하는 등 김 전 회장의 신임을 받는 최측근으로 전해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쌍방울 그룹의 계열사 아이오케이 컴퍼니가 박 전 대통령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를 경매를 통해 매입한 바 있다. 이 회사는 한성구 쌍방울 그룹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팬클럽 ‘윤석열을 사랑하는 모임(윤사모)’의 홍경표 회장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며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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