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치열했던 20대 대통령 선거와 6·1 지방선거가 끝나고 8·28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계(친문재인)와 친명계(친이재명) 사이의 세력 다툼이 본격화되고 있다. 양대 계파의 전쟁 속에 이질적인 두 인물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젊은 여성 유권자층 결집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지방선거가 끝난 후 민주당에 ()’ 당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위원장과 줄곧 정치 교체를 주장해온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손을 잡고 세력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위 총사퇴를 발표한 후 국회를 나서고 있다. 2022.06.02. 뉴시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위 총사퇴를 발표한 후 국회를 나서고 있다. 2022.06.02. 뉴시스

- 친문·친명 모두 박지현 때리기’, 민주당의 청년 정치도 위기
- 입지 축소 박지현, ‘잠룡김동연과 손잡고 세력화 시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청년여성정치인의 대표 간판으로 떠오른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6·1 지방선거가 끝난 후 고립무원 처지에 놓이게 됐다. 친문과 친명 성향의 강성 지지층은 물론이고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의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 당내 기반이 더욱 약화된 상황이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이었던 텔레그램 엔(n)번방을 세상에 처음 알린 추적단 불꽃의 활동가 출신이다. 박 전 위원장은 3·9 대선을 앞둔 지난 1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선대위에 합류했다. 박 전 위원장은 선대위에서 여성위원회 디지털성범죄근절 특위 위원장을 맡아 활약했다.

대선 당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을 내놓으며 이남자(20대 남성)’ 표심을 집중 공략했다. 이에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 측은 이남자표심 확보에 열세를 보였고, 거기다 젊은 여성 유권자층의 지지를 끌어오는 것에도 근본적 한계를 갖고 있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비위 연루 사실이 민주당의 최대 약점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지현 전 위원장이 대선 기간 2030 젊은 여성 지지층 결집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선이 끝난 이후 박 전 위원장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박 전 위원장은 윤호중 의원과 비상대책위원회의 공동 위원장을 맡아 당의 전면에 나섰다. 박 전 위원장이 민주당의 청년·여성간판 정치인으로 조금씩 부상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586그룹’(50·80년대 학번·60대년생)이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형성됐다. 그는 원외’ 30대 정치인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비교되기도 했다.

기대한몸 받던 박지현 입지 축소, 무슨 일 있었나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박 전 위원장이 민주당에 합류할 때부터 일각에서는 기성 정치권에 의해 청년·여성의 정치 참여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활용만 될 뿐 당 내에서 기반을 구축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왔었다. 이 같은 우려가 적중한 것일까. 박 전 위원장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당내 입지가 크게 축소됐고, 정치적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박 전 위원장의 언행은 강성 친문·친명 지지자들의 거센 공격을 불러왔고, 당내 일부 의원들도 박지현 때리기에 가세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판세가 민주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국민들에게 반성과 사과의 뜻을 밝히며 ‘586그룹 용퇴론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지도부간 내홍이 표출됐고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반발했다.

박 전 위원장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지방선거 이후에도 당을 향한 비판 목소리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강욱 의원에 대한 중징계를 강하게 요구했다. 또 팬덤 정치를 비판하고 민주당 내 강경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해체 등의 주장을 펼쳤다. 처럼회는 지난 20206월 최강욱·김남국·김용민 의원 등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모임이다.

박 전 위원장은 최강욱, 김남국 의원을 비롯해 팬덤 정치에 기댄 의원들이 주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지선의 가장 큰 패인이었다처럼회는 강성 팬덤에 기대 당과 선거를 망친 책임을 인정하고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폭력적 팬덤의 원조는 이른바 극렬 문파’”라고 비판하면서 강성 친문 지지층의 신경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박 전 위원장은 강성 친문·친명 성향 지지층의 공격 대상이 됐다. 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가지 혁신안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이재명 의원의 열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들로부터 내부 총질을 하지 말라는 문자폭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위원장이 강성 친문 성향의 최강욱 의원에 대한 중징계와 처럼회 해체를 주장하자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민주당 홈페이지 권리당원 게시판에 제발 민주당에서 나가주시라”, “박지현을 징계할 수는 없나등의 비난 글을 올리기도 했다.

대화나누는 이재명과 박지현. 뉴시스
대화나누는 이재명과 박지현. 뉴시스

친명계이자 처럼회 소속 김남국 의원도 최근 CBS라디오에서 팬덤에 취한 건 오히려 박 전 위원장이라고 비판했다.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위원장이 폭력적 팬덤의 원조는 극렬 문파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이재명 의원 팬덤에 호감을 사서 최고위원에라도 도전하고 싶은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정봉주 전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박 전 위원장이 당 윤리심판원의 징계에 반발해 재심을 청구하기로 한 최강욱 의원을 향해 당을 깊은 수렁으로 끌고 들어간다고 비판한 것과 관련해 이런 한두 가지 사건 때문에 수렁으로 빠지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고 본인이 가던 길인 기자의 길을 가든 9급 공무원을 가든 그쪽 길로 가라고 권하고 싶다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 같은 계속되는 박지현 때리기에 민주당의 청년 정치도 위기를 맞은 모습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달 27MBN ‘판도라에 출연해 박지현 전 위원장도 잘못한 게 있다선거 중에 ‘586들은 다 나가라고 하고, 이러한 것이 적전 분열을 가져오게 했기 때문에 그러한 책임도 있겠지만 저는 순기능이 역기능보다 훨씬 많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가 박지현 전 위원장에게 있는 것처럼 몰아붙이는 것은 잘못됐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여성, 청년이 민주당으로 오겠나라며 국민의힘에 이준석이 있다면 민주당에 박지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웃사이더김동연-박지현, 손잡고 혁신주도?

일각에서는 박 전 위원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연대설이 제기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이 김 지사의 청년 특보젠더 특보를 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새로운물결후보였던 김동연 지사는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의원과 정치교체를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한데 이어 후보단일화에도 합의한 바 있다. 이재명 의원이 영입한 박지현 전 위원장과 김 지사 모두 민주당에 합류할 당시에는 친명계에 가까웠으나 지금은 사실상 민주당 내 아웃사이더로 볼 수 있다.

박 전 위원장은 현재 강성 친문은 물론이고 강성 친명 지지자들로부터도 공격을 받고 있고, 김 지사는 지방선거 승리 이후 이 의원을 위협할 잠룡으로 부상했다. 김 지사가 향후 이재명 의원의 후계자 행보를 걸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임기 4년 동안 이재명 전임 도지사와 차별화된 성과를 쌓은 후 차기 대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지사는 향후 정치 교체’ ‘민주당의 혁신을 화두로 자기 정치를 펼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민주당 정치교체추진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정치교체추진위원회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의원과 김 지사가 후보단일화를 하면서 내건 통합정부·정치교체합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 기반이 전무한 두 사람이 연대해 민주당의 혁신과 쇄신 바람을 주도하며 세력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동연 지사는 박지현 전 위원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였던 행보가 부적절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상당한 우호적 반응을 보였다. 김 지사는 지난달 18일 공개된 한겨레인터뷰에서 박지현 전 위원장을 두고 논란이 분분했다. 토사구팽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일에는 일머리가 필요한 것 같다. 선거 직전 특정 세력(586)의 용퇴라든지 이런 얘기를 했다. 그건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와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경기 성남시 파크타운서안아파트 노인정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1기 신도시 특위 현장회의에서 1기 신도시 관련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2.05.13.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와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경기 성남시 파크타운서안아파트 노인정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1기 신도시 특위 현장회의에서 1기 신도시 관련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2.05.13. 뉴시스

김동현 지사, “함께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

김 지사는 선거가 끝나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치열하게 당의 개혁과 변화에 대한 모든 어젠다들을 다 끄집어내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여 당의 입장을 정했어야지, 선거 직전에 그런 얘기가 나오니까 적전 분열처럼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박 전 위원장이 내세웠던 방향과 취지, 제가 얘기했던 것하고도 맥락이 다르지 않다민주당의 개혁과 변화를 주장했고, 그 방향에 대해서 저는 크게 응원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앞으로도 박지현은 박지현이죠. 박 전 위원장의 역할은 충분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제가 추구하는 당 개혁에 있어서도 함께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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