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공백 36일 만…상임위원장도 합의 선출키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국회 원 구성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던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여야 합의로 국회의장단이 선출되면서, 36일 째 공백이 이어지던 국회도 정상화의 첫발을 떼게 됐다.

여야는 4일 오후 본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5선의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합의 선출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장단을 우선 선출하고 상임위원장을 여야 합의로 선출하자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제안에 수용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여야는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진통을 겪어 왔다.

최대 쟁점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후속 조치 관련 사안이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주기로 했던 지난해 합의를 뒤집고 원점 재검토를 선언했다. 여당의 반발이 뒤따르자 법사위원장 자리를 넘기겠다면서도 조건으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 협조와 ‘검수완박’ 관련 헌법재판소 제소 취하를 걸고 나섰다.

국민의힘이 이에 수용 불가 입장을 표명하자,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7월 임시국회 소집 요청서를 제출하는 등 단독 개원 카드까지 꺼내들며 여당을 압박했다.

여야는 전날인 3일 각 당 원내대표가 만나 협상에 나섰고, 양당 원내 수석부대표가 동석한 2+2 심야 회동까지 벌였으나 합의안을 내진 못했다.

합의가 불발되자 민주당은 이날 오전까지 국민의힘이 양보안을 내지 않으면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국회의장을 선출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에 권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여야 합의로 선출하기로 약속하면 의장단 선출에 협조하겠다”고 협상안을 제시했고, 박 원내대표가 이를 수용하면서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여야가 전격 합의에 나선 것은 경제 위기로 민생이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국회가 정쟁에 매몰돼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비난 여론이 고조됨에 따른 것으로 보여진다.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넘겨받겠다는 입장을 굽히고 조건을 후퇴한 것은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 운영에 책임이 있다는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민심의 선택을 받고도 내부 권력 다툼에만 치중할 뿐 국정이나 국회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민주당 역시 원구성과 관련된 합의를 뒤집은 데 이어 반대 여론이 높은 ‘검수완박’ 법안을 조건으로 내거는 등의 행보로 비판을 받아 왔다.

또 과반이 넘는 의석을 차지한 다수당으로서 국회 정상화에 책임이 있음에도, 제대로 된 협상보단 다수 의석을 내세운 압박 전술을 펼치는 데 치중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여야 합의로 의장단 선출이 마무리되며 국회 정상화의 물꼬가 트였지만, 여전히 쟁점은 남아 있다. ‘상임위원장 합의 선출’이라는 조건은 받아들여졌지만, 법사위원장 자리와 사개특위 구성과 관련한 여야의 이견은 좁혀지지 못한 상태다. 

권 원내대표는 “원구성과 사개특위 구성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며 두 가지를 분리하고 나섰다. 또 사개특위 구성에 관련해 위원회 구성을 여야 동수로 하고 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아야 한다고 조건을 내건 데 대해선 “사개특위 구성과 관련해서 그 조건 이상은 더 이상 양보할 수가 없고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사개특위 등 쟁점에 대해선 원구성 협상과 함께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사개특위 구성과 관련한 국민의힘 조건엔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 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개특위는 명분도 있고, (검수완박) 법안 후속 처리 등을 위해선 당연히 필요한 것”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선 당내 이견이 별로 없어 물러날 일이 없을 걸로 보인다”고 했다. 사개특위 위원장과 구성에 대해서도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가져간다면 사개특위 위원장은 민주당이 가져가는 게 맞지 않겠나”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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