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시사평론가 전성시대다. 현역 정치인은 아니지만 때로는 현역 정치인보다 유명세를 치른다. 과거 백분토론으로 상징되는 TV토론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홍준표 대구시장,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현역 정치인들이 정치평론을 도맡았다.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등 활동공간이 크게 늘어나면서 시사평론가들의 종횡무진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방송국의 수많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는 매일 수십여명의 시사평론가들이 등장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방송3사와 종편의 토론프로그램과 유튜브 등의 채널에서도 시사평론가들의 활약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들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 현근택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등이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참석과 지지율 하락, 여야의 원구성 갈등, 민주당 8월 전당대회, 이재명 민주당 의원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거취 등 메가톤급 정치현안에 대한 촌철살인의 평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는다. 여의도 참새들로 불리는 시사평론가들의 세계를 집중 조명했다.

서울 금천구 즐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면접’에 참가한 윤석열 후보가 면접관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이 면접 현장 화면에 중계되고 있다. 2021.09.10. 뉴시스
서울 금천구 즐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면접’에 참가한 윤석열 후보가 면접관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이 면접 현장 화면에 중계되고 있다. 2021.09.10. 뉴시스

-‘4대 천왕진중권·현근택·장성철·김성회, 여의도 주무르는 숨은 주인공
- 장성철 교수, 윤핵관 비판에 장제원 방송국 항의 해프닝 화제
- 최대 월 1000만원 출연료 수직상승 때로는 정치입문 코스로도 활용


용산 대통령실과 여의도 국회가 정치분야의 메이저리그 무대라면 시사평론가들의 세계는 마이너리그다. 주요 개봉 영화의 성적표가 유명 영화평론가의 한줄평에 좌우되듯이 시사평론가들이 현실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막강하다. 여야의 유력 정치인들의 애매모호한 선문답은 물론 실타래처럼 꽉 막힌 여야의 갈등 이슈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때로는 여권 실세의원이 특정 시사평론가의 정치평론에 반발해 항의하는 해프닝까지도 발생할 정도였다. 다만 시사평론가들의 지나친 정파성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시사평론가들 또한 본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진보, 보수, 중도로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특히 차기 총선에서 정치권 진입을 노리면서 여야의 입장을 무조건 옹호해 때로는 여야의 주요 갈등이슈가 확대 재상산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는 인사들은 여야의 전직 의원은 물론 주요 정당의 보좌관이나 당직자 출신, 주요 대학의 정치분야 겸임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커지는 시사평론가 영향력실세의원 방송국 압력

현근택 변호사, 뉴시스
현근택 변호사, 뉴시스

시사평론가는 단순한 해설자가 아니다. 매일매일 홍수를 이루는 정치 기사와 뉴스 속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면서 현실정치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발휘한다. 다수의 정치부 기자들 또한 취재기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시사평론가들의 의견을 첨부할 정도다. 시사평론가의 영향력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윤석열정부의 핵심 실세로 불리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방송국 항의 소동이다.

보수성향의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최근 저는 장제원 같은 분은 정권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리며 주목을 받았다. 신한국당 공채 당직자 출신으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보좌관으로 활동했던 장 교수는 최근 각종 시사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유력 평론가다. 장 교수는 최근 본인의 SNS에서 장제원 의원이 자신의 행태에 대해 방송에서 비판 좀 했다고 방송국에 전화해서 문제 제기하고 항의했다권력 실세가 할 일인지 잘 모르겠다. 장제원 같은 분은 정권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정면 비판했다. 특히 혹시 제가 잘못 알고 비판 한 부분이 있으면 직접 연락달라장제원 의원 무서워 방송못하겠다. 방송 못하게 하면 안 하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장 교수의 항의는 여야를 뒤흔들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제가 시사 패널 세상은 좀 아는 편인데 이준석 비판은 아무리 해도 따로 방송국이나 패널들께 연락하거나 그러지 않는데, 다른 곳(사람)이라고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시사 패널들은 누구를 비판하더라도 편하게 말씀하라고 응원했다. 사실상 장 교수의 항의를 빌어서 정치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놓인 윤핵관을 정조준한 것이다. 민주당도 참전했다. 조오섭 대변인은 방송 패널로 출연한 평론가가 자신을 비판했다고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발상이 놀랍다과거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에 개입했던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부당한 행태라고 꼬집었다.

여의도의 주요 이슈를 해설하는 시사평론의 몫은 애초 현역 정치인의 몫이었다. 여야의 대표적인 논객들이 출연해서 일합을 겨뤘다. 2000년대 중후반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까지 이어진 현상이었다. 민주당에서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군계일학이었다. 날카로운 시각과 논리성으로 주목받으면서 유 전 이사장이 백분토론에 출연하면 상대 정당에서 아무도 나서지 않으려 한다는 우스개마저 나돌 정도였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주로 나서며 국민적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홍 시장은 특유의 익살과 유머로, 나 전 원내대표 역시 똑부러진 토론 태도와 평론으로 공수의 첨병에 섰다. 정치인을 제외하고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전원책 변호사 등이 유명 정치평론가 대열에 합류했다.

진중권·장성철·김성회·현근택 4대 천왕

김성회 소장. 뉴시스
김성회 소장. 뉴시스

시사평론가의 분기점은 2012년 대선 이후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의 발달과 종합편성채널의 도입 이후 시사평론 시장은 급속하게 성장했다. 현역 정치인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낙선 후 재기를 노리는 여야 전직 의원은 물론 대학교수, 시사평론가들이 대거 유입됐다. 스타탄생도 없지 않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2011년 박근혜키즈로 정치권에 입문한 뒤 사실상 시사평론가로 10년간의 야인 시절을 버티면서 30대 중반의 0선 당 대표라는 기적을 이뤘다. 현 시사평론계의 4대 천왕은 진중권 전 교수, 장성철 교수, 김성회 소장, 현근택 전 대변인이다.

한국 시사평론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다. 진 전 교수는 과거 1세대 평론가였던 유시민 전 이사장이나 전원책 변호사와 함께 활동했지만 최근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진보정당 당원으로 주로 보수정당을 비판하며 진보논객으로 명성을 얻었고 2000년대 중반에는 SBS라디오 시사프로그램도 진행했다. 2019년 조국사태 이후에는 민주당 운동권의 내로남불은 연일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고 윤석열정부에도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은 성역없는 비판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시사평론가로 등극했다.

CBS
라디오 한판승부의 고정패널로 출연 중이다. 장성철 교수는 보수정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이어가고 있는 패널이다. 20대 대선 정국 당시 윤석열 X파일 논란으로 대중적 주목을 받았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에는 보수패널로는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고정 출연 중이며 다수의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국민의힘 내부 사정에 정통하다는 점 때문에 정치부 기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평론가 중 한 명이다.

김성회 소장은 민주당 성향의 진보패널이다. 21대 총선에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후 열린민주당 대변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김 소장은 과거 신계륜 전 의원의 수석보좌관을 거쳐 정청래·손혜원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친민주당 성향의 패널로 야권 내부 사정에 정통하다. 진중권 전 교수의 파트너로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고정 출연 중이다. 주요 현안에 대한 진 전 교수의 티키타카로 주요 관전 포인트로 적잖은 민주당 지지층이 김 소장의 고정팬이다. 국민의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에 대항마 성격으로 옳은소리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다.

현근택 전 민주당 대변인은 김 소장과 더불어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친민주당 성향의 시사패널이다. 제주 출신의 변호사인 현 전 대변인은 2018년 민주당 부대변인 임명 이후 지상파과 종편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민주당의 입장을 대변했다. 때로는 독설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논란 당시에는 스타벅스 불매 발언으로 화제를 모아다. 아울러 예능프로그램 유퀴즈온더블럭에 윤석열 대통령이 출연했을 당시 편향 논란이 불거지자 개그맨 유재석의 해명을 요구하는 저격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시사평론 정치입문 코스 활용출연료도 수직상승

장성철 교수
장성철 교수

시사평론계 내부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진보, 보수는 물론 중도까지 성향 또한 다양하다. 직업군으로 살펴보면 시사평론이 본인인 사람들도 있지만 여론조사 전문가, 대학교수, 여야 전직 의원 등이 부업으로 겸하기도 한다. 특히 이준석 대표의 영향으로 여권에서는 천하람 변호사, 장예찬 평론가, 김재섭·김병민 전 비대위원 등 청년 청치인들이 시사평론계의 샛별로도 떠오른 것도 주목할 현상이다.

여론조사 전문가그룹으로는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가 대표적이다. 대학교수 출신으로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 신율 명지대 교수, 박상병 인하대 교수, 차제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등이 지상파와 종편을 가리지 않고 얼굴을 내밀고 있다.

여야 전직 의원 그룹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주로 차기 총선이나 선거국면에서 정치적 재기를 노리면서 본인의 영향력을 확대하며 대중과의 스킨십을 유지하는 경우다. 민주당 출신으로는 정봉주 전 의원이 대표적이고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이정현 전 대표와 이두아 전 의원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여야 정당의 부대변인, 보좌관, 당직자 출신으로 정치평론의 세계에 나선 이들도 적지 않다. 정치 현안에 대한 명쾌한 해설은 물론 방송 출연을 통한 대중적 인지도 확보로 총선 국면에는 러브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다만 시사평론가들의 극단적인 정파성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하다. 보수·진보 진영 가릴 것 없이 차기 총선에서 공천을 노리고 여야 실세들의 입맛에 맛는 정치평론으로 구애에 나서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시사평론계의 세계는 정치적 부침이 매우 심하다대선이나 총선 등의 정치지형의 변화에 따라 한순간에 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출연진이 교체되는 경우도 잦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때로는 여야 핵심부의 의중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 대중적 교감을 얻을 경우에는 정치권 진입을 타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사평론의 시장이 확대되면서 출연료로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시사평론을 직업으로 삼을 경우 왠만한 직장인보다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방송국 사정이나 시사패널의 지명도에 따라 다르지만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보통 단발성 출연의 경우 회당 5만에서 많게는 10만원의 비용을 받는다. 한달 내내 고정패널로 출연할 경우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최대 10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지상파나 종편 등 TV프로그램일 경우에는 더욱 상승한다. 백분토론과 같은 유명 시사프로그램의 회당 출연료는 대략 50만원 안팎이다. 라디오와 마찬가지로 지상파나 종편 시사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할 경우 출연료는 수직 상승한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TV방송, 라디오, 유튜브 등 시사평론의 세계는 날이 갈수록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일부 평론가는 웬만한 현역 정치인을 능가하는 정치적 영향력과 팬덤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사실상 수면 아래에서 여의도 정치권력을 움직이는 주인공들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시사평론의 최고 화두와 가치는 주요 현안에 대한 공정성과 객관성인데 최근에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여야 핵심부와의 교감을 통해 진보나 보수 진영에 너무 치우친 평론으로 합리적인 해설보다는 갈등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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