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동차 누구로부터 구입하시겠습니까?

[팩트요약]

무더위가 한창이다. 기온도 높고 습도도 높다. 매년 이맘때면 여름휴가 또는 피서라는 이름으로 여행을 떠나는 가정이 많다. 이 시기와 맞물려 활발해지는 시장 가운데 하나가 중고차 시장이다. 가족 여행의 필수 수단인 자동차를 가족이나, 개별 여행 규모에 맞춰 바꾸려다보니 중고차 거래가 활발해지기도 하고, 장마철을 대비해 안전한 차량으로 교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특히 중고차 매입 시 보유 차량 매각 비용과의 차액만 마련하면 되므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 소비자들이 많이 선택하는 거래 방법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고차를 매매하는 과정이 소비자에게 쉽지만은 않다.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허위매물 및 차량 성능에 대한 허위 기재 등으로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가 많았다. 지금은 어떨까. 중고차 매매 시 차량의 상태를 알려주는 성능점검기록부를 믿어도 되는 지 의문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이에 일요서울이 사실 확인에 나섰다. 과연 중고차 매매 시 중고차 거래상으로부터 받은 성능기록부 믿어도 되는 걸까. 

[검증대상]
중고차 거래 시, 매매 상사로부터 받은 자동차 성능점검기록부 믿어도 될까.

[검증자료]
한국소비자원 자동차팀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자동차 공업사
삼성화재 (중고차 보험 관련)
중고차 거래 업체

[검증내용]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중고차 매매가 예년에 비해 활발하지는 않다는 기사가 나온다. 그럼에도 연중 평균적으로 가장 많은 중고차 거래가 이뤄지는 시기다. 이에 소비자들의 중고차 선택에 대한 고민은 여전한 데, 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차량의 상태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다. 그래서 중고차 구매 전 중고차 매매상의 딜러를 통해 받아볼 수 있는 한 장 또는 두 장짜리 자동차상태성능점검기록부가 전부다. 중고차 딜러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성능지’라고 불리는 이 점검기록부에는 차량의 현재 상태에 대해 간략하게 기록 돼 있다. 

그러나 이 종이 한 장만 믿고 중고차를 구입하기에는, ‘혹시라도 구매 후에 이상이라도 생길까’하고 겁이 덜컥 날 수도 있다. 한 중고차 매매 업체가 올려둔 A사의 자동차에 대한 상태가 어떤지 문의하자, 문자메시지로 성능기록부를 보내왔다. 취재진도 이 한 장으로 차량의 상태를 믿어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에 중고차 피해 관련 민원에 대해 문의했다. 한국소비자원은 과거에 비해 중고차 매매 피해구제를 위한 접수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판단했다. 2011년경만 하더라도 연간 400~500건에 달했으나, 사회 문제로 떠오르며 중고차 사기 매매나 허위 매물에 대한 언론과 경찰의 단속이 이어졌다. 수치상 소비자들의 피해가 정화되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딜러도 잘 모른다…매매 시 발급받은 자동차성능점검표 꼼꼼하게 보자
중고차 매입 1개월 이내 문제 발생, 중고차 성능상태 책임보험 적용

한국소비자원 자동차팀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연간 처리 건수를 기준으로 최근에는 연간 100여건에 머무른다. 이를 월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 평균 10건 미만”이라며 “이전 대비 약 20~25% 수준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에서 중고차를 취급하는 것이 우선은 1년간 유예됐는데, 이렇게 대기업들이 중고차 시장에 들어오게 된다면 더 정화될 것으로 본다”라며 “개선의 소지가 크다. 제조사 중고차가 ‘2년 이내 2만키로(예시)’ 라는 보증 기간 등을 책정하고, 사전 정비도 끝낸 후 거래하게 되면 피해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업계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자동차 정비 공업사를 찾았다. 이 곳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성능점검표는 속이면 형사처벌을 받게 돼 있다”라며 “만일 이상없다고 기록한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책임이 점검자에게 있다. 그래서 중고차 매매 딜러들도 이를 근거로 문제 여부에 대해서는 거짓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판매비용을 부풀리는 일은 가능하더라도 차량의 문제 발생 여부를 속일 수는 없다”라며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성능기록부에 침수차는 ‘침수차’라고 기재돼 있는데 중고 매매상도 자동차 전문가는 아니기에 성능기록부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고 상사도 차량 매매 시 소비자에게 기록부 확인여부를 서명 받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공업사에 따르면 성능기록부 내부 점검표를 통해 소비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차량의 외판 상태와 주요 누유 관련 정보가 대부분이다. 운행하다 엔진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변속기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보증보험을 통해서 보상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구매 시에는 정상 운행이 됐으나, 차량이 길가다 엔진이 멈추면서 설 수도 있는 일이다. 1개월 이내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보험을 통해 수리를 받을 수 있다. 

즉 보증 보험을 가입해 소비자와 딜러 모두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대안이 마련돼 있다. 한국소비자원 자동차팀에 따르면, 중고차 구매 시 딜러들과 함께 성능 점검표를 확인하고 나서 추가 점검을 문의하는 사례도 있다. 이를 통해 성능기록부 상의 상태를 재차 점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자동차팀은 “중고차 피해 사례가 줄었으나, 성능점검표에서 볼 수 없는것도 있다. 그래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가 있는데 이는 보증보험을 통해 보험 수리를 요구할 수 있다”라며 “성능점검이 예전에는 점검자(점검 공업사)의 책임으로 이어졌지만 보험제도가 생기면서 문제 발생 시 보험사를 통해 수리나 정비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자동차성능점검기록부. [이창환 기자]
자동차성능점검기록부. [이창환 기자]

성능점검책임보험제도는 2019년부터 시작됐다. 현재 많은 보험사들이 이와 관련된 보험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예전보다는 소비자들이 구제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성능점검표가 점검자 고의가 아닌 과실로 놓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 역시 보험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신길동 공업사 역시 예전과 달리 고의적인 허위 기재는 힘들다고 봤다. “딜러가 차량의 문제를 숨기고 소비자에게 속여서 판다고 생각하면 스스로도 아주 피곤하지 않을까. 차라리 솔직히 밝히는 게 나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미세누유가 없는 중고차는 없다고 본다. 소비자가 구매 시 어떤 누유를 감수할 수 있을지 잘 고려해야 할 항목”이라며 팁을 공개했다. 

삼성화재에 따르면 중고차 성능상태 책임보험은 2019년부터 도입된 의무 보험이다. 개인이 가입할 수는 없고, 성능 점검을 하는 단체가 가입하도록 돼 있다. 국내에는 한국자동차 진단보증협회 등 세 곳이 있다. 협회가 가입하면 판매 차량에 대한 보증이 진행된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진단 시 ‘양호’로 표기된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가 그로부터 30일 또는 2000km 둘 중 빨리 도래되는 기간 내에 문제 발생 시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라며 “차량을 진단한 단체와 계약한 보험사에 문제 발생 사항을 접수하고 보증 수리를 받을 수 있는 보험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하니까 소비자가 성능점검표만 믿고 중고차를 구매하더라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라며 “보험사와 연계된 공업사나 정비공장에 가서 수리를 받을 수 있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마련된 제도”라고 덧붙였다. 

[검증결과] 
중고차를 구매할 때 확인하고 서명까지 해야 하는 자동차성능점검기록부 믿어도 될까. 일요서울이 확인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믿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성능 점검을 진행한 공업사의 실수로 인한 누락이나 점검 중 놓칠 수 있을 만한 정도의 미세한 문제가 아니라면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소비자들이 차량 구입 시 믿고 확인해도 된다는 의미다. 

한국소비자원과 중고매매상, 공업사 그리고 보험회사까지 한 목소리로 성능기록부에 대해 예전보다 훨씬 믿을 만하다는 입장을 직접 밝혔다. 한국소비자원은 끝으로 “중고차의 보증보험 의무화 전에는 문제 발생 시 소비자도 매매업자도 해결을 위해 법적 조치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라면서 “지금은 보험사에서도 이런 보험을 운영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과거보다 사회적 분위기가 상당히 반영됐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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