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安 주재로 ‘민·당·정 토론회’ 개최...당권가도 포석
권성동, 정진석 등 ‘친윤’ 대거 참석…與 의원 45명 집결
安, 당내 세력화 위해 친윤과 ‘임시 동맹’...유효기간 주목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의 ‘민·당·정 토론회’가 당내 주요 인사들이 총결집한 ‘의원총회급 행사’로 첫 단추를 뀄다. 안 의원의 당내 입지 구축 행보가 순항하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토론회는 안 의원의 주재로 국내외 정세 진단과 민생 돌파구 마련 등이 논의됐다.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 인사들을 포함해 친윤계로 분류되는 정진석·정점식·배현진 의원 등 45명의 원내 인사들이 참석했다.
다만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은 이날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27일 장 의원이 주도한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안 의원이 힘을 실었던 만큼, 장 의원의 ‘답례 참석’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정치권의 예측은 빗나갔다. 이에 장 의원이 차기 지도부 운영 기조를 놓고 물밑 신경전을 폈던 권 원내대표를 의식해 행사에 불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특히 이날 여당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안 의원을 비롯해 권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 김기현 의원이 나란히 배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가 결정된 직후 열린 의원 모임에서 당권 잠룡들이 이처럼 한 자리에 모인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아울러 이들이 이번 대규모 행사를 통해 당권주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행사 직전 안 의원과 만난 일부 참석자들은 안 의원을 ‘대표’로 칭하기도 했다. 단순 ‘입버릇’으로 나온 인사치레라고 보기엔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이날 토론회를 지켜 본 국민의힘 당직자는 “차기 당권이 거론되는 시점에서 의원들이 무의식적으로 안 의원을 ‘미래 당 대표’로 인식하고 있다는 시그널로도 볼 수 있다”라며 “이들(일부 현역 의원들)이 국민의당 대표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국민의힘 차기 대표로 낙점했다는 일종의 의사 표현일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여당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 ‘안철수계’ 편입 기류가 일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추가 전언이다.
전날 치러진 1차 토론회가 의총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행사로 성료한 것을 두고 안 의원을 향한 여당 현역 의원들의 이합집산이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짙다. 앞서 안 의원이 최고위 지분을 논의하는 테이블에서 국민의당 출신 인사가 아닌 ‘친윤’ 정점식 의원을 지목한 것도 당내 주류인 친윤과 접점을 만들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다. 다만 안 의원 측은 ‘민·당·정 토론회’가 민생 의제를 다루기 위한 단순 의원 모임이라고 정치적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안 의원은 현재 당내 인프라가 전무하지만, 대선후보 출신인 만큼 대중적 인지도에선 다른 원내 당권주자들을 압도한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의원이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후보 적합도 1위를 독차지하는 모양새다. 이 밖에 여당 유력 당권주자로 권 원내대표, 김기현·권영세·정진석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이 거론되나 안 의원의 민심 강세를 넘어서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당권가도를 닦기 위해 일단은 ‘전방위적 스킨십’에 돌입했다는 말도 나온다. 당내 계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같은 당 인사들을 두루 포섭하는 등 ‘안철수계 형성’을 우선시하며 이후 자신의 세력 정체성을 굳힌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또 한편으론 안 의원과 친윤계의 ‘밀월’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