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이재명 키즈’에서 ‘이재명 저격수’로…“‘어대명’은 민주당 몰락 신호탄” 직격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당 지도부의 불허 결정에도 거듭 당권 도전 의지를 밝힌 박 전 위원장은 연일 이재명 의원을 공개 저격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6.1 지방선거 패배로 지도부가 총사퇴한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던 박 전 위원장이 활동을 재개한 것은 SNS를 통해서였다. 지난달 20일 최강욱 의원의 징계 결정 이후 이틀에 한 번 꼴로 SNS에 글을 올리며 목소리를 내던 박 전 위원장은 최근엔 하루에도 몇 개씩 글을 올리며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다. 또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을 향한 비판을 쏟아내며 쇄신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공식적인 외부 활동도 재개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1일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회동을 가지고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방향이 같아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지난 12일엔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노숙인 무료급식소를 찾아 배식 봉사를 하며 이목을 끌었다. 지난 13일엔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과 회동을 갖고 전당대회 출마 강행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이 던지는 메시지 또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제안으로 민주당에 발을 들인 박 위원장은 최근엔 연일 ‘이재명 때리기’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12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6.1 지방선거 당시 이 의원을 계양을에 공천한 데 대해 “당시 대선후보였던 분을 차마 말릴 수 없었던 것, 그것이 아직까지도 많이 아쉬움이 남고 후회가 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또 이 의원의 보궐선거 출마를 ‘방탄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SNS에 올린 글에서는 “혁신 경쟁이 없는 ‘어대명’ 선거는 민주당 몰락의 신호탄”이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의 이런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선 그가 정치인으로 남아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자기 정치’를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은 물론이고 출마 여부조차 장담할 수 없는 당대표 도전 의지를 보이는 것이 실제 당권보다는 차기 총선 등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2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결국 정치를 하려면 국회에 들어가야 된다고 주변에서 많이 이야기를 해 주더라”며 “도전을 해 볼 의향은 가지고 있다”고 해 총선 도전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민주당을 향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는 것 또한 기성 정치권을 비판하며 청년 세대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586세대’를 저격했다 당내에서 난타를 당한 점을 상기시키면서, 다른 민주당 인사들과의 차별화로 ‘여성’이자 ‘청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해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것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 전 위원장이) 지역 정치인들과 청년 정치인들과 함께 행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민주당에서 여성과 청년의 상징성과 역할은 어떤 상황에서든 요구되는 부분이다. 그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려는 것이 아니겠나”고 했다.

‘이재명 때리기’ 역시 대선 후보를 지낸 거물을 언급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정치적인 인지도를 올리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에 대해 “적도 많이 만들겠지만, 정치권에 들어와서 초반에 본인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신이 ‘이재명의 사람’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것도 있겠고, 오히려 대척점에 있는 인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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