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만큼 유류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치솟은 유류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와 관계부처가 고심 중이지만 해결 방안이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 앞서 유류세 인하 방침을 밝혔지만 실제 이용자들은 가격 하락을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유류세 가격이 더 올랐다고 해 현장 조사가 진행되는 등 논란이 되기도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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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대상]
이런 가운데 이동영 정의당 비대위 대변인이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역진적 ‘유류세 인하’보다는 ‘유류비 바우처’와 ‘정유사 초과이득세’가 실효적이다"라는 주장을 펼쳐 이목이 쏠린다. 본지는 이 발언을 검증해본다. 

[검증내용]
이동영 대변인이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제안이 소비자로부터 이목을 끌고 있다. 이 대변인은 "장기적 고유가 상황에서는 역진적인 유류세 인하보다는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유류세 환급 및 ‘유류비 바우처’지원에 집중하는 것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번 유류세 인하 조치로 올해 관련 세금 약 8조 원이 줄어 고소득층에 더 혜택이 가는 만큼 역진적 '유류세 인하' 보다 '유류비 바우처'와 함께 주유사에게 초과이득세를 물리는 게 더 실효적이라고 설명한다. 

이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류세 인하 폭 확대는 한시적 대책으로 일부 검토할 수 있겠지만 실효성이나 기후위기를 생각하더라도 화석연료 가격 인하 방식이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며 "일각에서는 법 개정을 통해 50%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유류세 인하는 가격 반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저소득층이나 화물노동자 등이 느끼는 실질 체감 효과는 낮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도 화물차 운송업을 하는 A 모 씨는 본지와의 대화에서 "차를 몰고 나가는 것 자체가 돈이다. 돈을 벌기 위해 차를 사용해야 하는데 돈 버는 것보다 오히려 운송비용이 더 들어 일하는데 어려움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변에서 치솟는 유류세를 견디지 못하고 화물차 운송업을 중단하려는 동료가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고양시에서 주유소를 운영 중인 B대표는 "휘발유값이 경유 값을 초과한 것은 본인이 주유소 운영 18년 만에 처음 있는 황당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의 유류세 인하 방침에도 가격 인하를 체감할 수 없다는 반응이 계속되자 일부 소비자단체 등이 항의했고 결국에는 일부 주유소를 상대로 실태 점검에 나서는 일도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유류세 인하로 정유회사만 이익을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유류세 인하로 인한 혜택까지 일반 서민이 아닌 정유사에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 1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세금으로 유류세 지원했더니 정유사만 막대한 영업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름값이라는 게 세금이라는 것은 기업이 가져가는 몫이 아니지 않으냐? 그래서 300원이 올랐을 때 기름 값 100원을 깎아준다고 하면, 유류세 100원을 깎아준다고 하면 200원만 오르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국민의 기대일 텐데. 실제로는 한 100원을 깎아준다고 했을 때 한 40원 정도만 가격에 반영됐다. 이렇게 분석 결과가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유사가 마진을 높여서 인하로 발생한 혜택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고 있다. 이렇게 판단을 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 전보다 정유사들이 리터당 마진에 해당하는 수치를 높여서 가져가고 있는 건데요. 휘발유는 50% 경유는 80%를 높여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지난 정유 4사가 지난 4분기에 2조 원, 그리고 올해 1분기에 역대 최고인 4조 2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요. 아마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15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는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규제하는 곳도 있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 이익을 낸 기업에 부과하는 초과이윤세를 뜻한다. 영국은 지난 5월부터 석유와 가스업체에 한시적으로 25%의 횡재세를 걷고, 이를 재원으로 가계에 150억 파운드(약 24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뿐만 아니라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런 분위기를 인지한 탓인지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이 속한 대한석유협회(KPA)는 성명을 내고 "국내 정유업계가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에 적극 부응하여 가격 인하 효과가 신속히 나타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류세 인하와는 별도로 국제유가 하락분도 국내 제품가격에 적극 반영해 소비자들이 국제유가 하락 효과를 최대한 신속히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변인은 2019년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 유류세 15% 인하로 소득 상위 10%(10분위)는 15만 9000원, 소득 하위 10%(1분위)에 돌아가는 혜택은 1만5000원에 불과해 무려 10배의 격차가 발생했다. 유류세를 낮추는 것은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하는 역진성 조세정책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기존의 30%에서 법정 최대한도인 37%로 확대됐다. 휘발유는 최대 리터당 57원, 경유는 38원까지 내려갔다. 치솟는 기름값도 잡고 서민 부담도 줄이겠다는 정부의 조치였다. 

[검증자료]
- 화물차 운송업을 하는 A모 씨 인터뷰
- 조세금융신문 보도 인용 
- YTN 이슈앤피플 - 이앤피 인터뷰 인용
- 대한석유협회 유류세 인하 노력 관련 보도자료


[검증결과]
결론부터 말하면 유류세 인하만큼 유류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휘발유는 지난해 11월 이후 국제유가 인상분(434원)에 유류세 인하액(304원)을 빼면 L당 130원만 올라야 하는데 이 기간 국내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286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 역시 국제유가 인상분(614원)에 유류세 인하액(212원)을 빼면 L당 402원 올라야 하지만, 이 기간 국내 주유소 평균 경유 가격은 약 530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이 대변인의 주장처럼 ‘유류비 바우처’와 ‘정유사 초과이득세’가 실효적인 방안으로 떠오르는 만큼 ‘유류세 인하’보다는 ‘유류비 바우처’와 ‘정유사 초과이득세’가 실효적이다'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만큼 다사실로 판명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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