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을 7명의 대선 주자가 있는 ‘설레는 당’으로 다시 만들겠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훈식 의원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훈식 의원실]

- “‘쿨’하고 ‘힙’한 민주당 만들 것”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충남 아산에 지역구를 둔 재선 의원이다. 손학규 전 대표의 특보로 정치에 발을 들인 그는 민주당에서 원내대변인과 수석대변인, 전략기획위원장, 충남도당위원장 등을 지냈다. 최근에는 민주당 내 ‘세대교체론’의 바람을 타고 97세대(1990년대 학번, 1970년대생)의 일원으로서 8.2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거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쓸모있는 정치’를 강조하며 ‘쓸모있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하는 강 의원의 이야기를 일요서울이 들어 봤다.

- 8.2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출마하기로 했다. 출마를 결심한 계기는.

▲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지방선거였다. 수도권‧전국의 판세가 좋지 않아 충남도당위원장으로서 충남도지사 선거라도 잘 해보려 충남에서 열심히 뛰었다. 그러던 중 성비위 사건이 터졌다. 충남 역시 쉽지 않아졌고, 지역구인 아산이라도 지켜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남에서 유일하게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움츠러든 거다. 하지만 아산도 결국 졌다. 

민주당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는데, 아무리 지역에서 내 선거 잘 챙겨보려 한들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 당을 위해서 내야 하는 목소리가 있으면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것을 반영하는 노력으로서 전당대회가 의미 있겠다는 결론이 났다. 당 대표 후보 중 유일하게 비수도권 지역구를 가진 의원으로서, 지금까지 보고 들었던 아래에서부터의 요구를 전달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 출마 선언을 하면서 ‘쓸모있는 정치’를 언급했는데, 강훈식 의원이 이야기하는 ‘쓸모있는 정치’란 무엇인가. 출마 선언문에서 이를 내세운 이유는.

▲ 물가는 6% 올랐는데, 최저임금은 5% 올랐다. (정부는) 법인세는 인하하고 노동 정책은 역행시키려 한다. 고유가‧고물가‧고환율‧고금리 앞에 ‘뾰족한 대책은 없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정치는 어디에 쓸모가 있나’라고 국민들이 묻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이 대안정당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 대표가 된다면 ‘문제는 경제야 위원회’를 설치해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에 유능한 대안을 제시하겠다. 

- 민주당에서 세대교체론이 부상하고는 있으나, 아직까진 신·구 주류 계파의 힘이 강하다는 평가가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강 의원의 강점은 무엇이라 보는가.

▲ 차기 당 대표는 반드시 세 가지 요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미래와 혁신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170석 야당을 운영할 능력과 정무적 감각이 필요하며, 당내 계파 갈등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저는 추미애 당 대표 시절에는 원내대변인, 이해찬 대표 시절에는 전략기획위원장과 수석대변인, 송영길 대표 시절에는 대선경선기획단장, 그리고 지난 대선 당시에는 이재명 후보의 전략본부장이었다. 어디서든 부름이 있다면 책임감 있게 일했다. 모두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내 강점이다.

-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권 도전을 선언했으나 불허됐고, 그 후에도 박 전 위원장은 계속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행보에 대한 강 의원의 생각은.

▲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민주당에 좋은 말을 많이 남겼고, 좋은 실천도 많이 했다. 젊은 여성 정치인이 민주당 내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다. 안타깝게 전당대회 출마가 불가능해졌지만, 당은 그의 5대 개혁안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에 대해 당 안팎에서 비판이 있다. 이 의원의 출마에 대한 강 의원의 생각은.

▲ 출마 여부는 본인이 결정하는 일이나, 이번 당 대표로 이재명 의원이 적절하다 생각했다면 내가 출마하지 않고 도왔을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이 가장 강력한 후보임은 명확하다.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이야기까지 도는데. ‘어대명’을 돌파할 가능성은 얼마나 있다고 보나.

▲ 이재명 의원은 직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였다. 1600만 표 이상 득표한 강력한 인물이기도 하다. 저는 당직을 계속 맡아 일했지만, 국민 앞에 제 비전을 말씀드리는 것은 처음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맞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은 무언가 변화의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당 대표는 말씀드린 것처럼 미래와 혁신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170석 야당을 운영할 능력이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계파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이 세 가지 기준에 가장 가까운 후보는 강훈식이다. 

- 97세대(1990년대 학번, 1970년대생) 단일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강 의원의 생각은.

▲ 컷오프가 1차 단일화 효과를 낼 것이다. 예비경선 전에는 단일화를 할 명분도, 단일화를 진행할 방법도 없다. 

- 97세대 다른 주자들이나 이재명 의원과 비교했을 때 강 의원이 가지는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 저는 후보들 중 유일하게 비수도권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이다. 당 대표 후보 구성만 보면 현재 민주당은 전국정당이 아닌 수도권 정당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불평등 중 하나가 지역 불균형에서 온다. 민주당은 수도권 정당이 아닌 전국정당이 되어야 하고, 저는 비수도권 의원으로서, 그리고 지역균형뉴딜분과위원장으로서 누구보다 지역균형 문제에 진지한 고민을 오래 해온 사람이다.

- 강 의원이 생각하는 민주당의 선거 연패 원인은 무엇인가.

▲ 당의 기본과 상식이 무너지며 유능한 민생정당에서 멀어졌고, 국민들에게 왜 민주당이 필요한지 입증해내지 못했다. 다시 말해, 민주당은 지금 준거집단을 상실했다. 가장 나쁜 방식의 혐오와 갈라치기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보수가 야당의 시간 동안 보수를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듯, 우리도 진보를 재구성해 민주당의 10년을 열어야 한다.

- 당 대표가 된다면 당에 어떤 변화를 이끌고 싶은가.

▲ 과거를 돌아보니, 5년 전에는 민주당에 경남의 김경수, 부산의 김영춘, 대구의 김부겸, 충청의 안희정, 또 박원순, 조국, 유시민 등 지역별로 예닐곱명의 대선 주자들이 있었다. 각자의 철학과 비전을 두고 이 인물이라면 어떤 세상이 올지 그려보는 설렘이 있었다. 민주당을 7명의 대선 주자가 있는, 설레는 당으로 다시 만들고자 한다. 

-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60%를 넘기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고, 지지율은 30%대로 하락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 3高를 넘어 N高의 위기 앞에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민생위기 극복 방안에 대해 “근본 해법은 없다”고 대답한다. 전례 없이 취임 두 달 만에 30%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음에도 “지지율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대통령도 문제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국민들이 정치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 선거에 연승한 집권여당이 이준석 당대표의 징계 사태로 위기를 맞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 혐오와 갈라치기의 정치를 하던 인물이나, (이 대표는) 국민의힘 식 청년정치의 상징 같은 사람이었다. 내용이 어떻든 청년을 놓치고 구태로 금세 돌아갈 가능성이 더 커졌다. 여당이 민생 문제에 신경쓰기보다는 내부 세력 다툼에 치중하는 모양새가 안타깝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실정과 혼돈에 기대지 않고, 대안야당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 마지막으로 일요서울 독자와 국민, 당원들에 한 말씀 부탁드린다.

▲ 당대표 선거에 도전하며 ‘왜 정치를 하나’ 하고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인생 내내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일을 하고자 애써왔다. 필요하다면 모든 진영과 계파를 가리지 않고 주어진 역할로서 일했다. 당 대표라는 역할 역시 주어진다면 당을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겠다고 약속드린다.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말이 자랑스럽던 시절의, 쿨하고 힙한 민주당으로 다시 만들겠다. 새로운 파격인 저 강훈식을 지지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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