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위한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는 폭풍전야와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재명 의원이 전대 출마를 결행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반명(반이재명) 세력을 중심으로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집중 제기되고 있다. ‘어대명’이 현실화되고 민주당 전대 후 ‘사정 한파’까지 겹치면서 민주당이 분당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 전대 출마 결심 굳힌 이재명, ‘어대명’의 운명?
- 야권의 ‘공천쟁투’, ‘사정한파’ 겹치며 ‘분당설’까지
더불어민주당의 6.1 지방선거 참패 이후 이재명 의원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이 의원의 당권 도전 불가론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비명계(비이재명)를 중심으로 한 ‘반명 연대’가 이 의원의 8·28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대놓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 의원은 전대 출마를 강행할 태세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전대 출마 여부에 대해 “의원님들을 포함해 당원들, 국민 여러분의 의견을 낮은 자세로 열심히 듣는 중”, “108번뇌를 하고 있다”, “당 대표가 된다고 한들 상처만 남을 수 있어 고민” 등의 언급을 하며 입장 표명을 유보해왔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당내 극심한 반대 여론을 의식해 입장 표명을 유보했을 뿐 이미 처음부터 ‘전대 출마’를 작심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고, 이 같은 예측은 적중되는 듯하다.
결국 전대출마 결행 이재명, 반명세력 공천권 ‘빨간불’
이 의원 측 핵심관계자는 지난 14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17일 출마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15일 기자들이 ‘전대 출마 결심을 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 말씀은 출마 선언할 때 드리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책임은 회피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더 중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많은 분들의 의견도 청취하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해서 마음의 정리가 됐기 때문에 이른 시간 내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당 내 자신의 전대 출마에 대한 반대 목소리에 대해 “원래 당이라는 곳에는 다양한 분들이 모이고 다양성이 당의 본질이다”며 “의견의 다름은 시너지 효과를 내는 새로운 재원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실제로 전대 출마를 결행하게 된다면 전해철·홍영표 의원 등 친문 핵심들이 전대 불출마를 선언하며 이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했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당대표에 적합한 인물’을 물은 결과 이재명 의원이 37.0%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박용진 의원 18.3%, 박주민 의원7.1%, 김민석 의원 4.7%, 설훈 의원 4.2%, 강훈식 의원 1.7%, 강병원 의원 1.5%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차기 당 대표는 2024년 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의 공천권을 쥐게 된다. 지방선거 직후 불거졌던 ‘이재명 책임론’과 ‘이재명 전대 출마 불가론’ 논쟁도 모두 친명계(친이재명)와 반명 세력 간의 공천권 다툼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재명 의원이 당 내 극심한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결국 전대 출마를 결행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반명 세력의 공천권 획득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게 됐다.
반명 세력,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로 위기감 조성
일각에선 ‘대장동 개발 의혹’을 비롯해 이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과 관련된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 당대표’가 현실화된다면 이 의원이 국회의원과 당대표 신분이라는 ‘이중 방어막’을 치게 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안팎의 전망대로 전대 결과가 ‘어대명’으로 결론이 난다면 사정 기관이 유력 차기 대권주자이자 야당 대표를 정조준하게 되면서 정국은 극심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새롭게 진용을 갖춘 검찰이 오는 9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 시행을 앞두고 이재명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문재인 정부 관련 의혹들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이 임박하자 국민의힘에서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15일 논평을 내고 “‘대장동 개발산업 특혜’ ‘백현동 개발 특혜’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사적 유용’ ‘성남 FC 후원’ ‘경기주택도시공사 합숙소 운영’ 등 성남시와 경기도의 각종 비리 사건 의혹에 이 의원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모든 사법 리스크는 부메랑이 되어 결국 민주당으로 돌아가게 될 것임을 이 의원 본인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보궐선거 때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을 등지고 연고도 없는 민주당 텃밭인 인천 계양을로 ‘도망’가 얻은 ‘방탄 배지’를, 이제는 국회 다수당의 당대표에 출마해 ‘방탄 갑옷’으로 단단히 갖추겠다는 심산이 드러나고 있다”고 공격을 가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이재명 의원의 ‘사법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사정 당국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 의원의) 대장동 사건, 성남FC 사건 등을 검수완박이 완료되는 9월 10일 이전까지 마무리할 것”이라며 “이 리스크를 계속 껴안고 가는 건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미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서는 이재명 의원의 구속 가능성까지 거론한 바 있다. ‘이낙연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설훈 의원은 지난해 10월 CBS 라디오에서 대장동 의혹과 관련 ‘이재명 후보 구속 가능성 발언을 정정할 생각이 없나’라는 질문에 “정정하고 싶지 않다”면서 “그런 상황이 올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져 있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고 주장했었다.
비명계 당권주자들도 이 의원의 전대 출마가 기정사실화되자 ‘사법 리스크’를 집중 부각시켜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강병원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당이 민생을 챙기는 정당으로 인정받아야 할 때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박용진 의원도 CBS라디오에서 “사법 리스크에 대한 방탄용이라는 비판적 시선이 있다는 것을 (이 의원도)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명계는 당 내에서 ‘사법 리스크’가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발끈하고 있다. 이재명 의원의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당 지도자들이 정권의 정치 보복적 수사를 당했을 때 당의 구성원들인 의원들이 함께 싸워줬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당에 있는 분들이 (이 의원을) 공격하는 건 굉장히 문제”라며 “그런 분들이 어떻게 당원을 통합하고, 당을 보호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럴 때 같이 싸워줘야 되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대명+사법리스크’는 야당 ‘분당의 씨앗’?
‘어대명’이 현실화되고 전대 후 ‘사정 한파’가 불어닥칠 경우 반명 세력이 이재명 의원 관련 수사에 대해 소극적으로 방어하면서 결국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야당 ‘분당의 씨앗’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과거 새천년민주당은 노무현 후보를 대선후보로 선출하고도 ‘후보 교체론’이 제기되면서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2002년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이후 계파 간의 갈등 등으로 분당됐다. 친노 및 개혁파 세력 일부가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기 때문이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대표를 지내던 시절에도 비문 세력은 끊임없이 ‘문재인 대표 체제’를 흔들었다. 결국 비문 세력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을 나가 현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주축의 국민의당을 창당한 바 있다.
향후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로 민주당이 위기에 처할 경우 당 내에서 ‘대표 교체론’이 제기되면서 분당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광주에서 열린 사단법인 북방경제문화원 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 의원의 전대 출마 가능성에 대해 “분당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라며 “(이 의원은) 대선과 지방선거의 책임자로서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MBC 인터뷰에서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당내 계파 갈등이 보다 심해질 것이고, 분당의 우려도 있지 않냐는 말씀이 많은데 그에 대해 저도 동조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