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과 위태위태한 동거...권성동과 당권대결 시 ‘허니문 즉시 종결’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뉴시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뉴시스]

- ‘의총급’ 공부모임으로 당권 행보 드라이브...‘밀월 중’ 親尹 참석 
- 당권 노리는 權과 정면 대치할 경우 친윤과 결속도 전면 백지화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정지’ 중징계 후폭풍으로 극심한 진통을 앓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무대행 체제를 맡으며 초유의 당 대표 퇴출 사태가 임시 봉합된 듯 보이나, 뇌관은 여전하다. 차기 정규 지도부가 선출되기까지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 내부 파열음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여당 유력 당권주자로 지목되는 안철수 의원이 당권 물밑작업에 나섰다. 친윤계 의원 등 40여 명이 대거 참석한 ‘의총급’ 원내 공부 모임을 주재하는 등 ‘안철수표 당권 시나리오’가 순항하는 모양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당내 주류의 후방 지원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안 의원이 당내 공식서열 1위이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맏형’ 권 원내대표와 차기 당권을 놓고 맞대결을 펼치게 될 경우 친윤과의 ‘전략적 연대’도 전면 백지화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차기 당권을 정조준하고 있는 권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친윤계가 결집할 경우 안 의원을 향한 ‘텃세’ 견제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 단일화로 일약 여당 차기 당권주자 반열에 오른 ‘로열로더’ 안 의원과 친윤의 불안한 동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당 유력 당권주자로 지목되는 안철수 의원의 ‘세 불리기’가 본격화됐다. 지난 12일 정치 앙숙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부재 속에서 원내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스터디 모임을 주도하는 등 사실상 당권 행보의 첫 발을 뗐다는 평가다.

안 의원은 최근 ‘반(反)이준석’을 고리로 장제원 의원 등 친윤계와 물밑 공조를 이어가는 한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시즌 2’를 거론하며 당정 결속을 강조하는 등 이른바 윤심(尹心) 휘어잡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당권 정조준’ 행보 나선 안철수 

안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이 주도한 ‘민·당·정 토론회’가 당권가도를 닦기 위한 ‘세 결집’ 시도가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 “한 달 전부터 모든 시리즈를 기획했다. 앞으로 4주에 걸쳐 할 것이기 때문에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은 이미 ‘안철수의 언어’에 익숙하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현 대통령)와의 단일화 이슈가 연일 화두에 올랐을 당시에도 ‘제3지대 완주’를 강조하며 수차례에 걸쳐 합종연횡 가능성을 일축했던 그다. 그런 그가 후보 단일화를 발판 삼아 지금은 보수정당 당권을 노리는 위치에 이르렀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민생 담론을 골자로 한 토론회를 열고, 글로벌 경제위기를 타개할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권성동 원내대표 겸 대표 직무대행, 성일종 정책위의장,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등 지도부를 포함해 ‘친윤’ 배현진‧조수진 최고위원, 정진석 국회부의장, 당권 경쟁자인 김기현 의원 등 40여 명이 참석해 의총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행사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앞서 열린 김기현 의원의 원내 스터디 모임인 ‘혁신24 새로운 미래’나 장제원 의원의 ‘미래혁신포럼’과 참석 인원 등 행사 규모가 비등했으나 원내 핵심 인사들이 ‘줄참석’한 만큼, 안 의원의 입지 확장이 순조롭다는 평이 대체적이다. 특히 ‘친윤’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이날 안 의원이 주도한 토론회에 대거 참석한 것을 두고 ‘안철수-친윤 연대설’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말도 나왔다. 

대선후보 출신인 안 의원은 대중 인지도에서 압도적이나, 당내 기반이 전무한 만큼 여당 주류 세력인 친윤과의 접점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 보니 인수위원장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와의 결속을 매개로 친윤과의 스킨십에 적극 나선 상황이다. 실제로 안 의원은 당 최고위 지분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민의당 출신들을 제쳐두고 친윤계 정점식 의원을 추천하며 정치권의 관측을 뒤엎었다. 당시 당내 주류 그룹을 향한 일종의 ‘구애 전략’이라는 해석이 파다했다.  

국민의당에서 안 의원과 한솥밥을 먹은 권은희 의원도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본인(안 의원)이 당 대표에 함께 하는 파트너가 누구냐에 오히려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며 “같이 하는 파트너의 최소 자격 요건이 ‘핵관’ 아니겠는가”라고 안 의원의 정치 파트너로 ‘윤핵관’을 지목했다.

安 당권가도 첫 단추, ‘親尹과의 허니문’ 유효기간은

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안 의원은 친윤과 우호적 관계를 이어가며 당권 조기 진입의 기회를 얻었다. 윤핵관과 안 의원에게 ‘공공의 적’이나 다를 바 없었던 비윤 핵심 이준석 대표가 윤리위 징계로 무장해제 되면서다. 

특히 당 안팎에서 윤핵관 주축인 장제원 의원이 조기 전당대회 개최 시 당선이 유력시되는 안 의원을 지원하고, 장 의원 자신은 사무총장 등 새 지도부의 중책을 맡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지난 11일 ‘권성동 대행 체제’로 총의가 모아지면서 안철수-장제원 물밑 연대설은 유명무실화됐다는 평가다.  

문제는 권 원대대표 겸 당 대표 직무대행의 차기 당권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준석 사태’가 불거지자, 즉각 당 지도부의 ‘궐위’가 아닌 ‘사고’로 규정하며 당헌에 따라 직무대행 체제 전환에 힘을 실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전했고, 당시 윤 대통령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로선 조기 전당대회를 열게 될 경우 원내대표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전대 출마가 불가하다. 이 때문에 이준석 대표의 임기 만료에 맞춰 개최되는 정규 전당대회까지 반드시 시간을 벌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런 가운데 안 의원이 당내 유력 당권주자로 하마평에 오르며 ‘윤핵관 막내’ 장 의원의 안철수 조력설과 조기 전대 개최설이 화두에 오른 것은 권 원내대표로선 불편한 상황이다. 

이에 안 의원과 친윤 그룹의 ‘밀월’도 그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 원내대표와 안 의원이 차기 당권을 놓고 정면 대치하게 될 경우, 보수정당에 연고가 없는 안 의원을 향한 친윤의 ‘텃세 견제’가 가시화될 수 있기 때문. 무엇보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안철수 단일화’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내부 회의론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안 의원의 당권 행보를 마뜩찮게 보는 친윤계 일각의 눈총이 벌써부터 포착된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친윤계 중진 의원은 안 의원의 ‘대선 공헌도’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며 “대통령선거 결과 득표율 격차가 불과 0.76%에 불과하다”며 “(안 의원이) 대선 승리를 견인한 일등공신으로 대우받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을 보좌해 대선 캠프 시절부터 각지를 전전한 참모급 의원들이 한 둘이 아니다. 언론이 해석하는 안철수-친윤 연대는 ‘유리 동맹’에 불과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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