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지지율 하락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이른 감은 분명히 있다. 비판도 과도하다. 용산 대통령실은 아직 페인트도 채 마르지 않았고, 대통령 부부는 아직 관저에 입주도 하지 않은 상태다(7월말 입주 예정). 부처별 업무보고도 다 받지 못했다. 725일 현재 3~4개 부처 장관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것이 전부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여전히 공석이다. 알박기 한뒤 법을 내세워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몰염치한 정권 인사들이 곳곳에 수두룩하다. 솔직히 표현하자면, 링 위에는 올랐지만 아직 글로브도 제대로 안 낀 복서에게 왜 아직 상대 선수를 KO 시키지 못하냐고 닦달하는 격이다. 거의 매일같이 이뤄지는 여론조사도 정상적이진 않다. 이런 나라가 지구상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이제 갓 취임한 회사대표를 두고 매일같이 직원대상 여론조사를 해서 그 결과를 공표하며 사퇴, 축출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을 정상적이라고 볼 사람은 드물 것이다.

정치지형도 정상적이진 않다. 지난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국민이 절반에 이른다. 공짜에 길들여 진 사람들이 많다. 윤석열은 싫지만 이재명이 더 싫어서 어쩔 수 없이 찍은 국민도 만만찮다. 날마다 편 가르기, 갈라치기로 지지층을 공고히 해 온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당시 지지율이 40%. 여기에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지만 이재명 후보가 꼴 보기 싫어 윤석열 후보를 찍은 국민도 만만치 않다. 보수층 중에서도 윤석열은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보수당 후보를 선택한 사람도 많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지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 30%대는 지극히 정상이다. 끓었던 가마솥이 식은 뒤 드러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지율이 본래 윤석열 대통령이 가졌던 본전(本錢)’인 셈이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지지율과 관련한 다양한 분석과 논평은 사실 억지스럽다. 그냥 선거 후 본래 상태로 돌아간 것이다. 이제부터 열심히 해서 본전이상을 해내면 된다. 상식을 벗어난 과도한 비난에는 귀를 막는 게 좋다. 들어봐야 약이 될만한 내용이 별로 없다. 대통령실의 논공행상(論功行賞) 문제를 성토하는 언론과 야당의 지나친 흥분만 봐도 그렇다. 과거 정부에서부터 정부에 이르기까지, 선거 후 자리 나누기는 당연한 것이었다. 언론인이라고 해서 결코 예외가 아니다. 신문, 방송기자 출신 중 선거판에 기웃거려 한 자리 차지한 사람이 얼마나 많았었나. 언론인, 방송인들이 선거 후 한 자리 차지하는 것은 공정이고, 대통령이 손발 맞는 공신을 임명하면 불륜인가. 고민정은 공정이고, 공신은 불공정인가?

본래 논공행상은 단어 그대로 각자의 공에 맞게 상()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상()을 줬다가는 공직선거법, 부패방지법 등으로 감옥 간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해오고 있는 것이 논공행석(論功行席)’이다. 만약 A후보(대통령 당선)와 같은 철학을 가진 사람이 월급 한푼 안받고 선거운동에 참여해 공을 세운 사람과, B후보(낙선자)와 같은 생각으로 선거운동을 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들을 두고 공정하게 시험을 쳐서 철학도 다르고, 공신도 아닌 사람을 선택해야만 공정한가. 이건 상식의 문제다. 대통령실의 비공개 채용 인사와 정부부처나 공기업 등의 공개채용 인사를 같은 시각으로 보는 것 자체가 무지한 것이다. 도대체 뭐가 불만인가?

정작 지지율이 하락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승자와 패자 진영의 목표와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찾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던 국민은 문재인 정권의 잘못에 대한 심판을 원하지 않는다. 5년간의 갈라치기 쑈로 문재인 대통령은 극렬 팬덤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국민은 가당찮은 우상숭배를 당장 끝장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보다 철저한 정권 심판과, 민주노총 등의 불법행위에 대한 신속하고 과감한 해결을 갈망한다. 나아가 전과 4범인 사람이 다른 이가 물려준 지역구로 가서 거져먹기로 국회의원이 되고, 야당 대표경선에까지 나서는 꼴을 방관하는 것 같은 물렁물렁한 자세가 용납되지 않는다.

반대쪽에서는 불과 0.7%p 차이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과 그 지지층이 날마다 이를 바득바득 가는 형국이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분풀이로 날이 샌다.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들어가 보면, 좌파진영의 파괴적 거짓 선동과 비방이 범죄적 수준에 이르렀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양측진영 모두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공간에 홀로 서 있는 셈이다. 이 와중에 국민의힘은 제 앞가림도 버겁다. 이러니 30% 지지율도 오히려 기적인 셈이다.

대통령이 굳이 지지율을 올려야겠다면, 큰 기둥 하나를 바로 세우고, 세 가지 줄기를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는 도대체 어떤 정부이며, 무엇을 할 것인지를 가장 단순하고 선명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실천하는 것. 그것이 기둥을 튼튼하게 세우는 일이다. 세 가지 줄기 중 첫째는, 불법에 대해서는 여야, 네편내편 가리지 않고 가차 없이 응징하고, 자유를 옥죄는 모든 구속과 속박의 끈, 규제를 혁파하는 일이다. 둘째. 국내외 안보 위협 요인에 대한 확고한 차단 의지와 실천 노력, 제복에 대한 존경심을 갖는 나라를 만드는 일이다. 셋째. 다음 대선을 포기하더라도 교육개혁, 연금개혁에 전력투구하여 국가의 백년대계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연금개혁과 교육개혁만 잘 해낸다면 퇴임시 지지율이 1%가 된들 어떻겠는가. 가기 힘든 길이지만, 가야만 하는 길이고 시대적 사명이다.

다만, 말은 늘 신중하자. 다변(多辯)과 달변(達辯) 모두 국가지도자에겐 아름답지 않다. 명나라 초기 관료 주봉길(朱逢吉)이 편찬한 목민서(牧民書) 목민심감(牧民心鑑)》 〈1 중언어(重言語)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심지소출 발위언어. 상인상가신눌 이부감경, 황유관수유언책(心之所出 發爲言語. 常人尙加慎訥 而不敢輕, 況有官守有言責)”. “마음에서 나오는 바가 언어로 표현된다. 보통 사람의 경우에도 오히려 신중함과 어눌함을 더해서 감히 가벼이 말하지 않거늘, 하물며 관직에 있으며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에 있어서랴.”라는 의미다.

일모도원(日暮途遠)의 형세에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존재가 인간인데, 일출(日出)의 시기인데 무엇을 두려워하랴. 칭찬이건 비난이건, 국민의 상식을 믿고 정도로 가면 된다. 정권의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는 오직 역사가 기록할 뿐이다.

다만, 말은 늘 신중하자. 다변(多辯)과 달변(達辯) 모두 국가지도자에겐 아름답지 않다. 명나라 초기 관료 주봉길(朱逢吉)이 편찬한 목민서(牧民書) 목민심감(牧民心鑑)》 〈1 중언어(重言語)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심지소출 발위언어. 상인상가신눌 이부감경, 황유관수유언책(心之所出 發爲言語. 常人尙加慎訥 而不敢輕, 況有官守有言責)”. “마음에서 나오는 바가 언어로 표현된다. 보통 사람의 경우에도 오히려 신중함과 어눌함을 더해서 감히 가벼이 말하지 않거늘, 하물며 관직에 있으며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에 있어서랴.”라는 의미다.

일모도원(日暮途遠)의 형세에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존재가 인간인데, 일출(日出)의 시기인데 무엇을 두려워하랴. 칭찬이건 비난이건, 국민의 상식을 믿고 정도로 가면 된다. 정권의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는 오직 역사가 기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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