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필요할 때만 꺼내 쓰는 ‘호주머니 협치’ 아닌 상시 존중과 공존 자세 절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에서 문 정권과 대립과 갈등 속에서 성장해오다가 선거 한 번 치르지 않은 정치 경험으로 대통령이 된 첫 사례이다. 그만큼 윤 대통령은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정치신인으로서 급속 성장하면서도 국민의 기대와 정권교체의 열망을 한 몸에 안고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국민의 기대에는 대통령 이전의 소탈함과 진솔함, 그리고 세간에 따라붙는 윤 대통령의 애칭처럼 석열이 형이라는 친근감과 사람을 아우르는 포용력까지 포함된 지지와 기대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갈수록 보아왔던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 최고 권력자가 되기 전후의 모습이 이렇게 다른 것 인가를 새삼 느끼게 한다는 평가들이 늘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10일 대통령 당선 확정 후 당선인 인사말을 통해 공직 사퇴 이후 지금까지 국민 여러분이 보내주신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에 정치 초심자인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오직 국민만 믿고 오직 국민 뜻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도 다짐했다.

아직도 많은 국민이 이 말을 생생히 기억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의 가장 큰 덕목의 하나로 손꼽을 정도이지만, 정작 최근 야당과 국민 여론 동향을 대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를 보면 어리둥절한 장면들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20일 제1야당 민주당 박홍근 원내 대표는 대정부 질문을 통해 모든 언론과 대다수 국민이 현 정부의 인사 난맥국정운영의 혼선들을 지적하는 여론을 반영한 강한 비판이지만, 당연히 야당 대표로서 대여 긴장감을 고조시킨 연설을 한 바 있다. 물론 집권 여당뿐 아니라 대통령 역시 듣기 거북하고 동의하고 싶지 않은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집권당과 대통령이 왜 이렇게 가야만하는가라는 국민의 궁금증을 제1야당 대표가 국민과 여론을 대신해 질의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기자들의 질문에 야당 정치인의 발언에 대통령이 언급할 필요가 있겠느냐일언지하에 싸늘함과 못마땅함을 넘어 누가 무슨 말을 했던가식의 마치 딴 나라 대통령이거나 정당 민주정치 국가에서 야당의 존재마저 부인하는듯한 대응을 하고 말았다.

윤 대통령의 국민여론에 대한 거부감과 무시하는듯한 태도는 이미 지속적으로 표출돼왔다. 지난 19일에도 국정운영 지지율 하락 원인 관련 기자 질문에도 그 원인을 잘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겠죠라며 오히려 원인은 언론이 잘 아시지 않습니까라고 반문까지 했다. 국정운영 최고 책임자가 국정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모르는 것처럼, 언론에 반문하며 못마땅해하는 심기를 노출시키는 모습에선 결국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만 더 깊게 했을 뿐이다.

여론조사나 국민 여론에 일비일희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만 보고 열심히 노력할 뿐이라는 윤 대통령의 일관된 지론은 이해는 되지만, 윤 대통령이 시중 술좌석에서의 난상 토론, 막말 대잔치도 아닌 국민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제1야당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모르쇠로 대응하는 것은 국민이 기대했던 대통령의 모습은 아닌 듯 하다. 국민은 적어도 지적해 주신 부분들을 잘 살펴보고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정도의 겸손함소통의 자세정도는 윤 대통령에게 기대했을지도 모르지만 기대는 멀리 달아나고 말았다.

역대 대통령들 모두는 당선 초기 국민과 야당에 대한 소통과 섬김의 각오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그러나 국정운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최고 권력자의 심기는 초심보다 독선과 고집, 강경 대응 일변도로 변하곤 하는 오류를 범하곤 해왔다. 특히나 선거가 없는 때에는 오류를 인정하거나 쉽게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꾸려 하지 않아 왔음을 정치사가 보여주고 있다.

누구나 대통령이 되어 집권 초기 혼신을 다해 잘해보려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야당은 협조를 좀 하지 않고 도와주지 않나. 내가 사익이 아닌 국익을 위해 하는 것인데’.. 라며 야당의 발목잡기라며 한탄할 것이다.

민심야당은 집권당과 대통령이 협치를 필요로 하고 도움이 절실할 때만 호주머니에서 내 맘대로 꺼내 쓰는 편리한 물건은 아니다. 야당과 민심은 간절히 애원하고 갈망해도 집권당과 대통령에게 뜻대로 잘 따라오질 않는다. 그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심이고 야당이다. 그래서 민주정치가 힘들고 어려운 것이다. 독재를 안 하려면 말이다. 물론 야당 역시 집권 초인 만큼 협치의 기준과 잣대를 좀 더 낮춰야 함도 필요한 때이다.

최근 윤 대통령이 집권 이후 야당국민 여론을 대하는 태도는 분명히 야당과 멀어지고 있고 민심과도 따로 가는 잘못된 길임을 직시해야 한다. 옛말에도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처럼, 윤 대통령이 야당과 국민과의 소통과 협치의 절실함을 당선인 첫 일성으로 천명했던 초심으로 꼭 돌아가야 한다. 지금은 작은 흠 정도는 호미로도 막고 바로잡을 수 있는 집권 초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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