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친문 포용 ②사법 리스크 ③팬덤정치 결별 등 난제 산적

민주당 이재명 의원 [뉴시스]
민주당 이재명 의원 [뉴시스]

- 李 당대표 되더라도 ‘공천 학살’ 우려하는 친문 포용 나서야
- 尹 정부의 검‧경 칼날 대응 및 강성 팬덤과 관계 정리 ‘난제’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9 대선에 이어 또 다시 중대 기로에 섰다. 이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하며 ‘문재인의 길’을 자처했다. 대통령선거 패배 후 3개월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여의도로 입성하자마자 당권 도전에 나서는 초고속 직진 코스를 밟으면서, ‘차기 대선 로드맵’ 구상을 본격 가동한 것. 이 의원은 결국 ‘이재명 불가론’을 외치는 당내 반발 여론을 뒤로하고 당권가도를 택했다. 차기 대선을 포함해 당내 미래 입지, 사법 리스크 등 여러 정무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당권을 잡는 것이 자신의 정치생명에 유익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 28일 당 대표 경선 컷오프를 앞둔 민주당은 이미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 기정사실화 된 분위기다. 대권주자 출신인 이 의원의 전대 압승을 예측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그런 이 의원에게도 당 지도부 입성을 전후해 넘어야 할 암초들이 적잖다. 이 의원이 장고 끝에 결단한 당권가도가 ‘독배’냐, ‘성배’냐의 문제는 당면한 극복 과제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달렸다는 게 중평이다.

이재명 의원의 현 당권 행보는 과거 ‘문재인 모델’과 유사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패배 후 절치부심 끝에 2015년 당권을 잡고 원내 세력을 불리며 결국 2017년 19대 대통령으로 청와대 문턱을 넘었다. 이 의원이 지난 17일 당권 출사표를 던진 것도 궁극적으론 ‘대선 재도전’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결이 비슷하다.

“이번에 당 대표가 안 되어도, 당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도, 총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해도, 그다음 제 역할은 없다. ‘세 번의 죽을 고비’가 제 앞에 있다. 위기의 야당 대표를 맡는 건 벼슬이 아니라 십자가다.” 문 전 대통령이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남긴 말이다. 당시 그가 언급한 ‘세 번의 죽을 고비’는 ▲전당대회 승리 ▲진보정당 혁신‧쇄신 ▲총선 승리로 요약된다. 

당 대표 경선을 앞둔 이 의원도 문 전 대통령의 당시 상황과 다르지 않다. 대선 패장과 방탄 금배지라는 시선을 극복해야 하는 이 의원으로선 가시밭길을 앞둔 상황이다. 전대를 앞두고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친문재인 세력과의 융화, 현 정권의 표적이 된 사법 리스크, 이른바 ‘개딸’ 등 강성 팬덤과의 관계 재설정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 의원이 풀어야 할 난제들이다.

이 의원이 당권을 쥐더라도 이에 대한 파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 과거 이회창‧정동영의 실패 사례를 답습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문‧친명 전대 ‘주류 게임’ 그 후가 문제다

8.28 전대를 앞둔 민주당 내홍의 본질은 ‘주류 게임’이다. 겉으론 대선‧지선 패배 책임론과 당 쇄신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은 차기 총선 공천권이 걸린 계파 간 ‘생존 경쟁’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공천 지분을 결정할 차기 당 대표를 어느 계파가 배출하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구성 성분이 달라지는 데다, 당권 경쟁에서 밀려난 세력은 사실상 ‘여의도 커리어’가 단절될 수 있다. 이에 이재명계와 친문계의 전대 갈등은 단순 권력다툼을 넘어 ‘국회 생존권’이라는 이해관계로 귀결된다. 친명-친문으로 갈라져 외나무 대치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집권기에 거대 여당 주류로 군림했던 친문은 3.9 대선을 기점으로 사실상 구심점을 잃었다. 이낙연 전 대표를 중심으로 ‘범친문’이 뭉쳐 이재명계 견제에 나섰으나 이 대표의 상승기류를 꺾지 못했다. 이후 뚜렷한 리더십이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대명’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게 중평이다. 

이에 친문은 궁여지책으로 박용진‧강훈식 의원 등 ‘97그룹’을 전진 배치하며 반격에 나섰다. 다만 이들 사이에서도 경선 단일화에 대한 미묘한 입장차가 드러나며 이 의원에 대적할 만한 물리력을 갖추기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당 대표 권한 분산을 골자로 한 ‘집단지도체제 전환’ 고육지계마저 무산되면서 친문으로선 견제 카드가 고갈된 상황이다.

이렇듯 이 의원의 당 대표 선출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비이재명계의 결속력을 차치하고 대선후보 출신인 이 의원의 인지도나 그를 지지하는 당 안팎의 세 규모 및 영향력만 보더라도 ‘어대명 현실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지지율 하락세가 역으로 이 의원의 존재감 부상을 촉매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문제는 전대 이후다. 이 의원이 만약 지도부로 입성한다고 해도 당내 세력이 건재한 친문과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한다면 온전히 당권을 쥐었다고 보기 어렵다. 여의도 정가에선 친문을 등진 민주당 대표는 ‘반쪽 리더십’에 불과하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이재명계가 당내 역학을 쥐락펴락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민주당의 터줏대감은 친문과 86그룹,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는 골수 지지층이다. 민주당 전대 경선에서 최대 지분을 보유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상당수가 친문에 우호적이라는 평가다. 이 의원이 이번 전대 경선에서 경계를 늦출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의원이 ‘민주당 대통합’이 아닌 ‘친문 지우기’ 정치공학 행보를 보일 경우 야당 내홍이 심화하며 리더십이 유명무실화 될 수 있다. 8.28 전대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 친문 등 당내 거대 토착 세력과의 융화가 이 의원의 당면 과제인 셈이다. 

이 의원의 전대 출마 선언과 동시에 민주당에선 ‘총선 공천 파동’을 예견하며 자칫 분당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들이 돌기 시작했다. 실제 전대 출마를 선언한 친문 설훈 의원도 지난 2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 의원이) 공천 학살을 할 수 있다는 (내부) 시각이 굉장히 많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친문 중진 의원도 본지와의 취재에서 “만약 이 고문이 당 대표가 되면 ‘공천 숙청’은 뻔한 수순”이라며 “애초에 통합정당을 바랬다면 전대에 출마하지 말았어야 상식에 부합한 것 아닌가. 전대 출마는 물론이고 반대 세력 축출까지 모두 계산이 서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당이 갈라질 것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라며 이 의원의 당 대표 선출이 분당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의원이 2024 총선 공천 지분의 합리적 분배를 명시하는 등 ‘실체적 대안’을 제시해야 전대 여파를 최소화하며 당권 기반을 온전히 굳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의원은 전대 출마 선언을 통해 ‘공천 학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선 출마 반발 여론을 의식한 이 의원의 형식적 처세로 보는 시각이 엄존한다.  

‘개딸’ 등 강성 팬덤과의 관계 재설정도 관건 

이 의원은 민주당 계파 갈등 해소의 연장선상에서 향후 자신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개딸’ 등 강성 팬덤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당내 비이재명 세력과 화학적 결합을 이루기 위해선 종종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됐던 열성 지지층과 적정 거리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 의원이 강성 지지층에 편승하는 것은 전대 출정식에서도 강조한 ‘민생’과 괴리가 크다는 점에서 노선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 의원에게도 배타적 팬덤에 의존한 당권 장악으로 비춰지는 것은 ‘사당화’ 꼬리표가 붙을 수 있는 만큼 적잖은 부담이다.  

이 의원의 강성 지지자들은 주요 국면마다 이 의원을 옹호하는 강경 메시지를 내며 내부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 과정에서 현역 의원에 대한 문자폭탄, 대자보 테러, 협박 등 극단적 행태를 보이며 세간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실제로 이에 대한 ‘내부 고발’도 이어진다. 친문 당권주자 설훈 의원은 지난 21일 “소위 말하는 ‘개딸’들, 강력한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이 갖고 있는 등살이 너무 강하다”며 “이재명 지지자들이 갖고 있는 일반적 입장을 보면 ‘다 잘라내야 한다’. 이재명 의원(에 대한) 반대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을 ‘수박’이라고 표현하는데 ‘수박들은 다 깨버려야 한다’ 이런 얘기들을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초대형 뇌관, ‘사법 리스크’

아울러 이 의원은 또 하나의 거대 뇌관을 품고 있다. 사법 리스크다. 정치권에선 이 의원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민주당 전대 출마 배경을 놓고 ‘방탄 출마’라는 의구심이 좀처럼 걷히지 않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뒤 검‧경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성남FC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이 의원 부부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한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아직 직접 수사 선상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결국 검‧경의 사정 칼날이 이 의원을 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대선 정국을 관통한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경우 수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집권 초기인 만큼, 이 의원에 대한 현 정부의 사정 압박은 더욱 매서울 전망이다. ‘이재명 사정 정국’은 지난 3.9 대선 연장전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더욱 부각되는 측면도 있다.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며 민주당의 국정 동력에 흠집을 낼 경우 친문 등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반발과 역작용이 예상된다. 이 의원이 당 대표로 취임한 상황에서 만약 법적 유죄 및 실형이 선고될 경우 초유의 ‘당 대표 탄핵’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의 전대 경쟁 세력인 친문과 97그룹도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라며 강공을 펴고 있다. 1강 당권주자인 이 의원의 사각지대로 지목되는 법적 리스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이 의원 측은 검‧경 수사 정국을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규정하며 사법 리스크를 일축하고 있다. 애초에 부정 이슈에 개입한 바가 없으니 리스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일각에선 이 의원이 당권 장악과 동시에 민주당 당헌 ‘80조 3항’을 계산에 넣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해당 조항에는 뇌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위법 혐의로 형사 처분을 받은 당직자는 ‘정치탄압’ 등의 부당 사유가 있었다고 인정되면 징계 처분이 취소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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