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설비 업체 선정 공정한 경쟁 입찰 정말 있었을까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광양제철소 4고로에 화입하고 있다. 최 회장은 전중선 사장과 함께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사업회사인 포스코의 대표이사는 김학동 부회장이 맡고 있다. [포스코]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광양제철소 4고로에 화입하고 있다. 최 회장은 전중선 사장과 함께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사업회사인 포스코의 대표이사는 김학동 부회장이 맡고 있다. [포스코]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은 지난 4일 포스코와 중국의 국영 철강업체 하북강철이 만든 합자회사 하강포항기차판유한공사(이하 하강포항기차)의 자동차 강판 공장 건설을 위한 핵심 설비 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포스코 측은 업체 결정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혀 왔으나, 최종 선정된 업체 외에 어떤 기업도 입찰에 응할 수 없는 여건을 조성해 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대외적으로는 공정한 경쟁 입찰이 진행된 것처럼 밝히고 있어 의혹 해소를 위해 관계 부처 및 기관의 철저한 사실 파악이 요망된다. 

포스코건설, “공정한 입찰 통해 ‘핵심설비’ 삼우에코 결정했다” 입장
핵심시설 입찰 후 낙찰자 공고나 보도자료 공개하지 않은 것 ‘이례적’

하강포항기차는 내년 6월경을 목표로 자동차 강판 공장 건설을 위한 착공에 들어갔다. 아울러 해당 공장의 시설 가운데 핵심설비로 꼽히는 에어나이프(Air knife) 설비의 설계 과정 등 중요 역할을 맡게 된 포스코건설은 이를 위한 초기 단계에 돌입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0일 일요서울의 ‘삼우에코와의 계약 절차 및 진행 사항’에 대한 물음에 “공정한 입찰 절차에 따라 삼우에코와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해왔다. 이미 해당 공장은 지난 1월부터 하북성(또는 허베이성) 탕산시에서 건설 중이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자동차용 도금 강판을 생산·판매 하게 된다. 

도금을 위한 핵심시설인 에어나이프 설비는 포스코건설과 하강포항이 함께 다룬다. EPC로 불리는 설계(engineering), 조달 또는 구매(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 과정 중 포스코건설이 설계와 조달을 맡고, 중국 현지 합자회사인 하강포항기차가 시공을 담당하게 됐다.

조달 및 구매는 앞서 진행한 입찰에 의해 삼우에코로 결정됐고, 포스코건설은 현재 삼우에코와 함께 에어나이프 설비의 제작 단계에 있다. 이후 최종 설치 과정은 연말경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부터 하강포항기차가 직접 시공에 나선다. 연말에 설치가 시작되면 내년 상반기 안에 최종 공사가 마무리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하강포항기차의 자동차 강판도금 공장 착공식. [하북강철]
하강포항기차의 자동차 강판도금 공장 착공식. [하북강철]

공정한 입찰 가능했을까…포스코 관여 없었나

일요서울이 이달 초 제기한 입찰 특혜 의혹에 대해 포스코는 “(서로) 다른 업체다. 관여할 수도, 간섭할 수도 없다. 모든 결정은 중국 현지의 하강포항에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전해왔다. 포스코건설은 “중국 현지의 정해진 입찰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포스코 측이 밝히는 대로 전혀 관여한 일이 아니었을까. 또한 공정한 입찰은 진행됐을까. 일요서울은 공정한 입찰이 정말 가능했을지 상황 파악에 나섰다. 이를 위해 삼우에코를 제외한 업체가 정말 입찰에 응할 수 있었는지 확인했다. 

우선 포스코로부터의 제재 또는 자격 박탈을 받은 것으로 여겨지는 포스젯한도의 내부 사정을 파악해야 했다. 수차례 포스젯한도로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포스코 이야기가 전제되자 응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포스젯한도의 내부 사정을 잘 알만한 전임 포스코 출신 관련 업계 관계자를 찾아 나섰다. 수소문 끝에 약 10여년 전 포스코를 퇴직한 이후 에어나이프를 포함해 자동차 도금 강판 분야에서 종사해 온 A씨를 만났다. 

A씨는 일요서울에 “포스젯한도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어떤 법적인 조건으로 인해 밝힐 수 없는 것 같다”라며 “과거 포스코 근무 시절 에어나이프의 수준을 높이는 고도화 작업을 위해 함께 일해 왔는데 분명 어떤 업체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장담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포스젯한도는) 포스코와 에어나이프 개발도 함께 하고 약 20년 동안 생산, 개발, 판매를 이어왔는데 포스코로부터 고발당하면서 법원이 1년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라며 “그 과정에서 포스코가 어떤 제약을 내걸은 것으로 추정되나 당사자가 언급을 피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일요서울 기사(제1470호)에 따르면 포스코는 포스젯한도에 ‘포스코와 향후 5년간 입찰제한 및 제철소 출입제한’을 제약 조건으로 걸어뒀다. 이 사실이 분명하다 하더라도 하강포항기차는 포스코가 일요서울에 답변한 대로 분명 ‘포스코가 관여할 수 없는’ 다른 기업이다. 합자회사라는 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포스코 출입’이나 ‘포스코 입찰’과는 엄연히 다르다. 

포항에 위치한 포스코 본사 사옥의 모습. [이창환 기자]
포항에 위치한 포스코 본사 사옥의 모습. [이창환 기자]

포스코 스스로 손실 입혔을 ‘가능성’ 있나

그런데도 입찰과정에서, 포스젯한도에게는 포스코의 제재 여부가 입찰 참여를 결정짓기 위한 잣대로 이뤄졌다. 포스젯한도에게는 입찰 의향을 묻는 ITB(입찰안내서)가 결국 도착하지 않았다. 최초 하강포항기차는 포스젯한도를 포함한 3~4개 업체의 입찰을 유도했으나, 최종적으로 포스젯한도는 배제되면서 삼우에코가 유일하게 대상 업체로 오르게 됐다. 

포스코 본사의 요청대로 포스코건설이 포스젯한도를 배제했고, 최대 경쟁자인 포스젯한도가 빠진 입찰은 공정하게 진행될 리가 없었다. 포스코의 주장대로 만에 하나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혹은 관여할 바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해도 이미 ‘제재’ 사실이 포스코건설이나 하강포항기차에서 입찰을 위한 자격 배제 요건으로 전제됐다. 

포스코건설은 공식적으로 “공정한 입찰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이번 핵심설비의 선정 과정이나 최종 결정에 대한 포스코나 포스코건설 또는 하강포항기차의 공식 발표는 없었다. 앞서 자동차강판공장 착공에 대한 보도자료는 수백 곳 언론사 등으로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핵심 설비 선정 과정에 대해서는 어떤 내용도 알려지지 않았다. 

만일 삼우에코의 단독입찰로 진행됐다면, 포스코 스스로 합자회사인 하강포항기차에 손실을 입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대 경쟁자인 포스젯한도 없이 에어나이프 설비에 대한 과대한 비용 요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삼우에코는 국내에서 진행된 설비의 30% 높은 비용을 입찰에 제시했다. 경쟁 없이 단독으로 응했을 가능성이 더욱 큰 이유다. 

포스코 측이 스스로 경쟁 없는 입찰 상황을 만들어 주면서 더 큰 비용을 내게 된 것. 이를 두고 “포스코의 포스젯한도에 대한 제재가 포스코나 관계사 또는 자사에 손실을 끼치면 어떤 법적 위반이 있을 수 있나”라고 집행 기관에 물었다. 그러자 “공정 입찰 방해 또는 배임 등의 개연성을 엿볼 수 있는데, 정확한 것은 수사기관이나 정부 관계 부처의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는 포스코 그리고 포스코건설 등 계열사 및 세계 3위의 중국 국영기업과의 관계 속에 공정한 포스코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관계기관과 수사기관의 이번 입찰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요구된다.

하강포항기차 자동차도금강판 공장 착공식 모습. [HBIS]
하강포항기차 자동차도금강판 공장 착공식 모습. [HB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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