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어디까지 오를까…집 사려고 빌린 ‘돈’ 집 팔아 갚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치솟으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이창환 기자]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치솟으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주택담보대출로 맘 편히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는 이야기는 이제 먼 과거의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2~3% 대의 주담대가 올 들어 상승세로 돌아서더니 최근에는 올 연말경 무려 7%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진다. 매달 이자만 갑절 이상으로 내야하는 상황이 오게 된 것. 서민들의 비명이 들리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그나마 4%대의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대책을 내걸었으나 그마저도 한계를 지적받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서민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이자 상한제 상품도 내놓고 있지만, 정부 정책과 엇갈리면서 국민들의 원성은 높아만 간다. 

고정금리·변동금리 ‘금리 역전’ 발생… 고정금리 상품의 금리 더 낮아
‘금리 전환 정책’ 주택 가격 기준선 4억 이하…수도권 거주자는 배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사태 속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나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을 단행하는 등 각 선진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방어 전략 등으로 한국은행은 빅스텝(big step), 즉 0.5%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올 연말까지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중은행 등 금융권의 대출 금리까지 덩달아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서민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이자율이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주택 등 부동산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경감시켜주기 위해 주담대의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당정은 지난 17일 코로나19와 물가 등 경제 정책을 주제로 국무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최근의 이자율 상승세를 고려해 4억 원 미만 주택 소유자에 대한 이자 부담을 경감시키자는데 동의했다. 

당정에 따르면 금리가 오르고 있는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꿔주기 위한 예산 25조 원을 확보하고 4억 원 미만의 주택소유자를 우선 지원 대상자로 정했다. 이날 회의에서 4억 원보다 높게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으나, 예산 조기 소진 등에 대한 가능성을 두고 이후 추가 책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당정은 오는 9월 중에 금리 전환 대책을 실시하기로 협의를 마쳤다. 정부가 마련한 재원은 변동금리 주담대 상품을 고정금리 상품으로 전환해 줄 때 금리 차이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주택 소유자가 대출받은 금융기관에 보전해주는 용도로 사용된다. 

아파트 전국 평균 5억 넘어 대상 ‘확대’ 필요성 도마

고정금리 전환 관련 대책이 나왔지만 이를 반기는 목소리는 없다. 4억 원 미만 주택에 대한 우선적 지원 결정은 전국 평균 아파트 가격이 약 5억8000만 원(지난 4월 기준) 수준인 것을 고려할 때 한계성이 뚜렷해 보인다. 고위 당정협의회가 평균적인 아파트 가격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으로도 지적받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평균가격을 따져 본다면 더더욱 수혜자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기준 서울시 아파트 평균 가격은 13억2000만 원을 넘어섰다. 수도권의 중형(전용면적 85㎡∼102㎡) 면적의 평균 가격은 지난 3월 10억 원을 뛰어 넘었다. 

이에 오히려 여당 내에서도 실질적인 추가 안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대상 확대를 요구하는 분위기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22일 “(주담대 고정금리 전환 대상을) 9억 원 규모의 주택 소유자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정부는 올해 재원 25조 원을 마련하고, 내년에 20조 원을 추가해 총 45조 원 규모의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성 의장은 “정부와 협의해 많은 분이 고금리 시대 고정금리인 낮은 금리로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시중은행

특히 최근 청장을 뚫을 기세로 오르는 주담대 이자율을 걱정하는 서민들을 위해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이 금리의 상한선을 두는 상품이나 일부 이자를 지원해주는 등의 상품을 자체적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자율의 상한선이 대체로 5% 수준에 이르면서 정부가 결정한 고정금리 4% 정책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시중은행은 당정이 대상으로 선정한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정부가 서울이나 수도권 및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 도시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라면 납득이 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금융권과 대화의 창을 열어 지원 대상에 대한 기준을 새롭게 정하고, 금리 기준도 시중은행과 협의해 4% 또는 5% 초과분에 대한 지원 등 금리 기준도 다시 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 이자율 상한선을 5%로 두고 이를 넘어서는 금액은 은행이 부담하는 프로그램의 시행에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주담대가 5% 넘는 경우는 일반적이지는 않다”면서도 “이런 고객들에게 금리 상승 시기에 부담을 경감시켜드리고자 내 놓은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금리상한 주담대에 들어가는 수수료 비용 0.2%를 1년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 역시 진행한 바 있는 신한은행은 이번에 5% 초과 차주에 대한 지원에도 나섰다. 그 대상은 3300여명으로 금액 규모도 약 3300억 원에 이른다. 앞서 언급했듯 5%가 넘어서는 주담대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대상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박원갑 KB 부동산 전문위원은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부동산(주택) 보유자들이 밀려오는 금리 파도에 대처하기가 어렵게 됐다”라며 “시장이 경색돼 집을 팔고 싶어도 팔리지가 않는데다 돈이 급하면 (매각하기 위해) 가격을 낮춰야 하지만 고점에서 영끌 또는 빚투로 매입한 사람은 더욱 난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과감한 손절매를 결심하지 않는 한 시장 여건이 나아질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면서 “고금리는 장기간 이어질 수 없고 시차를 두고 저금리 시대로 되돌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당장은 정부가 실효성 있는 주담대 지원에 나서기를 기대는 수밖에 없는 시기다. 성일종 위원장의 주장처럼 당정이 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석열 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인플레이션 통제 등을 위해 연말까지 기준금리 상승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창환 기자]
윤석열 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인플레이션 통제 등을 위해 연말까지 기준금리 상승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창환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