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권혁재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권혁재 변호사]

형법 제319조 제1항의 주거침입죄(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주거침입 사실 자체만 문제 되는 사건보다는 다른 범죄에 부수적으로 연관되거나 다른 민·가사 사건이 진행되면서 형사 문제까지 불거지는 과정에서 많이 성립하게 되는 범죄이다.

필자는 형사사건뿐만 아니라 몇 개의 이혼사건도 대리하고 있는데, 이혼사건 진행 과정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주거침입 사건에 대하여 작년 9월에 매우 의미 있는 대법원 판례가 같은 날에 2개가 동시에 나왔기에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 608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 12630 전원합의체 판결). 2개의 사건 A, B의 사실관계는 이하와 같다. 

사건 A : 피고인(상간남)이 갑(남편)의 부재중에 을(아내)과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을이 열어준 현관 출입문을 통하여 갑과 을이 공동으로 거주하는 아파트에 들어갔다. 
사건 B : 피고인 병(남편)은 아내와 불화가 있어 별거하던 중에 짐을 챙기기 위해 아내와 공동생활을 하던 아파트를 부모님(피고인 정, 무)과 같이 방문하였고 아내의 동생인 처제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현관 출입문의 걸쇠를 손괴하여 아파트에 들어갔다. 

위 두 사건의 피고인들은 주거침입으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대답이 갈릴 것이다. 대법원은 위 두 개의 사건 모두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중이 보기에는 갸우뚱할 수 있는 판결인데, 사실 판례의 논거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자세하게 설명하려면, 칼럼의 분량이 달라질 것이므로, 간단하고 쉽게 설명하고자 한다(관심이 있는 독자는 판결문과 관련 논문을 찾아보기 바란다).

먼저 ‘침입’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침입’에 대하여 문 잠금장치를 부수거나 창문을 통해 들어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주거하는 사람의 허락을 받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여기서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 논쟁이 시작된다. 전자는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침입 행위의 모습인 점에 반해, 후자는 주거권자의 주관적인 권리인 허가가 있었는지 여부이다.

아직 안 와닿는다면, 다시 사건 A로 돌아가 보자. 사건 A에서 피고인 상간남은 불륜관계인 아내 을에게는 출입에 대한 허락을 받았겠지만 부재중인 남편 갑에게는 허락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떠한 남편도 상간남에게 집에 대한 출입을 허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무죄가 선고된 것일까. 대법원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이 “사실상의 평온”이라고 봤으며, 상간남의 출입 방법이 공동 주거권자 중 한 사람이 문을 열어주어 평온하게 집에 들어간 것이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위 두 가지의 침입 개념 중 전자의 개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건 B는 현관 출입문의 걸쇠를 손괴한 것인데 대체 왜 무죄일까. 이에 대해 대법원 다수의견은 ①별거 중이라고 하더라도 남편은 공동거주자이기 때문에 ‘타인’의 주거에 해당하지 않고, ②공동거주자 간에는 다른 공동거주자의 출입을 금지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출입 과정에서 출입문 걸쇠를 손괴하여 “사실상의 평온”을 해쳤음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쉽게 풀자면, 남편은 본인의 집에 들어가려고 한 것이므로 일시적으로 집에 와있던 처제가 이를 막을 권한이 없고, 문을 부수고 들어가긴 했지만 남편은 주거권자이기 때문에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피고인 남편 병과 같이 들어간 병의 부모인 정과 무도 무죄를 선고받게 되었다. 사실 이 판례를 읽으면서 변호사인 필자도 어리둥절하였다. 같은 날 선고된 동일 죄명의 대법원 판례가 다소 모순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사건 B에서는 결국 남편이 공동 주거권자였던 것이 중요했고, 남편이 출입을 허락하였기 때문에 시부모도 주거침입죄를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공동주거권자의 의사”가 판단 기준이 된 것이며 ‘침입’인지 여부가 ‘주거권자(남편)의 승낙 유무’에 따라 판단되게 된 것이다.
사건 A와 사건 B는 갈등의 양상이 다르지 않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건 B의 처제가 부재중이었던 아내의 의사를 이행하는 자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 두 사건은 모두 <출입을 허락하는 공동주거권자 vs 출입을 거부하는 공동주거권자> 사이의 충돌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사건 A가 원칙적인 모습이었고, 사건 B가 예외적이어서 다른 법리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라면 왜 특수한 예외가 적용되어야 하는지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불분명하다.

민법과 같은 다른 규범이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라면 형법은 관여하지 않는다는 논리에서 주거침입죄의 성립 범위를 좁히고자 하는 것으로 취지는 이해가 되는데, 도무지 판례의 논리가 쉽게 와닿지 않는다. 물론 계속해서 학계의 저명한 교수님들이 이에 관해 논문을 발표하고 있으므로 부족한 필자의 이해를 도와줄 고명한 논문들이 빨리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칼럼을 쓰면서도 상당히 머리가 아픈 주제이며, 판례평석을 읽어도 궁금증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주제이다. 필자가 학계에 있는 것도 아니고, 범죄 통계상 매년 벌어지는 범죄 중 약 1% 정도밖에 안 되는 주거침입죄를 가지고 이렇게 고민하는 것이 맞는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혹시 이렇게 하면 주거침입죄가 되나요”라는 의뢰인의 질문에 최소한 전문적이고 명쾌한 답변을 해주기 위해 오늘도 사무실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모두 의뢰인 여러분들을 위한 것이다. 법률문제가 발생하면 주저하지 말고 변호사 사무실을 과감하게 노크하기 바란다.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는 변호사가 여러분을 반겨줄 것이며 궁금증을 해소해 줄 것이다.

<권혁재 변호사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변호사시험 합격▲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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