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26일 권성동과 텔레그램 대화 도중 이준석 직격
윤석열-이준석 과거 ‘불편한 동거’ 재조명...향후 관계 회복 요원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 이 문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 이 문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권 원내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현직 대통령이 비공개 채널로 여당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한 사실이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26일 동아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경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같은 말을 남겼다. 또 이날 취재진에게 포착된 텔레그램 메세지엔 윤 대통령이 “우리 당(국민의힘)도 잘하고 있다. 계속 이렇게 해야”라고 언급한 것으로 확인돼 그간 당무 개입에 선을 그었던 기조와 배치된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이 이렇듯 노골적으로 이 대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만큼, 당 중앙윤리위의 당 대표 중징계 의결에도 이른바 ‘윤심(尹心)’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간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파워그룹으로 분류되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지난 대선부터 갈등을 빚어 온 이 대표의 직권 정지에 ‘내부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잇따랐다. 

이에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불편한 동거’도 재조명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대선 정국을 앞둔 시점부터 물밑 신경전을 이어왔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의 ‘당 대표 패싱 입당’부터 대선 캠페인을 돌연 중단한 이 대표의 잠적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권 출범 후 한동안 원만한 당정 관계를 이어가는 듯 보였으나, 이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가 결정된 직후 불거진 문자 노출 사태로 실밥이 터졌다는 평가다. 현직 대통령이 원색적 표현을 섞어가며 여당 대표를 직격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이준석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이준석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이 여과 없이 노출된 ‘돌발 사태’에 대통령실과 여당도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한 채 당혹감을 애써 감추는 모양새다. 결국 문자 유출 당사자인 권 대행이 사태 진화에 나섰다. 

권 대행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윤 대통령은 당 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으며 원 구성에 매진해 온 저를 위로하면서 고마운 마음도 전하려 일부에서 회자되는 표현을 사용하신 것으로 생각된다”라며 “오랜 대선 기간 함께 해오며 이 대표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다. 이유를 막론하고 당원 동지들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자신의 실수라는 점을 강조하며 윤 대통령을 옹호했다.

이에 민주당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이제 ‘내가 지금 의원들 보고 있어’라면서 ‘너희 앞으로 나한테 잘 보여야 돼’, ‘국회에서도 열심히 나를 위해 안 싸워주면 가만 안 둬’ 이런 메시지가 오늘 하나 나간 것”이라고 직격했다. 조오섭 대변인도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의 말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허언이었나”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의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날 본지 취재에 응한 한 중진 의원은 “처음 해당 기사를 접했을 땐 눈을 의심했다. 발신자가 ‘대통령 윤석열’이라는 것을 몇 번이나 확인했다”라며 “달리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도 “아직 (이 대표로부터) 별다른 입장을 전해받지 못 했다”라며 “다만 지금 시점에 이러한 문자 노출이 파장으로 이어질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국가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텔레그램을 이용하는 것은 보안상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VIP의 정제되지 않은 비공식 메시지 노출로 인해 자칫 국정·민심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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