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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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51일째 파업을 벌였던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이 지난 22일 일단락됐다. 하지만 노사간 갈등의 골은 여전하다. 협상 막판까지 진통을 벌인 '파업 손배소'와 관련해 사측이 소를 진행할 뜻을 꺾지 않고 있다. 만약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경영진이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소송이 불가피하다. 파업 기간 8100억 대 손실을 기록했다. 게다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분할매각도 검토 중이라는 풍문마저 나돈다. 결국 "(파업이) 끝났어도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회자하고 있다.

- “혈세 11조 쓰고도 7조 손실...방만경영 책임 물어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 측이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도급지회(거통고 지회)를 상대로 업무 방해 혐의와 민사상 손해 배생 책임을 물을 것으로 전망한다. 소송을 취하하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경영진이 '배임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파업 사태와 관련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 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회 본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가 협상으로 극적 타결 돼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고 말해 사태가 일단락됐을 뿐 마무리된 것은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책임자와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법 집행, 법과 원칙에 따른 후속 조치를 촉구한다"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막판에 선임된 박두선 사장의 거취도 논란이 일고 있다. 권 직무대행은 “지난 3월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간곡한 만류에도 자신의 동생 친구인 박두선 조선소장을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임명했다”며 “5년 동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으면 다음 정부가 일하도록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 자리에 알박기했다. 부실 방만 경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문 전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기로, '낙하산 알박기' 논란을 낳았다. 선박 생산 전문가지만, 경영능력은 검증된 적이 없단 지적도 나온다.

상황이 혼탁해지자 일각에서는 대우조선의 분리매각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가 대우조선을 방산과 민수 부문으로 분리 매각해 민영화 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은은 "현재 대우조선의 경쟁력 강화 방안 수립을 위한 경영자문을 진행 중이고, 방산부문 분할 매각을 포함한 어떠한 방안도 현재까지 논의된 바 없다"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가중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 투쟁 벌였던 노조원들도 "깔끔한 마무리는 아냐" 분노

투쟁을 벌인 노조원들조차도 이번 투쟁이 상호 협상을 통해 완벽히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속노조가 최근 본지에 보내온 성명에는 “파업 투쟁이 교섭 끝에 의견일치를 보고 22일 마무리된다. 그러나 파업이 마무리되어도 투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전국의 시민이 조선하청 노동자라는 낯선 영역을 마주했고, 그 삶의 어려움에 공감했다. 일하면 할수록 빚이 쌓이는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삶에 함께 분노했다”며 “51일의 파업 투쟁은 이제 사회적 승리로 다시 태어난다”는 의지를 밝혔다.

금속노조는 “정부를 포함한 조선산업 원·하청 노사, 노동시민사회단체, 정당, 종교계 등에 범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한다”며 “조선하청노동자의 처우개선은 대우조선 원하청 노사관계에서만 해결되지 않았다. 전국 모든 조선하청 노동자의 저임금 구조를 개선하고, 이들의 고용과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해야 만이 조선산업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대우조선 경영진은 지난 26일 입장문을 내고 "51일 동안 지속된 하청지회 파업으로 당사가 보유한 세계 최대 선박 생산시설인 1도크(건조 공간) 진수가 5주 지연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고개 숙여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 경영진은 분골쇄신의 각오로 당면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고 모든 경영진은 거취를 포함해 책임을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업계는 이번 투쟁이 '반쪽 투쟁이 됐다'는 반응이다. 언젠가는 다시 불거질 노-사, 노-노의 대립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업계 관계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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